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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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스토리킹 수상작'이다.  아이들 책은 아이들에게 재미있어야 한다.  작년에 만났던 제1회 스토리킹 수상작인『스무고개 탐정』을 읽고 반한 친구들이라면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꼭 읽어봐야만 한다.  천효정 작가의 필력에 놀라기 전에 이야기에 폭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할것을 각오하고 읽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아이랑 함께 읽는다면 함께 깔깔거릴 것이고, 아이와의 비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될것이다.  이렇게 얇은 책 속에 어린시절 읽었던 전우치 같은 친구를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니, 전우치보다는 내 주변에 있을법한 장난꾸러기가 어느날 슈퍼 히어로로 짠하고 나타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멋진 슈퍼 히어로를 만들어낸 천효정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초등학교 교사란다. 그뿐아니라 2013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분이라니,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야기꾼이 만들어낸 슈퍼 히어로, 건방이를 만나보자.

 

 

"오늘부터 너는 나, 오방도사의 정식 제자가 되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너에게 새 이름을 주겠다.  앞으로는 '튼튼할 건(建)' 대신 '하늘 건(乾)'에 '방위 방(方)'자를 써서 '건방이'라고 부르겠다.  건은 천지만물을 이루는 건곤감리 중 첫째가는 하늘이란 뜻이요, 방은 오방권법을 익힌 제자라는 뜻이다." (p.35)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되어버린 초등학교 2학년 건이가 우연찮게 '비밀의 집'에서 오방도사의 오방구결을 듣는 바람에 오방도사의 제자가 되어버렸다.  오방구결을 들으면 제자가 되거나 죽어야한다니 죽는것 보다는 제자가 되는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권법의 달인이라는 오방도사 밑에서 삼 년간이나 수련을 했는데, 도사가 맞긴 맞는지 모르겠다.  매일 도사님 어깨만 주물렀는데 돌덩이가 쪼개지는 걸 보면 분명 수련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오방도사와 살기 참 힘들다.  가끔씩 가지고 오는 도인들에게만 효험이 있는 신통풀만 가지고는 전기세, 기름값, 세금, 의료비와 교통비 내기도 벅차니 초등학교 5학년밖에 안된 건방이가 '머니맨'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머니맨! 도와줘요!'를 세 번만 외치면 M자가 쓰여진 모자를 뒤집어 쓰고 나타나는 슈퍼 히어로. 이 동네 아이들에겐 강력한 슈퍼 히어로지만, 도움 후에는 초딩은 500원, 중딩은 600원, 고딩은 700원, 7시가 지나면 야간 할증료 100원씩 추가해서 요금을 지부해야만 한다.  오늘도 건방이는 초딩을 괴롭히는 고딩 3명을 물리치고 야간할증료 포함 2,400원을 벌어야만 했으니, 사는게 녹녹하지는 않다.  오방도사는 알지 모르겠지만, 초등이 이렇게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어찌되었든 매냥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러면 슈퍼 히어로의 활약을 볼 수가 없지 않는가?  건방이 반으로 검술의 달인인 설화당주의 막내 제자, 백초아가 전학을 오면서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게다가 도꼬마리를 남기는 대도 팔팔동자까지.

 

  오방도사의 제자가 된 이후로 건방이가 겪는 일들은 보통의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겪는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검술의 달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고, 도인들이 먹는 신통풀과 신통풀을 거래하는 약초상.  사부의 옛제자 였다는 파문당한 사형까지.  어찌보면 가난한 사부밑에서 살아가려니 파문당한 사형이 변면술을 이용해서 좀도둑질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오방도사의 제자라면 정직해야 한다.  권법의 제 일인자인 무술의 고수 아닌가?  검법 세계를 평정한 전설의 여검객인 설화당주와 예쁘장한 얼굴과는 반대로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연검술을 특기로 하는 초아까지 이야기는 흥미롭다.  게다가 고슴도치를 닮은 도꼬마리를 남기는 대도와 사라진 사부의 옛 제자.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 책을 익는 도중에도 재미가 없으면 책을 집어 던지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에는 그 책 말고도 재미있는 책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이다.  이 책은 집어 던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든걸 다 제쳐 두고 어린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통했는지,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어른이 읽기에도 재미있다.  외전격인 '머니맨 비긴스'도 재미있고, 사형과 함께하는 머니맨도 아이들을 끌어 들인다.  그뿐인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책 좋아 하는 친구들 주변에 책이 넘쳐나는 것처럼, 도사들 주변에 숨은 도사들이 넘쳐난다. 어린이 심사위원 100명의 선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유쾌, 통쾌, 짜릿한『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는  읽을수록 건방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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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 일공일삼 34
루시 M. 보스턴 지음, 김옥수 옮김, 피터 보스턴 그림 / 비룡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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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앞부분을 읽으면서 작년에 읽었던 캐더린 스터의 『매리앤의 꿈』이 떠올랐다.  신비한 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꿈에 고스란히 나타나는 매리앤의 꿈과 현실의 여정, 다 읽은 후에도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었는데, 『비밀의 저택 그린노위』또한 내겐 그렇게 다가왔다.  아이의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이야기, 노아의 방주가 다시 살아나고 물로 인해 고립된 저택에서 조용히, 어떨때는 깔깔거리는 아이의 모습으로 움직이는 400년전의 아이들.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집, 그린노위는 아무나 볼 수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이게 대홍수라면, 그래서 지금 내가 노아의 방주로가는 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서커스 같을 거야.' (p.8)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방학에도 기숙학교에서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의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지내야만 했던 토즐랜드는 올드노 증조할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서 페니 소키(Penny Soaky, 흠뻑 젓은)의 '그린 노아'라는 저택을 찾아가는 열차안에서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덟살 어린 아이답게 쏟아지는 비가 대홍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아이가 찾아 간 그린노아는 대홍수 속 노아의 방주보다 훨씬 더 근사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깜깜한 밤,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저택이라니..  많은 비가 내릴때마다 저택외에 공간은 호수로 변하는 곳. 그곳에 있는 엄청나게 나이많은 증조할머니를 톨즐랜드가 '혹시 증조할머니가 마녀라면 어떡하지"(p.19) 라고 생각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올드노 가문 사람들이란다.  네 가문이기도 하지.  사슴 옆에 있는 아이는 토비, 플루트를 두고 있는 아이는 알렉산더, 꼬마 여자아이는 리넷이야. 일곱 살이지.  파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세 아이 엄마고." (p.37)

 

  1954년에 발표한 작품이니 여덟살 토즐랜드를 요즘의 아이들과 동격으로 생각하면 안되겠지만, 멀리 떨어진 부모 대신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던 톨리는(여러명의 토즐랜드중 여덟살 토즐랜드의 애칭)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은 다른 아이였을것이다.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고 마녀 할머니를 생각하는 아이에게 저택안에서 만나게 되는 400년 전 초상화는 아이의 상상력을 광폭시켰을 수도 있고, 으스스함에 몸을 떨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외로웠던 아이에겐 할머니도 초상화 속 아이들도 친구로 다가온다.  어째서였을까?  할머니의 말씀으로는 초상화 속 아이들이 몇 백 년 전 대역병으로 죽었다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할머니와 톨리, 그린 노아 주변에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톨리의 방에 있는 물건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이고 새들이 추위를 피해 방으로 들어오는 이곳은 대홍수 속 노아의 방주처럼 동물들에겐 안락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전해주는 초상화 속 아이들의 이야기는 어떤 아이의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다. 토비, 알렉산더, 리넷의 이야기지만, 400년 전 죽은 아이의 이야기인지, 100년 혹은 50여년 전에 살다간 아이들의 이야기인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집안의 내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톨리에게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동명이인이었을지 모르는 아이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인물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의 존재를 인지하는 증조할머니와 조금씩 초상화 속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톨리. 이제 톨리에게 친구가 생긴걸까?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는 톨리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인지하게 만들지만 톨리 눈에 보이는 아이들은 이야기와 함께 톨리를 점점 올드노 가문의 일원으로 동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만이 함께 공유하는 환상 속 그린노위의 비밀은 점점 과거와 현재에 살고있는 아이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튼튼한 고리 역할을 한다.

 

  분명 이야기는 딱 부러지게 풀어내고 있는데, 내게 다가오는 느낌은 물 속에 잠겨있는 저택이 물 밖으로 나오면서 훨씬 더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되어지지 않음에도 톨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아무런 여과없이 받아들여지고, 증조할머니와 함께 400년 전 아이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진다.  톨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들과 할머니가 전해주는 액자 속 사진같은 과거의 이야기들은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비밀의 저택'을 완성해 가면서 톨리의 어린시절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톨리에겐 행복으로 다가오고 있고, 증조할머니 역시 행복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증조할머니와 톨리에게만 보이는 세상과 사라졌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겐 정신과를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아이들의 눈엔 아니다. 울집 작은 녀석만 해도 책을 읽고 그린노위를 꿈꾸고 있으니 말이다.  2000년대를 살아가지만, 여전히 우린 꿈을 꾼다.  노아의 방주 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노아를 꿈꾸는 아이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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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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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 초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일년 후에 대학을 들어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스무살에 처음 맞은 문화는 직장 선배들과의 술문화였고, 동기들과의 나이트문화였다.  클럽이 아닌 나이트를 어찌나 자주 갔었는지, 늦은 야근에도 불구하고 스무살 동기 여섯이 일주일에 두번이상을 종로로 향했었던 기억이 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물질적으로도 풍족해지기 시자했지만, 그것과 나이트문화는 별 상관이 없었다.  스무살 어린 아이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였고, 그곳에선 자유만 있었으니까.  그 시절은 어찌나 놀았는지, 다음해에 들어간 대학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고, 스무살에 다녔던 나이트 문화는 그걸로 끝이 났다.  나이트 보다 회사에서 쌓인 피로를 도서관에서 푸는 방법을 알아냈으니까 말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 놀 수 있을지 자신 할 수는 없지만, 스무살은 힘이 넘치는 나이였던것만은 확실하다.

 

 

  얼마전에 엘루이호텔 사장에 대한 기사가 나온적이 있었는데, 엘루이 호텔하면 나이트클럽 '줄리아나'가 떠오를 정도로 청담동 나이트클럽 '줄리아나'는 유명한 곳이었다.  그곳을 밥먹듯이 들락거렸던 '줄리아나 오자매'이야기가 『줄리아나 1997』이다.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것 처럼 20여년전 푸릇한 20대 대학생들이 마흔을 넘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학 졸업 후 '줄리아나'라는 달랑 한편의 글을 쓴 작가 송지연에게 TV 출현의 기회가 오고, 그 곳에서 만난 유명 남성 패션 잡지 『트렌디』의 편집장 ‘진수현’과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첫장부터 수위를 넘나들고 '누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서 아주 어린 연하의 남자아이를 만나는 줄 알았는데,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다.   이걸 참 뭐라 해야할지?   그리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음에도 '용감한 자매'가 풀어낸 이야기에 끌려가는 이유는 ‘줄리아나 오자매’라 불리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얼굴 되지, 몸매 죽이지, 로펌 대표 아버지에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정아’.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인정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골드미스 ‘은영’. 줄리아나 오자매의 태동이자 오자매를 클럽 줄리아나에 인도한, 세화여고 출신의 ‘세화’. 마지막으로 이대 비서학과 졸업에 미모, 지성, 관능까지 모든 걸 겸비하고 압구정에 ‘줄리아나 바’ 사장 ‘진희’와 바람피는 남편을 보고 맞바람을 피우는 무서운 작가 '지연'까지 '줄리아나 오자매'는 결코 만만한 인물들이 아니다.  두번의 이혼 후 바를 운영하는 진희와 골드미스인 은영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정이 있는 이 친구들이 은영의 남자친구를 소개받기위해서 모였다.  마흔에 사랑을 찾은 것 같다는 은영과 그녀의 사랑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친구들. 그리고 은영의 남자, 민석의 눈길을 받고 있는 진희.   어린시절부터 진희는 그랬단다.  청순한 김완선, 섹시한 강수지에게 눈이 가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진희를 따라다니는 '남자는 열쇠, 여자느 좌물쇠다. 이 자물쇠, 저 자물쇠 다 열수 있는 열쇠는 만능키라고 다른 열쇠들이 부러워하지만, 이 열쇠에도 열리고 저 열쇠에도 열리는 자물쇠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진희는 후자였다.' (p.108)는 소문은 친구들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기도 했지만, 친구는 친구이기에 이들은 또 다시 만나고 있다.

 

  상권은 '줄리아나 오자매'의 젊은 시절 이야기와 함께 지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왜 송지연이 이럴 수 밖에 없나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리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유명 패션 잡지 편집장이 '누나'라는 호칭을 쓰면서 지연에게 지분거리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처럼 지연과 수현의 이야기는 로맨스로 그려지고 있지만, 유부녀, 유부남의 썸은 불륜이다. 애정이 없는 결혼과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가 불륜을 합당하게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요즘 세태가 아줌마들의 애인을 이야기하고 직장남들의 숨겨진 애인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런 이야기는 간간히 들려오는 이야기이고 소설이나 인터넷세상 속의 이야기일뿐 현실에서는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기에 지연도 비슷한 생각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자신의 연하 애인을 이야기하지만 아들 현수의 친구 엄마들에게는 입을 다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권은 내내 읽기 불편했다.  소설은 분명 소설일 뿐이다.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할 나이도 아니고, 더 말도안되게 야한 글들도 읽었었는데, 왜 이글이 이렇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걸까?

 

  '수현아, 그런데 어쩌지?  난 이유가 없어.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냥 훅 니가 와버렸어.  송지연의 머리에, 가슴에, 입술에.' (p.267)  썸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긴가민가하는 사이, 연인이 되기 전 사이. 그런 사이에 놓여있는 수현과 지연.  분명 사람을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연도 알고 있다.  그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의 이어지는 외도는 지연을 수현에게 몰아놓아버린다. 지연이 외도하는 남편을 응징하기 위해서 수현을 만나는 것도, 그렇다고 흔한 아침 드라마의 소재처럼 이혼 후 백마탄 왕자님으로 수현이 짠하고 나타나서 지연의 부족한 걸 채워주고 있지도 않다.  둘이만나 밥먹고, 차마시고 카톡하는 정도가 상권의 내용이지만, 내 남편이 만약 이런다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줄리아나의 오자매의 지금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연에게 쓸 이야기는 어찌나 넘쳐나는지 모른다.  평범하지 않았던 오자매가 평범하게 사는건 힘이드는지 들려줄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하권은 멤버들 각자의 이야기와 지연과 수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불편하다 이야기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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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멜로디 세트 - 전2권
백묘 지음 / 반디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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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간에 백묘가 쓴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백묘의 초기작들은 어떤지 궁금했었다.  달달한 로맨스가 확 땡기기도 했지만 그녀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이 꽤나 흥미로웠다.  연애소설을 외치는 <헬로우 웨딩>이나 허영심 많은 천재 차 디자이너와 소년 같은 정비사의 사랑이야기인 <컴퍼스 콤플렉스>는 달달함과 함께 생각할 부분들을 많이 남겨두고 있어서 좋았다.  백묘 작품을 찾다보니 딸아이 말로는 인소 작가라고 하고, 인소는 많이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text로 저장된 글들은 눈과 함께 머리가 아파 읽기가 힘든 나이가 되어 버려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요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백묘의 초기작.  지난번에 아이가 빌려다 준 <두근두근 하우스>에 오글거림이 아직 남아있는데, 설마 이번 작품도.... 더 하다. 더 오글거리고 이건 뭐... 정말 딸아이가 좋아할 내용이다.  그래서 빌려왔을라나. 

 

 

 

 

 

  출판사에서 말하는 평은 '6명의 남녀 혼성 밴드를 둘러싼 청소년들의 꿈과 좌절,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음악소설'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명부터 '스위트 멜로디'아닌가?  어찌되었든 이 6명의 남녀 혼성밴드에 있는 아이들을 알아보자.  소설 속 주인공들, 특히 로코나 하이틴 로맨스 같은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잘나도 너무 잘났다.  생긴것만 봐서는 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으로 아우라를 펼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라는 것이 함정이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중닭으로 가장 볼품없을 외모에 아이들이 소설속에서는 너무 근사하다.  근사한 아이들 한번 보자. 첩의 아들이라는 아픔을 안고 박제된 얼굴로 살아가는 창룡, 쌍둥이 형제 진우, 진성 그리고 주호까지 이 아이들 외모에선 빛이 난다.  이 아이들이 밴드를 결성했단다. 능력만 있으면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다는 '백제고'에 들어가기 위해서.  잘생긴것 빼곤 그닥인 아이들에 문제는 밴드임에도 보컬도 없고 건반도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 밴드의 보컬은 너여야만 돼."  (p.44 / 1권)

 

  '콩깍지'파에게 쫓기던 환이 숨어둔 곳이 아이들이 밴드 연습을 하던 교회였다. 그리고 이렇게 인연은 시작된다.  노래 한번 해본 적 없는 환에게 노래라니.  하지만 왜 이렇게 창룡에게 눈이 가는지. 한번 해볼까?  발견했을지는 모르지만, 이 밴드는 남녀혼성 6인조 밴드다.  누가 여자일까?  환이 여자란다.   남동생과의 차별대우 때문에 집을 나온 이환.  이런 싹퉁머리 없는 자식이라고 옆에 있으면 혼부터 내줘야 하는데, 조폭들과 싸워서 삥뜯는 이 섬머슴아같은 중학생이 여자아이라니...  더한 건 아무도 환을 여자로 안본다는 것.  왜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지 이해 못하는 환.  밴드명을 '스위트 멜로디'로 지으면 여자로 알까 해도 잘 지었다고만하고 좋아라하는 멤버들이니 모두 바보가 아닐까?

 

  이환이 우연하게 남자 행세를 한 상태로 밴드에서 음악을 하게 되면서 바보들의 모임은 시작된다.  백제고를 가겠다는 어디서 나왔는지 알수없는 근자감으로 똘똘 뭉쳐있는 이 아이들.  환이 남자인 줄 알고 자신의 감정에 괴로워하는 창룡, 환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 받아 사랑을 느끼는 천재 피아니스트 소녀 현주, 두 사람뿐 아니라 밴드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 환은 무슨 능력자일까?  부모님이 동생만 사랑한다는 이유로 집을 튀쳐나온 이 싹퉁머리 없는 아이로 인해 복잡한 러브라인이 이렇게 얽키고 저렇게 얽키는데 머리에 피도 안마른 이 녀석들 난리가 아니다.  여자인 환이 아닌, 남자로 느껴지는 환은 굉장한 매력덩어리인지 아이돌 그룹 H2O의 멤버인 투란도 환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구걸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 아이가 여자 아이라도...?   글쎄, 싸움잘하고 욕 잘하는 환에게 어쩜 이리도 빠져들 드는지.  이건 뭐 학원물이라고 하기에도,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난감하다.

 

  환의 이야기는 환의 이야기고,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차현주의 실종은 대단한 이슈였다.  천재 피아니스트가 백제고에서 떨어지고 실종을 했으니, 큰일이 났는데, 현주는 태연하게도 버스킹을 하고 있는 '스위트 멜로디'에 빠져들고, 키보드 담당 멤버가 되버린다.  천재의 합류는 아이들을 들뜨게 만들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저 친구 한명이 더 늘었다는 걸로 만족하는 걸까?  현주를 동경해오고 시기하던 환도 옆에서 보는 현주에게서 천재가 겪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현주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이겨나가기 위해서 음악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가장 달콤한 행복인 음악을 알아가고, 미지의 세계로 달려가는 자유를 알아버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서로가 함께라면 할수 있다는 것을 아게 되면서 희망을 전해 주는 희찬 음에 어깨가 들썩이고, 음악은 거대한 바위처럼 아이들을 지켜준다.  가장 달콤한 행복이 '음악'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는 이 아이들은 음악으로 설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멋진 여자가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  싸움도 잘하고, 성격도 개 같고, 중요한 순간에 좋은 말도 할 줄 알고, 눈은 반짝 반짝 빛이 나고, 노래도 잘하고, 심지어 조폭들까지 사로잡는... 그런 여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절대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p.245 / 2권)

 

  환이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면서, 이해할수 없었던 아이들의 감정은 하나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하고, 마음 속 응어리들도 풀리기 시작한다.  풀어나가는 방식은 굉장히 오글거린다.  여전히 싸움 잘하는 환이 현주 엄마에게 대들기도 하고, 창룡의 부모를 지하실에 가두기도 할뿐 아니라 왕따를 당하는 동생 효를 위해서 콩깍지파를 이용하기도 하니, 이게 말이 되겠는가?  겨우 16살난 아이가 말이다.  하지만 말이 안되는 건 또 뭔가?  남자들 마음을 동하게 했다는 웹통 『통』의 이정우는 고1인 어린나이로 부산 주먹 세계를 평정하고 서울로 와서 서울까지 평정하는 판에 말이다.  그냥 달달한 중고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넘기면서 읽으면 재미있다.  오글거림만 참아낼 수 있는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아주 가끔 이런 이야기들이 땡길때가 있지 않는가?  어마무시한 왕자와 지지리 가난하지만 예쁘기만 한 여 주인공 보다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다.  아마, 나도 이 나이때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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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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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아니 책만 읽었어야 했다.  왜 기어코 <통>을 읽고는 웹툰을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 작가가 쓴 글을 통해서 웹툰이 있는 줄 알았고,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정우가 웹툰으로는 어떨지 궁금했다.  한마디로 이장우는 '통'이다.  흔하게 말하는 '짱'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인물이 또 있을까?  결국에 밤새워 유료화로 전환된 웹툰을 찾아 읽고, 올초부터 나오기 시작한 <통 시즌2>까지 보고 있다.  그뿐이면 다행일텐데... 웹툰을 그린 백승훈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있으니 큰일났다.  다른 책들을 읽을 수가 없다.  내가 왜...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엇하랴. 얼릉 백승훈 작가의 작품들을 읽고 쌓여있는 책들을 읽어내려야 날 기다리고 있는 책들에게 덜 미안할 듯 하다. 

 

 

 부산에서는 '짱'을 '통'이라고 부른다. ..나는 절대 법이었다. 통이었던 것이다.  (p.14)

 

  부산의 '통'이 서울로 전학을 왔단다.  동진고.  남학교 세계는 힘의 논리로 서열이 정해진다고 듣긴 했지만, 이정우는 그런 힘의 서열과는 별계의 아이다.  아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묘한 녀석임에는 틀림이없다.  전학을 온걸 보면 부모와 연관이 되어있는것 같지만, 정우의 부모 이야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전설처럼 정우를 따라 다니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정우 주위를 따라다니고 정우 주변의 공기를 묘하게 만들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세계가 정말 있다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할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책은 그런 모순을 생각지도 못하게 휘몰아 치면서 정우를 따라가게 만들고, 정우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분명 학원물처럼 보이는데, 『통』은 결코 학원물이 아니다. 17세의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도 않을 뿐더라 정우가 다니는 '동진고'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가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보통의 사람은 살 수 없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7살이나 많은 교생선생님께 친구도 아닌 아랫사람처럼 대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아니, 죽음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는것부터 다 말이 되지 않지만 모든걸 내려놓자. 『통』에서 그런 현실세계를 찾으면 안된다.

 

"너희들은 미운 시기야, 이건 시기란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너희들은 개성이 강해서조금 눈에 잘 띄는 것뿐이야. 이 시기만 지혜롭게 넘기면 너희들은 아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p.129)

 

  『통』을 읽고 찾아 본 웹툰, 『통 시즌 1 - 천벌』속 그림체는 딱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그림체다.  진우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강덕중 선생님의 대사가 만화속에서도 그대로 살아난다.  만화는 역시나 글보다 눈이 먼저 가기에 공중에서 계단을 오르듯 움직이는 정우의 발차기 실력은 책보다는 근사하게 보여준다.  책으로 만난 정우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의 정우도 별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책이 먼저 인기를 얻었는지, 웹툰이 먼저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16년 전 유니텔에 쓰여진 글이라니 정우의 생명력이 대단하긴 하다.  언제적 유니텔인가?  새로 출간된 내용은 16년 전과는 다르게 현실을 많이 반영하긴 했지만, 역시 싸움은 어쩔 수가 없는지 무조건 싸우고, 죽이고 난리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어찌나 싸우믈 잘하는지 조폭들도 이 아이를 어쩌지 못하는데, 정우 주변에 어쩜 이리도 이런 아이들만 모여드는지 정말 싹퉁머리없이 싸움만 하는 녀석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조직의 관리를 받으면서 조직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니.... 듣기만 해도 뒤로 넘어갈것 같은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동진고의 '짱'인 김인범과의 첫 싸움에서 인범의 변칙공격으로 사고를 당한 후 만나게 된 윤정임은 강덕중 선생님처럼 정우의 인생에 끼어드는데, 이 아가씨도 정말 대책이 없다.  물불 안가리고 학생이 할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정우를 왜 그리 끼고 도는지 학생에게 '꺼져'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붙어있다.  이 녀석들은 정말.. 섹스와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살인조차도 아무 느낌없이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이걸 어째야하나.

 

  가장 격하고 뜨거운 시절이라는 학창시절은 누구에게나 왔다가 지나가는 시절이지만, 이 시기가 정우에게는 남들과 같지 않다.  물론 정우 주변에 아이들 역시 그렇다. 부산 주먹의 전설로 살아왔고, 서울에서는 조용히 살기를 원하지만, 학교 내외 일진들과의 대결에서 극강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단시간에 그 지역을 평정하고, 일대 조직폭력배들의 러브콜을 받게 되는 정우. 그 와중에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 되고, 로맨스가 가능할까 싶은 교생 선생님인 윤정임의 납치와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완벽하게 픽션이다.  소설을 읽고 웹툰을 읽으면서 픽션이기에 이 소설 자체가 "남자라면 공유하라!"는 극강의 마초들의 이야기임을 자명하고 있기에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아니, 해서는 안된다.  분명 세상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안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저 웹툰에 열광했던 이들이, 원작을 읽고 싶을 때 원작을 읽으면서 웹툰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는것으로 이 소설은 만족해야 한다.  이정우를 열일곱 아이로 생각해서도 안되고, 그 주변 인물들 또한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인물로 봐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야기가 『통』이다.  하지만, 읽기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이책을 읽기전엔 심호흡 한번 하고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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