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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아니 책만 읽었어야 했다. 왜 기어코 <통>을 읽고는 웹툰을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 작가가 쓴 글을 통해서 웹툰이 있는 줄 알았고,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정우가 웹툰으로는 어떨지 궁금했다. 한마디로 이장우는 '통'이다. 흔하게 말하는 '짱'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인물이 또 있을까? 결국에 밤새워 유료화로 전환된 웹툰을 찾아 읽고, 올초부터 나오기 시작한 <통 시즌2>까지 보고 있다. 그뿐이면 다행일텐데... 웹툰을 그린 백승훈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고 있으니 큰일났다. 다른 책들을 읽을 수가 없다. 내가 왜...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엇하랴. 얼릉 백승훈 작가의 작품들을 읽고 쌓여있는 책들을 읽어내려야 날 기다리고 있는 책들에게 덜 미안할 듯 하다.

부산에서는 '짱'을 '통'이라고 부른다. ..나는 절대 법이었다. 통이었던 것이다. (p.14)
부산의 '통'이 서울로 전학을 왔단다. 동진고. 남학교 세계는 힘의 논리로 서열이 정해진다고 듣긴 했지만, 이정우는 그런 힘의 서열과는 별계의 아이다. 아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묘한 녀석임에는 틀림이없다. 전학을 온걸 보면 부모와 연관이 되어있는것 같지만, 정우의 부모 이야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전설처럼 정우를 따라 다니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정우 주위를 따라다니고 정우 주변의 공기를 묘하게 만들 뿐이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세계가 정말 있다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할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책은 그런 모순을 생각지도 못하게 휘몰아 치면서 정우를 따라가게 만들고, 정우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분명 학원물처럼 보이는데, 『통』은 결코 학원물이 아니다. 17세의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도 않을 뿐더라 정우가 다니는 '동진고'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가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보통의 사람은 살 수 없는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7살이나 많은 교생선생님께 친구도 아닌 아랫사람처럼 대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아니, 죽음이 바로 내 눈앞에 있다는것부터 다 말이 되지 않지만 모든걸 내려놓자. 『통』에서 그런 현실세계를 찾으면 안된다.

"너희들은 미운 시기야, 이건 시기란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너희들은 개성이 강해서조금 눈에 잘 띄는 것뿐이야. 이 시기만 지혜롭게 넘기면 너희들은 아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p.129)
『통』을 읽고 찾아 본 웹툰, 『통 시즌 1 - 천벌』속 그림체는 딱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그림체다. 진우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강덕중 선생님의 대사가 만화속에서도 그대로 살아난다. 만화는 역시나 글보다 눈이 먼저 가기에 공중에서 계단을 오르듯 움직이는 정우의 발차기 실력은 책보다는 근사하게 보여준다. 책으로 만난 정우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의 정우도 별만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책이 먼저 인기를 얻었는지, 웹툰이 먼저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16년 전 유니텔에 쓰여진 글이라니 정우의 생명력이 대단하긴 하다. 언제적 유니텔인가? 새로 출간된 내용은 16년 전과는 다르게 현실을 많이 반영하긴 했지만, 역시 싸움은 어쩔 수가 없는지 무조건 싸우고, 죽이고 난리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어찌나 싸우믈 잘하는지 조폭들도 이 아이를 어쩌지 못하는데, 정우 주변에 어쩜 이리도 이런 아이들만 모여드는지 정말 싹퉁머리없이 싸움만 하는 녀석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조직의 관리를 받으면서 조직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라니.... 듣기만 해도 뒤로 넘어갈것 같은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동진고의 '짱'인 김인범과의 첫 싸움에서 인범의 변칙공격으로 사고를 당한 후 만나게 된 윤정임은 강덕중 선생님처럼 정우의 인생에 끼어드는데, 이 아가씨도 정말 대책이 없다. 물불 안가리고 학생이 할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정우를 왜 그리 끼고 도는지 학생에게 '꺼져'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붙어있다. 이 녀석들은 정말.. 섹스와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살인조차도 아무 느낌없이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이걸 어째야하나.
가장 격하고 뜨거운 시절이라는 학창시절은 누구에게나 왔다가 지나가는 시절이지만, 이 시기가 정우에게는 남들과 같지 않다. 물론 정우 주변에 아이들 역시 그렇다. 부산 주먹의 전설로 살아왔고, 서울에서는 조용히 살기를 원하지만, 학교 내외 일진들과의 대결에서 극강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단시간에 그 지역을 평정하고, 일대 조직폭력배들의 러브콜을 받게 되는 정우. 그 와중에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 되고, 로맨스가 가능할까 싶은 교생 선생님인 윤정임의 납치와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완벽하게 픽션이다. 소설을 읽고 웹툰을 읽으면서 픽션이기에 이 소설 자체가 "남자라면 공유하라!"는 극강의 마초들의 이야기임을 자명하고 있기에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아니, 해서는 안된다. 분명 세상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안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저 웹툰에 열광했던 이들이, 원작을 읽고 싶을 때 원작을 읽으면서 웹툰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는것으로 이 소설은 만족해야 한다. 이정우를 열일곱 아이로 생각해서도 안되고, 그 주변 인물들 또한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인물로 봐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야기가 『통』이다. 하지만, 읽기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이책을 읽기전엔 심호흡 한번 하고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