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90년대 초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일년 후에 대학을 들어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스무살에 처음 맞은 문화는 직장 선배들과의 술문화였고, 동기들과의 나이트문화였다.  클럽이 아닌 나이트를 어찌나 자주 갔었는지, 늦은 야근에도 불구하고 스무살 동기 여섯이 일주일에 두번이상을 종로로 향했었던 기억이 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물질적으로도 풍족해지기 시자했지만, 그것과 나이트문화는 별 상관이 없었다.  스무살 어린 아이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였고, 그곳에선 자유만 있었으니까.  그 시절은 어찌나 놀았는지, 다음해에 들어간 대학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고, 스무살에 다녔던 나이트 문화는 그걸로 끝이 났다.  나이트 보다 회사에서 쌓인 피로를 도서관에서 푸는 방법을 알아냈으니까 말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 놀 수 있을지 자신 할 수는 없지만, 스무살은 힘이 넘치는 나이였던것만은 확실하다.

 

 

  얼마전에 엘루이호텔 사장에 대한 기사가 나온적이 있었는데, 엘루이 호텔하면 나이트클럽 '줄리아나'가 떠오를 정도로 청담동 나이트클럽 '줄리아나'는 유명한 곳이었다.  그곳을 밥먹듯이 들락거렸던 '줄리아나 오자매'이야기가 『줄리아나 1997』이다.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것 처럼 20여년전 푸릇한 20대 대학생들이 마흔을 넘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학 졸업 후 '줄리아나'라는 달랑 한편의 글을 쓴 작가 송지연에게 TV 출현의 기회가 오고, 그 곳에서 만난 유명 남성 패션 잡지 『트렌디』의 편집장 ‘진수현’과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첫장부터 수위를 넘나들고 '누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서 아주 어린 연하의 남자아이를 만나는 줄 알았는데,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이야기다.   이걸 참 뭐라 해야할지?   그리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음에도 '용감한 자매'가 풀어낸 이야기에 끌려가는 이유는 ‘줄리아나 오자매’라 불리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얼굴 되지, 몸매 죽이지, 로펌 대표 아버지에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정아’.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인정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골드미스 ‘은영’. 줄리아나 오자매의 태동이자 오자매를 클럽 줄리아나에 인도한, 세화여고 출신의 ‘세화’. 마지막으로 이대 비서학과 졸업에 미모, 지성, 관능까지 모든 걸 겸비하고 압구정에 ‘줄리아나 바’ 사장 ‘진희’와 바람피는 남편을 보고 맞바람을 피우는 무서운 작가 '지연'까지 '줄리아나 오자매'는 결코 만만한 인물들이 아니다.  두번의 이혼 후 바를 운영하는 진희와 골드미스인 은영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정이 있는 이 친구들이 은영의 남자친구를 소개받기위해서 모였다.  마흔에 사랑을 찾은 것 같다는 은영과 그녀의 사랑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친구들. 그리고 은영의 남자, 민석의 눈길을 받고 있는 진희.   어린시절부터 진희는 그랬단다.  청순한 김완선, 섹시한 강수지에게 눈이 가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진희를 따라다니는 '남자는 열쇠, 여자느 좌물쇠다. 이 자물쇠, 저 자물쇠 다 열수 있는 열쇠는 만능키라고 다른 열쇠들이 부러워하지만, 이 열쇠에도 열리고 저 열쇠에도 열리는 자물쇠는 아무 소용이 없다.  진희는 후자였다.' (p.108)는 소문은 친구들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기도 했지만, 친구는 친구이기에 이들은 또 다시 만나고 있다.

 

  상권은 '줄리아나 오자매'의 젊은 시절 이야기와 함께 지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왜 송지연이 이럴 수 밖에 없나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리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유명 패션 잡지 편집장이 '누나'라는 호칭을 쓰면서 지연에게 지분거리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처럼 지연과 수현의 이야기는 로맨스로 그려지고 있지만, 유부녀, 유부남의 썸은 불륜이다. 애정이 없는 결혼과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가 불륜을 합당하게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요즘 세태가 아줌마들의 애인을 이야기하고 직장남들의 숨겨진 애인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런 이야기는 간간히 들려오는 이야기이고 소설이나 인터넷세상 속의 이야기일뿐 현실에서는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기에 지연도 비슷한 생각으로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자신의 연하 애인을 이야기하지만 아들 현수의 친구 엄마들에게는 입을 다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권은 내내 읽기 불편했다.  소설은 분명 소설일 뿐이다.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할 나이도 아니고, 더 말도안되게 야한 글들도 읽었었는데, 왜 이글이 이렇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걸까?

 

  '수현아, 그런데 어쩌지?  난 이유가 없어.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냥 훅 니가 와버렸어.  송지연의 머리에, 가슴에, 입술에.' (p.267)  썸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긴가민가하는 사이, 연인이 되기 전 사이. 그런 사이에 놓여있는 수현과 지연.  분명 사람을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연도 알고 있다.  그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의 이어지는 외도는 지연을 수현에게 몰아놓아버린다. 지연이 외도하는 남편을 응징하기 위해서 수현을 만나는 것도, 그렇다고 흔한 아침 드라마의 소재처럼 이혼 후 백마탄 왕자님으로 수현이 짠하고 나타나서 지연의 부족한 걸 채워주고 있지도 않다.  둘이만나 밥먹고, 차마시고 카톡하는 정도가 상권의 내용이지만, 내 남편이 만약 이런다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줄리아나의 오자매의 지금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연에게 쓸 이야기는 어찌나 넘쳐나는지 모른다.  평범하지 않았던 오자매가 평범하게 사는건 힘이드는지 들려줄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하권은 멤버들 각자의 이야기와 지연과 수현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불편하다 이야기하지만,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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