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 : 생명과학 주니어 대학 10
이정모 지음, 홍승우 그림 / 비룡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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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에 관한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줄 몰랐다.  <주니어대학>시리즈에 딱 맞게 아이들에게 이런 직업도 있다는 걸 이렇게 재미있고 유쾌하게 만들어 내다니 이 시리즈 대단하다.  처음 이 시리즈가 만들어졌을떄 '심리학'에 관한 내용으로 책을 만났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재미나게 읽지 않았었는데, 과학쪽으로 내가 관심이 있는건지, 아니면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과 맞물려서 인지 아무튼 재미나고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작은 아이가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빼앗아 읽을 정도였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도 엄마 입장에서도 성공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시리즈들이 궁금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제목은 '유전자에 특허를 내겠다고?'라고 되어있지만, 이 부분은 그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생명과학'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생명'에 대해서 먼저 정의를 내려야 한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살아있다는 것을 생명이라고 단순하게 정의 내릴수 있을까?  이정모 교수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가가 보자.  1. 생명은 먹고 싼다.  2. 생명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3. 생명은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한다. 4. 생명은 자라고 자기를 복제한다.  마당에 있던 돌멩이가 시간이 갈수록 작아지는 경우는 있어도 커지는 경우는 없다.  물론 고드름처럼 점점 자라는 것도 있지만 자란다고 모두 생명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모든것을 충족하고 있어야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교수는 책을 통해 세가지로 분류를 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1부 생명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 생명 과학, 2부 생명 과학의 거장들, 3부 생명 과학, 뭐가 궁금한가요?  생명과학의 기초 용어를 시작으로 생명 과학에서 다루고 있는 직업군들까지 아이들이 흥미로워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들려 주고 있다.  딱 읽기 좋은 사이즈에 딱 좋은 분량으로 되어 있는 책에 이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들어갈까 싶지만, 이 책은 입문서지이 지식을 탐구하기 위한 책은 아니기에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이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조그만 관심이 얼마나 커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분명 이런 재미난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은 신이 난다.

 

  북극에 살고 있는 흰곰과 사막에 살고 있는 여우는 보통의 곰과 여우와는 다르다.  북극에 살고 있는 곰들은 눈이 많은 환경에서 흰색 곰이 숨어서 사냥하기 유리 했기에 흰곰만 남았고, 사막 여우는 귀가 크면 클수록 열을 내보내기에 좋았기에 지금 살아 있는 사막 여우는 모두 귀가 아주 크다.  이렇게 자연 선택은 자연 토태라고도 하는데 자연계에서 그 생활 조건에 적응하는 생물은 생존하고,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인위 선택은 특수한 형질을 지닌 생물만을 가려서 교배하여 그 형질을 일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말한다.  진화는 이렇게 '변이->자연선택->유전'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고, 변이가 자연 선택되어 유전되는 것이 진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진화했고, 진화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생명이 아니다.

 

  '생명과학'이 다루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흔하게 이야기하는 DNA를 알기 위해서는 생명에너지의 근간부터 알아야 하고, 생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를 시작으로 단백질이 우리 몸에 어떤 역활을 하게 되는지, DNA 설계도의 서랍장인 염색체와 생명 설계도인 유전자의 A,T,G,C까지 파고들수록 궁금한게 많아진다. 이런 생명과학의 거장들은 누가 있을까 궁금해 질 무렵에 작가는 찰스다윈과 크레이그 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들에게 흥미와 함께 너도 할 수 있어를 일깨워주고 있다.  진화학, 미생물학, 고생물학, 고인류학, 단백체학, 유전학, 분류학, 식품공학과 빅 히스토리와 우주 생물학과까지 생명과학이 넘나드는 분야는 상당히 많다.   이 모든 분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열려 있다.  관심 없을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책 학권을 통해서 조금의 관심이 가져지고 여러가지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는 바뀌기 시작한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길을 열어주는 몫으로 책 한권 함께 읽고 이야기 해보는것 좋지 않은가?  현명한 선택을 위한 첫번째 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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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1997 - 하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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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권보다 하권의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빠르다.  이야기의 화자가 지연이기에 지연 입장에서 수현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줄리아나 오자매'의 일원인 4명의 사랑 이야기를 한명씩 들려주기 시작한다. 30대가 이야기하는 성이 아닌, 40대의 적나라한 성을 이야기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그리 적나라하지는 않다.  워낙에 몇년동안 '그레이'시리즈 처럼 듣도보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정도 쯤이야.  현실에서는 불가하겠지만 이야기 아닌가?  작가는 소설에서는 현실에서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뻔뻔해질 수 있기에 날라리 유부녀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남자들이 바람피운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것처럼 말이다.  주변에서 무용담처럼 바람피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을 본적은 없지만, 남자들 세계에서는 그럴수도 있을것 같고..  작가에게 친구들이 실화라며 전해준 사건들을 바탕으로 썼다는 '줄리아나 오자매'들의 성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할 때가 어디 한두번인가?  신나서 수학여행 간 아이들이 한꺼번에 돌아오지 않기도 하고 거금을 안고 도망다니던 사람이 몇달전에 죽었다고도 한다.  믿고 싶지 않은 소설 속 이야기라고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단다.  막장처럼 들려오지만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의 소재들이 모두 제보를 통해 들어온 이야기들이라고 하니, 소설 속 오자매 이야기도 분명 실화라며 전해준 사건들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수현과 썸을 타던 지연은 이제 썸이 아닌 연하의 남친이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고, 수현의 중계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줄리아나 오자매가 2014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성문제를 연재하기 시작한다. 연재는 이들 모두의 이야기가 실리기 시작하고, 한명 한명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글을 쓰는 작가는 듣기도 잘하는지, 친구들은 사기 케릭터라는 정아가 아닌 지연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줄리아나 오자매'가 다시 모이게 된 계기가 된 은영의 남자 민석. 연애경험 한번 없는 은영에게 민섭은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이지만, 민섭에 눈에 들어오는 진희의 모습이 은영을 안절부절 못하게 한다.  민섭과의 경험이 첫경험이면서도 수없이 연애를 한것처럼 행동을 하는 은영과 당연히 경험이 많다고 여기는 민섭.  은영이 좋으면서도 진희에게 눈이가는 민섭의 이야기와 함께 줄리아나의 웨이터 '조용필'과의 연애로 싱가포르에 갔던 진희가 바 '줄리아나'를 열고 혼자가 되어 돌아왔다.  어떤 남자도 조용필처럼 진희를 그대로 보는 사람은 없었고, 친구를 이야기하는 민섭에게 진희의 눈이 돌아가지만, 민섭은 은영의 남자다.

 

  현실 세계에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있나 싶은 사기 케릭터 정아는 어떨까?  모델같은 늘씬한 몸매에 완변한 두뇌.  로펌의 대표로 있는 아버지 회사가 아닌 다른 로펌의 변호사로 근무하는 정아에겐 완벽했던 남편이 있다.  정아와 달리 사시에 떨어지면서 폐인이 되어버린 남편.  10년간의 섹스리스 상태로 있는 정아가 아닌 야동을 애인으로 여기는 남편에게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디에서도 이야기 할 곳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 윤상무.  그가 보내는 메시지와 그가 보낸 옷과 그가 보내는 웃음에 흔들린다.  절대 그러면 안되는데, 한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완벽한 현모양처로 보이는 세화.  오랜시간 만났던 남자가 아닌 돈많은 남자와 선을 보자마자 결혼해 버린 세화.  친구들의 눈에 세화의 남편은 가장 문제인데, 세화는 그 덕에 동생들을 돌봐주니 괜찮단다.  남편이 밖에서 딸을 데리고 오기 전까지.

 

  이들의 문제는 해결이 된다. 하나씩 다섯명의 친구가 뭉치면 해결안되는 일이 없지만 문제의 중심에 친구가 끼게되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청순한 김완선, 황진희는 어째 남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지 여기저기 그녀가 끼지 않은 곳이 없다.  지연의 남자 수현의 첫사랑, 마이지니가 진희란다.  불륜이면서 자기 남자 뺏어간다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지연은 아들 문제 외에 남편과의 문제는 거의 도를 넘은 사람처럼 행동을 하지만, 뒤에 숨겨둔 애인인 수현으로 인해서 그런것 처럼 보여지고, 그러기에 수현의 사랑은 자신뿐이어야 한다면서 아파하고 가슴 절여한다.  너무나 당연한것 처럼 말이다.  "송지연, 이 위선자야.  니 남편 바람피웠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너는 뭔데?  뭐? 남친? 그래도 되는 거니?  다른 남자 만나고 다니니까 좋아?" (p.164)  세화의 말처럼 지연은 불륜이라는 걸 알면서도 당연하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친구의 말에 가슴아파한다.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정아, 세화, 은영, 진희 모두 자신의 사랑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살을 살게 된다.  지연 역시 자신의 사랑을 찾고 기쁘게 해피엔딩인데 여기서부터가 깔끔하지가 않다.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할까?  남편의 여자가 결혼을 한단다.   그래서 가슴아픈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고, 그냥 돌맹이 보듯이 남편을 보고 있는 지연.  애인은 애인이고 남편은 남편인 이 여자가 지금의 보통 주부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  어느 주부도 아이들 두고, 남편을 두고 친구들만 아는 연애를 하지 않는다.  소설이기에 소설로만 보면 되지만, 이 해피엔딩이 깔끔하지 않은것은 사실이다.  네명의 친구의 사랑은 분명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는데 말이다.  아니, 깔끔하다고 해야 할까?  세화의 남편의 바람기가 사라진것도 아니고 그저 혼외자식이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들어난 것으로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분명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줄리아나 1997 하』은 상권보다 훨씬 가독성도 좋고 재미도 있지만, 분명한건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따라해서도 동경해서도 안되는 그런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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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4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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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옥수 작가를 처음 만난건 아이 학교에서 열린 강연회 때문이었다.  작가의 강연회를 듣는다는 설레임에 그녀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가슴 아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이야기들은 그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이기에 그냥 덮고 '책 잘 읽었다~'로 끝낼 수가 없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강사의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선 작가는 한 작품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 해주면서 완벽하게 등장인물화 된다는 이야기를 해줬었다.  책에 나와있지 않은 책속 등장인물의 버릇, 성장과정을 비롯한 모든것에 오롯이 동질화가 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턴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녀가 얼마나 긴 시간을 책속 아이로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감이 가곤 했다.

 

  작가 소개글을 읽다보니 지금까지 500회 이상 전국 곳곳의 학교 현장을 직접 발로 누비며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과 성장통을 마음으로 껴안은 이옥수는 ‘학교 현장’의 러브콜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가로서는 드물게도 중고등학교의 스타 강연자로 명성을 얻고 있단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청소년소설을 바탕으로 청소년소설 서사화를 통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고 되어있는데, 단 2시간 만난 이옥수 작가를 생각하면서 그녀답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리 많이 모이지 않은 중학생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회에서 그녀가 내뿝는 아우라 때문일 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너무 좋아,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내게도 느껴졌으니 말이다.

 

 

   '파라나'.  도대체 이 뜻이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었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이 단어가 순우리말이라는 것을 책 소개를 보고야 알게되었다.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이란다.  혹시 다른 책이 있나 찾아보니, '파라나'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책이 있다.  이 예쁜 말을 어찌 지금에야 알았을까?  청소년을 두고 하는 말이 '파라나'다.  읽으면서 이옥수 작가의 글 중 가장 유쾌한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분명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름으로 인해서 '백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백정호는 겉으로 보기에는 유쾌한 아이였다.  책을 읽은 시점엔 그랬다.  리뷰를 바로 쓰지 않고 꿈지럭거리는 동안에 생때같은 아이들이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파라나'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정호는 뒷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열일곱의 정호는 참 멀리도 학교를 다닌다.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온 정호는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소년이다.  이 아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착하다'는 단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막연히 착한 아들,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모범생으로 칭찬받는 정호는 '착하다'는 단어를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와 동일어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정호의 블랙리스트 1호 경로당 홍 할아버지, 2호 야쿠르트 아주머니, 3호 아름슈퍼 김씨아저씨를 비롯한 경비 아저씨와 앞집 아주머니, 그리고 가장 위험한 전춘희 여사까지. 그들이 말하는 '착한 아들'은 정호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행위가 아니기에 정호는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 한다.  하지만, '착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정호가 원거리 고등학교를 일부러 택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정호에게 '착하다'고 할까?

 

  착한 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니지만, 착하지 않은 정호가 자신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인터넷뿐이었다.  정호가 좋아하는 예별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UT.  'UT 안티카페'를 개설하고 UT의 팬들과 정면 승부로 날밤을 새는 정호.  '복수의 전갈'과 '악마의 발톱'의 싸움으로 정호의 밤은 너무나 짧다.  이렇게 안티카페 속 정호의 위세는 드높아만 가지만, 밤을 세는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니 학교생활이 제대로 될이가 없다.  어딘지 모르게 정호가 닮은 듯하면서 너무나 당당한 효음.  매일 빵이나 사달라고 하고 빵셔틀도 당연하게 시키는 녀석이 정호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이녀석은 뭘까?  겉으로는 센척하지만 뭔가 불안한 것 같은 이 녀석은 왜 계속 정호옆에 있는 걸까?

 

'누가 낳아 달라고 했냐고요. 팔을 못 써서 발길질로 자식을 수없이 짓이겨야 하는 아버지를 원한 적 없다고요.  두 다리가 있어도 남들처럼 걷지 못하고 양 옆으로 돌아간 발로 절룩거리는 어머니를 원한 적 없다고요.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왜, 왜요, 왜 나만 이렇게...' (p.246)

 

  정호의 부모님이 학교를 찾아오면서 정호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드러나버렸다. 몸이 안좋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다니던 어린 정호는 그때부터 '착한 아이', '착한 아들'이 되어버렸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꼬리표가 달라붙었는지도 모른다.  전춘희 여사의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라는 말로 시작된 아들 자랑은 학교에서도 이어졌고, 정호는 학교에서 효행 대상 수상자로 지목되어 상을 받게 된다.  절대 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호는 이 상이 너무나 싫다.  '왜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난, 심청이가 아니니까. 정호는 아프게 상패와 상금이 든 봉투를 움켜쥐었다.' (p.197).  상이라고 모든이에게 다 좋은것은 아니다.  심청이가 되기를 몸부림치면서 거부하는 아이에게 심청이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분명 상을 주는 이는 선한 마음이었겠지만,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준 것일까?

 

  정호는 아픈 아버지와 함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효은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되고, 효은은 정호를 통해서 과거에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아픈 아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표면적으로 웃는다고 웃는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보여 주는 눈이 아닌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싶은 정호의 마음 속 갈등은 결국 효행상을 반납하기에 이른다.  세속적이기에 책을 읽는 나는 상금이 아까웠다.  '파라나'에게 상금은 블랙리스트들이 '착한 아이'에게 주는 요구르트나, 선물과 별만 다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정호의 부모는 정호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동조해준다.  정호의 선택에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려 하는것이 아니다.  나 역시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남들이 만들어준 허울을 벗어던지고 자신을 찾으려 노력하는 열일곱, 멋지지 않는가?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인 '파라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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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도사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2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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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전쟁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신의 뜻을 들었다는 이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로 인해서 유럽 젊은이들이 이교도 타도를 외치며 십자군전쟁이 시작되었었고, 구교와 신교가 벌인 30년 전쟁 역시 '신의 뜻'이었단다.  말을 하는 이가 '신의 뜻'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그러려니 하고, 듣는 이는 읽을 줄 모르고 듣기만 하는 이이기에 눈치를 보면서 '아멘'을 외쳤을 것이다.  '사형집행인의 딸'은 구교와 신교가 벌인 30년 전쟁, 마녀사냥, 중세 시대의 암울한 가톨릭 문화, 계몽되지 않은 당대의 분위기 등을 배경으로 한 올리퍼 푀치의 작품이다.  '사형집행의 딸' 두번째 이야기인 '검은수도사'는  전편에서 만났던 숀가우의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그의 총명하고도 아름다운 딸 막달레나 퀴슬, 지적인 호기심으로 무장한 젊은 의사 지몬 프론비저와 함께 십자군 전쟁 이후 쇠락해버린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고 있다.

 

 

  주인공 주변에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셜록에게 그많은 사건들이 따라 다녔던 것처럼 야콥 퀴슬 주변에도 사건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1660년. 신교와 구교사이의 전쟁이 있고, 마녀사녕을 이야기하는 시기에 사행집행인이 계급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을까하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조선시대 백정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고, 이들은 필요할때만 쓰여지는 도구에 불과했을 것이다.  복종을 명하면 당연히 고개를 숙여햐 하는데 야콥 퀴슬은 다르다.  약학과 의학에 박식하고, 사람들에게 연민을 보낼 줄 아는 인물, 게다가 정의롭고 열정까지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마녀라 낙인찍힌 인물, 고문을 받고 처참하게 사형당해서 아둔한 사람들에게 유흥을 던져줄 인물을 구해내기위해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온몸을 받쳤다. 사형집행인에 의해 산파가 마녀가 아니란것을 밝혀내고 잠잠해진 것 같은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 잡은 바바리아 주.  겨울이 짙게 깔려 있고, 눈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게 만들어 모두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 어느 날 밤, 마을의 신부가 죽은채 발견된다.

 

  신부의 죽음에 의구심을 갖는 지몬, 사건의 중심에 항상 다가와 있는 야콥 퀴슬, 그리고 신분과 상관없이 사랑을 하는 막달레나 퀴슬.  모든것이 꽁꽁 얼을 것 같은 그 밤에, 그들은 신부가 독살되어 살해된 것을 알아내고, 신부가 남긴 다이닝 메시지를 시작으로 사건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신부의 편지로 신부를 찾아 온 베네딕타에게 지몬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독살사건과 함께 지몬, 막달레나의 애정전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고,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막달레나가 본 검은 수도사, 제비꽃 향기, 야콥을 죽이려는 자들, 끊임없이 무언가를 가리키는 메시지들.  수수께끼 같은 암시들이 하나씩 맞쳐져 가지만, 이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한 가장 경이로운 일이다.  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머리 위의 하늘도 나무도 산도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태양은 타오르지 않고 달은 빛나지 않고 아름다운 대양은 반짝이지 않는다는 것." (p.208)  

 

  베소브론 기도문의 존재를 신부의 장례식장에서 알게되면서 지몬과 베네딕타는 메시지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고, 사랑에 눈물 흘리며 정신을 못차리는 막달레나는 한겨울에 떨어진 약초를 구하기 위해 아우크스부르크로 가게되고, 야콥은 누군가의 종용으로 인하여 강도를 잡야야만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각자 다른곳에서 위기에 빠진 이들의 이야기는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다른 인물이 나올 때 마다 전에 나왔던 인물을 걱정하게 만든다.  지몬이 나올때는 막달레나와 야콥이, 막달레나가 나올때는 지몬과 야콥의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책장이 빨리 넘어가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사건은 서로 떨어져 있던 주인공들이 한곳으로 모이게되면서 해결되지만, 역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열쇠는 야콥 퀴슬이 지니고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을 퍼즐을 맞춰놓는 것처럼 하나의 큰 조각으로 바꾸어 놓으니 말이다.   

 

'Deus lo vult' (그것이 하느님의 의지다.) (p.404)

"Heredium templorum in domu baptistae in sepulcro Christi"

(템플기사단의 유산은 그리스도의 무덤 속에 있는 세례자의 집에..) (p.472)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인간은 알 수가 없다.  그저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길뿐이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인다.  그렇게 시작된 전쟁은 템플기사단의 보물까지 이어지면서 작가는 이야기 한다. '모든 책은 스스로 테마를 찾아낸다.  그래서 내 두 번째 책은 뜻하지 않게 종교에 관한 책이 되었다. 이 책은 종교가 야기할 수 있는 모든 광기뿐만 아니라, 쉽사리 신을 의심하게 되는 시기에 종교가 제공해주는 위안과 보호도 보여준다." (p.584). 책의 내용보다 작가의 말이 더 와 닿는 것은 쉽사리 신을 의심하게 되는 시기에 여전히 종교가 제공해주는 위안과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의 뜻으로 만들어진 템플기사단의 세력을 약하시키기 위해 종교의 지도자들은 남색을 말하면서 그들을 사라지게 했었고, 수백년이 흐른 뒤 그들이 숨겨 둔 보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보물이 무엇인지 밝혀지는 순간, 이게 보물일까 라는 의문을 품게 되지만, 그것 또한 'Deus lo vult'다.  모든것이 그분의 뜻일진데, 피조물인 인간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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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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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으로도 이렇게 오싹하게 만들수 있다니, 옆에 둔 책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앞표지가 아닌 뒤표지의 작은그림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올지 몰랐다.  커다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의자위에 앉아있는 알 수 없는 인물이 뒤표지로 가면 손가락 사이로 한쪽눈을 보여준다.  내가 보는것이 아니라 그림속의 인물이 몰래 엿보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이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여름도 다 지났건만 올 여름 읽은 무서운 이야기 중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싹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이다.  기기묘묘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밤의 이야기꾼들'.  100%허구라 생각했을때의 이야기와 내가 겪은 이야기라는 전제하에 전해주는 이야기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이야기꾼들 역시 허구의 인물들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현실인가하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 버리고, 그와 함께 느껴지는 공포는 배가되어 다가온다. 

 

   

"나도 잘 몰라. '밤의 이야기꾼들'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어.  멤버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 신상에는 얼굴도 포함되지.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이야기를 하되 반드시 자신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 34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하는 '월간 풍문'의 신입기자 정우는 대호선배와 함께 '밤의 이야기꾼들'을 취재하게 된다.  목련 흉가라 불리는 서울 시내의 폐가의 자정.  암흑 속 둘러 앉은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분명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믿어도 되는걸까?  지어낸 소설이 실화보다 비현실적이어야 하는데,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이 세상에서 소설은 결코 실화를 따라잡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신입기자에 귀에 들리는 이야기들은 공포를 조성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게 들려온다.  정우가 느끼기에 노인인듯한 남자의 진행에따라 한사람 한사람 자신의 이야기일수도 가족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암흑을 뚫고 들려오기 시작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분명히 잘 뒀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이면 감쪽같이 물건이 사라져서 찾을수 없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워낙에 이런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내가 잘 뒀는지 아닌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깜빡 깜빡하기에 열심히 메모를 한다.  '밤의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첫번째 이야기는 사라지는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디에 뒀는지 알 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라면 누가 가지고 간걸까? 가지고 간 주체가 있다면 그 주체는 무생물만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첫번째 이야기인 '과부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포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과부들만 살고 있는 동네.  이 동네는 왜 과부들만 살고 있지.  왜 이렇게 남편들이 죽어나가는 거지?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빠가 죽어서 과부들만 사는 이 동네, 진실은 과연 어떤것일까? 

 

  '밤의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듯한 이야기들이다.  세세하게 알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영화, 어느 책, 어느 드라마에서 스치듯 본 이야기들이다.  어디선가 봤더라 생각을 해봐도 딱히 기억속에서 찾아낼수는 없다.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한쪽을 죽여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꽤나 오래전에 만화에서 본 기억이 날듯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요즘은 워낙에 의느님의 솜씨로 비슷한 얼굴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도플갱어일까?  이야기는 갸웃거리게 만들고 의느님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릎을 치게 만들다가 소름을 돋게 만들어 버린다.  이건 사실일까?  화자가 담요를 걷어내지 않았을때의 공포가 고스란히 몰려오는 경험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다니. 아... 이 오싹함 싫다.

 

  2013년에 개봉되었던 '숨바꼭질'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 보다 더 무서운 '홈, 스위트 홈'은 따뜻하고 행복해야 할 '즐거운 나의 집'을 공포의 노래로 만들어 버린다.  그뿐인가?  '홍콩할매'로 유명한 귀신 이야기가 '웃는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홍콩할매'는 내 어린시절에도 전해졌던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녀가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될 줄 몰랐다.  아예 몰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공감을 해야만 하는지, 공감하기 싫다.  무서워 죽겠다.  그나마 '눈의 여왕'과 건우의 이야기 덕분에 오그라들었던 가슴이 펴졌다.  끝까지 이렇게 두렵고 오싹하게 나갔으면 읽다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글속에서 건우의 생각을 통해  '이야기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공기는 더 무거워지고, 기대감은 상승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느새 나는 '밤의 야야기꾼들'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p.137) 라고 이야기를 한다. 분명 궁금하게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이 오싹함이 도를 넘을 정도로 무섭게 다가온다.

 

  첫장을 넘겼을 때 만나게 되는 어린 소년의 즐거운 여름 휴가는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다.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고 자신들을 따라 같이 가자는 어른들.  슬픔으로 다가오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의 끝부분 신입회원으로 동참하게된 건우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다가온다. 사물의 단면만 보면 제대로 된 물건을 알수 없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꼴이 되는 걸 책을 읽다 문득 문득 알게 된다.  살아있는자와 죽은자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하고, 그 순간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얼마나 부지불식간인지 잊을때가 많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나뉘어지지는 않았지만 '밤의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들 중에서 건우의 이야기는 이렇게 다가온다.  그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세상에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다.  살아가는 힘. 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이런곳에 숨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싹한 공포가 조심조심 오다가 확 몰아치는 이야기.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숨어있는 '밤의 이야기꾼들'.  대단한 작가의 필력에 놀라고,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어 진다.  어쨌거나, 오늘 밤 편안하게 잠들기는 다 틀려버렸다.  무서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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