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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 누나, 혼저옵서예 -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 개론
차영민 지음, 어진선 그림 / 새움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차영민 작가의 전작을 워낙에 재미나게 읽었던 터라, 이번에도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효리 누나가 나오기에, 이효리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의 부제가 '제주로 간 젊은 작가의 알바학개론'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
그의 프로필엔 '소설가, 편의점 알바생, 요망진 제주 청년'이라는 표현이 되어 있다. 푸른 바다와 맞닿은 소박한 마을 '애월'의 G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차군. 차영민 작가가 들려주는 알바학 개론은 어떤걸까?

개론은 총론이면서도 입문서다. 어떤 학문을 시작해도, 처음엔 개론부터 들어간다. 그러니, 알바학을 접하려면 '알바학개론'을
넘겨버리고 시작할수는 없을 것이다. '효리 누나'가 제목에 왜 들어갔나 했더니, 차영민 작가가 있는 곳이 '애월'이란다. '소길댁'이라
불리는 가수 이효리가 살고 있는 곳이 '애월'이란다. 가장 핫한 인물이 살고 있어서, 제목을 요렇게 뽑은 것 같은데, 아직 알바형 차군은 효리
누나를 만나지는 못했다고 하니, 효리 누나를 보고싶은 마음에 제목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뽑은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책을 만났다면 효리 누나가
차작가님의 싸인을 받기 위해서라도 새벽녁 G편의점에 들릴것이다. 이렇게 맛나게 알바학 개론을 펼쳐내는 작가에게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근에 편의점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뿐 아니라, 우리 집 주변은 대형 마트들도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니, 새벽에도 집 주변은 어둡지가 않다. 제주는 지금까지 딱 두번 가본것이 전부이고, 그것도 몇 십년 전 일이니, 지금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바닷가라는 특성상 폭풍우가 몰아칠때면 24시간 일해야하는 편의점이 곤역을 치르는 것 같다. 폭풍우로 인한 전기가
끊겼을때의 편의점 알바의 주의사항을 이책이 아니면 어디서 만날 수 있겠는가? 글도 쓰고 돈도 벌겠다는 야무진 목적을 가지고 새벽 편의점의
알바형이 된 차작가의 글은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로의 문을 열어 주고 있으니, 확실히 '개론'은 맞다. 24시간 문이 열려있는 그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안동안'의 성장 이야기를 읽어봤다면 대략 차 작가가 어떤 청소년기를 살았는지 알수 있다. 노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차작가는
청소년기에 '천부적인 뚫기 능력'을 가졌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사서는 안되는 물건을 살수 있는 뚫기 비법을 당당하게
공개하고 있다. 물론, 공개가 되었으니, 편의점주님들과 알바생들은 꼭 숙지해야만 하는 내용이다. 아이들과 편의점 알바생과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사뭇 기대되어 지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애월에 있는 G편의점에서는 결코 사용할 수 없는 뚫기의 신공들일듯하다. 차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아이들이 사용한다고 해도, '천부적인'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를 이길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새벽이 오는 시간은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다. 그의 말처럼 그 시간을 잘 이용해서 공부도 하고, 글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오기도
하지만, 직장은 엄연한 직장이라, 시간에 맞게 일을 해야 하고, 오는 손님들을 웃는 얼굴로 맞이햐야만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알바형이 들려주는 진상 손님들과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일용한 양식이 되어주는 삼각김밥과 질기디 질긴
호빵. 오븐으로 만들어 내는 빵들과 동전을 사수하기 위해서 007작전 버금가게 움직이는 일들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다. 평범한 일상이
어떨때는 한편의 소설보다도 재미있다. 물론, 이 일상이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펙타클하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사소한 것으로 소설보다 두근거리고, 잠못드게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승만 할아버지, 진상손님들, 김사장님, 화가
아저씨까지 말이다.
알바형 차군은 확실히 작가다. 이렇게 재미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의 책을 읽은 이들이라면
제주를 생각하면 이효리 보다 차영민이라는 이름이 먼저 떠오를 것이고, 애월이라는 동네를 떠올리면 TV에 나왔다는 낙지 라면집 사장님보다 G편의점
알바형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G편의점 알바형은 아무때나 만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남들이 모두 잠이 드는 시간에 비로서 꽃을
피우듯 움직이는 인물이니, 시간을 확인하고 가야만 한다. 애월에 있는 G편의점. 편의점 카운터에 『그 녀석의 몽타주』와 『효리 누나,
혼저옵서예』가 있다면, "차영민 작가님. 사인좀...?" 하고 책을 내밀어 보자. 이 매력적인 알바형때문에 제주에, 애월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