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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만났을때 느낌... 485페이지의 꽤나 두꺼운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데, 표지도 영 내 감각을 자극하지 않았다.  뒤로 밀려놓고 나중에 읽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었다.  책들 아래 깔아놓고는 몇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책들을 먼저 읽기 시작했다.  어째서 제바스티안 피체크라는 작가명을 못 봤던 걸까?  『눈알 수집가』,『눈알 사냥꾼』의 제바스티안 피체크라는 작가명을 보게 된건 정말 우연이었다.  내가 뭔짓을 한거지?  어떻게 이 책을 소설이 아닌 현대사회를 보여주는 시사서라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요점을 콕 찝어 내기는 했지만, 재미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독일 사이코스릴러의 제왕'인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제바스티안 피테크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미하엘 초코스라는 새로운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 이력을 읽다보니 천재 법의학자란다.  아하.. 그래서 이번 작품에 법의학자가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 많이 보여지고 있었구나.  법의학 세계는 미드를 통해서만 만났으니 내 상식은 조금은 드라마틱하지만 약간은 조연의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탄탄한 논리력으로 무장하고 훅 들어올지 생각도 못했다.  그러기에 이야기는 전작들보다 현실적이고, 현실적이기에 무서움은 배가되어 다가온다.  그들이 만들어낸 인물들에 동의되어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에 빠져버리니 말이다.  상상보다 무서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던가?  작가는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날것 같은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공포를 느끼게 하고 있다.  

 

  변태성욕자이자 사이코패스 납치범.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할때는 뉴스의 한토막 기삿거리에 불과하지만, 가족과 연관지어진다면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법의학자 파울 헤르츠펠트는 위아래 턱이 사라진 괴물 같은 시체의 머리에서 전화번호와 딸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딸, 한나가 납친된것을 알게 된다.  딸을 찾기 위해서는 납치범이 남겨놓은 단서를 찾아야하고, 그 과정에서 헤르츠펠트는 태풍으로 인해 세상과 차단된 섬 헬고란트에 있는 린다에게 섬에서 발견한 주검을 부검하도록 부탁하게 된다.  과거 연인이었던 스토커를 피해 도망 온 만화가 린다는 딸의 납치로 인해 제정신이 아닌 헤르츠펠트를 돕기로 하지만, 자의는 아는듯하고, 처음 해보는 시체 해부의 부담과 함께 스토커의 흔적으로 불안에 떨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완벽하게 차단된 섬 헬고란트에 갇힌 소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납치범에게 수차례 지옥에서나 겪을 법한 일을 당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비디오로 찍히고 있고, 납치법은 소녀를 구타하고 온갖 학대를 자행한다.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의 기로에 선 소녀는 잔혹한 납치범과 맞서기로 결심을 한다.  딸을 구하기위해서 범인이 낸 수수께끼를 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독자는 소녀의 긴박한 상황들까지 따라가야만 한다.  소녀는 살아서 탈출 할 수 있을까?  헤르츠펠트와 린다는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서 소녀를 구해낼 수 있을까?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숨돌릴 수 없게 만드는 필력은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숨을 죽이게 만들고 그들의 이야기만을 따라가게 만들어 버린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적인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책장은 넘어가지만, 숨을 쉴수가 없으니 시체를 해부하는 린다처럼 떨리기까지 한다.

 

  린다와 헤르츠펠트에게 다가오는 위험은 숨을 죽이게 만들고, 시체 해부를 하는 린다를 편한 상태로 두지를 않는다.  어쩌면 딸을 납치당한 헤르츠펠트보다 차단되어 있는 섬에 있는 린다가 훨씬 위험하게 그려지고 있다.  물론, 함께 그려지는 소녀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책의 반전은 뒷통수를 맞게 하기에 조금도 과하지 않지만, 그 반전이 소름끼치게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부모와 자식이 느끼는 거리. 사건의 해결이 모든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오죽이나 좋겠냐만은 삶은 절대 그렇지가 않고, 작가는 이 모든것을 보여준다.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 선과 절대 악을 이야기 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조금 이해해달라는 건데, 그게 왜 그리 어려운지, 완벽한 고립으로 차단되어진 섬만이 아니라, 생각과 소통의 차단이 어쩌면 더 무서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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