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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ㅣ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한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것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 까지 살았던거야 이제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잎싹은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다 그 동안 왜 한번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초록머리도 저 혼자 서툴게 시작했는데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 P.189

몇해만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다시 읽었다.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무렵에 읽어 주었던 기억이 나니, 5-6년이 넘은듯 하다. 새로운 책을 읽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잎싹과 초록머리만 생각이나고,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던가하면서 글을 읽어 내렸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썼을까? 가슴이 메여오다가 엄마의 마음으로 감사하다가 닭 한마리에 정신이 팔려 출근 시간전에 책을 읽다가, 지각을 해버렸다. 그리고는 작가 이름을 다시 봤다. 아하~ 이 분이었구나. 어쩜 이리도 무심한지, 책 제목과 작가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저학년부터 시작해서 필독으로 항상 따라다니는 책들이 있다. 그 중 황선미 작가의 책이 꽤 된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 필독중에 나쁜어린이표, 처음가진열쇠, 일기감추는날, 고약한 녀석이야, 내푸른 자전거와 같은 베스트 5종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 책들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먼저 출판을 했단다. 이 책들을 다 읽었었는데, 느낌이 새롭다.
잎싹은 알만낳는 양계장 닭이다. 이 양계장 닭이 알을 낳지 않겠단다. 알을 품어서 병아리가 나오는 걸 보고, 양계장 밖, 마당의 암탉처럼 병아리들을 거느리면 유유자작 걷는것이 소원인 잎싹에겐 있을수 없는 일이기에, 잎싹은 알을 낳지 않겠단다. 그래서 모이를 먹지 않고, 잎싹은 폐계로 분류가 되어 버린다. 밖으로 나가는 줄만 알았던 잎싹은 폐계를 버리는 구덩이에서 천둥오리에 도움으로 살아난다. 마당에 사는 날개꺾인 천둥오리는 마당안의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다. 구성원이면서 이방인인 천둥오리는 잎싹에 편이 되어주지만, 오래 지켜줄수는 없다. 그 또한 이방인이니까. 마당이 아닌 다른곳에서 마당으로 들어오기 위해 애를 쓰는 잎싹에 눈 앞에 너무나 사랑스런 알 하나가 발견된다. 괴성과 함께 누군가는 분명 죽었을테지만, 그 알에 대한 동경을 버릴수가 없어, 잎싹은 알을 품는다. 그리고 그곳에 힘이 없는 천둥오리가 나타난다. 밤마다 시끄럽게 훼를 치는 천둥오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둥오리가 족제비에게 먹히고, 부화된 새끼를 마당안 식구들이 오리라고 말하기 전까지 말이다. 이 아이, 초록머리 덕분에 마당에서 살수 있을까? 초록머리의 날개끝을 자른단다. 새끼를 낳으면 마당이 아닌 저수지로 가라는 천둥오리의 말. 잎싹과 초록머리는 저수지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족제비를 피하면서 동물적 본능에 눈을 뜬다. 살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엄마를 사랑하는 초록머리. 하지만 엄마와 다른 초록머리. 초록머리에게 자아의 탐구가 일기 시작한다.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천둥오리떼에 날개짓에 초록머리는 그들과 함께 하길 원한다. 잎싹, 엄마를 사랑하지만, 초록머리는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초록머리 역시 그들에겐 이방인이다. 무서워 돌아간 마당에서 얻은 긴 끈을 그를 이방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초록머리는 알게된다. 긴 끈이 사라진 날, 잎싹의 사랑을. 천둥오리떼를 노리는 사냥꾼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사냥꾼들로 인해 초록머리는 천둥오리떼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엄마를 등져야 한다. 아가, 다리에 달린 작은 고리는 너를 알게만드는 표시란다. 철새들은 이동을 한다. 이제 한층 강해진 초록머리는 엄마를 떠나야 한다. 엄마, 엄마... 말을 하지 않아도 이젠 엄마를 만나지 못할것을 알고 있다. 잎싹도 알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의 큰 세상을 위해서 자신이 잡으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사냥꾼. 잎싹의 아기를 끊임없이 노리던 사냥꾼도 결국은 엄마였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내 새끼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것이 부모이니 말이다.
'하지만, 왠지 좋아 보이는 걸. 내 말은, 모양새는 뭐 그저 그런데,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지 우두머리가 날개를 으쓱했다. '헛간의 암탉과는 다른 것 같아. 훨씬 당당해진 것 같고, 우아하고. 참 이상도 하지. 깃털이 숭숭 빠졌는데도 그렇게 보이다니!' 그 말은 칭찬 처럼 들렸다. 우두머리가 물에 들어가려고 깃털을 매만지다 물었다. '그 애는? 안 보이는데 혹시......' 혹시 죽은 건 아니냐고 묻는 거였다. 잎싹은 때마침 힘차게 날아오르는 초록머리를 가리켰다. 우두머리가 놀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초록머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잎싹을 향해 고개를 조금 숙여 존경을 표시했다. - p.176
알을 품는것이 소원이었던 양계장 닭 한마리가 가슴을 절절이 메이게 만든다. 아동 동화를 읽으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메였던적이 별로 없었던것 같다. 어떤 것이 변하였기에 분명 읽었던 글이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읽었던 잎싹을, 이제 자기 길을 찾기위해 여기도 쿵, 저기도 쿵 들이박고 있는 큰 녀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밤마다 훼를 치다 이젠 부화되어야 하는데를 말하면서 자신을 바쳐 새끼를 지킨 부성에 눈물 흘리고, 기른정에 모든것 바쳐서 새끼를 보호하는 모정에 가슴이 메여온다. 동화 한편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도 소망을 향한 열정도 아닌, 자식 사랑에 자식을 위해서 다 버릴 수 있는 이 닭 한마리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이 100만부를 판매했단다. 거기에 큰아이 국어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단다. 책을 읽다, 글을 쓰다 울고 있으니 큰녀석이 왜 그러냔다. 잎싹 때문에, 초록머리 때문에 운다고 하니 왜 우냔다. 별로 슬프지도 않는데.. 국어교과서에는 마당을 나온 앞부분만이 실려 있단다. 이 멋진글이 아주 몽창 잘려나갔다. 교과서의 한계겠지만, 엄마가 읽은 책을 읽고도 큰 녀석은 가슴은 아프지만 엄마처럼 눈물은 나지 않는단다. 당연하다. 6년전에 나도 그랬었으니까. 책은 읽을때 마다 그 느낌이 다른다. 아마 10년이 지나 읽게 되면 그땐 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땐 성인이 되었을 큰 아이와 자신을 찾은 초록머리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