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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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선 맛보기로 20페이지 가량을 보여준다.  20페이지를 보고 난 후에 책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던지.  책이 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다른일을 할 수가 없었다.   최정호. 딱부리라고 불리는 이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덮고는 또 한번 망연자실하게 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딱부리라고 불리는 정호는 열네살이다.  곧 죽어도 열여섯이라고 우겨데는 이 녀석이, 엄마와 함께 꽃섬으로 들어온다.  꽃이 만발할 것 같은 이 아름다운 이름의 꽃섬은 분뇨와 시궁창 냄새와 상한 음식물과 간장을 끓이고 졸이는 모든 냄새가 합쳐진 곳이고, 차갑고 끈끈한 촉수를 내리는 파리떼들이 대담하게도 사람과 함께 공생하는 곳이다.  그곳은 쓰레기 하차장이다.  정말 이곳에서 사람이 살 수있을까?  산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못 살 데가 어디 있겠냐. 돈 없으면 어디나 못 살 데가 되는거지.  여기서야 파리만 좀 참으면 돈이 생기지 않냐?  이제부터 날씨 추워지면 파리 모기도 들어가고 지낼 만하단다. - p.121

 

딱부리가 아수라백작이라고 칭하는 작업반장 아저씨와 화상으로 머리에 땜통이 있는 영길이는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된다.  원래 그곳은 그런 곳이다.  일면식이 없어도 가족이 될 수 있는곳. 그렇게 의지하면서 그들은 살아간다.  냄새나고, 사람살 수 없을것 같은 그곳에서 돈이 될 수 있는 물건들을 얻기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그들은 일을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딱부리와 땜통은 아이들만의 또 다른 공간을 갖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빼빼 엄마라 불리는 신들린 버드나무 할머니.  모두다 잊혀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젠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엔 김서방네 가족이 있었다.

 

메밀묵을 좋아하고, 삼대가 함께 사는 김서방네. 강이 흐르고 건너편 들판 머리에 병풍 같은 산들이 빙 둘러져 있는 곳, 마을 어귀에 큰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곳에서 꽃씨 농사를 짓는 김서방네가 있었다.  그들이 사라져간다. 회색안개로 그들의 마을이 줄어들고, 그들이 숨을 쉴 수 없게 되어갔다.   그들을 볼 수 있는 땜통과 딱부리를 통해 김 서방네가 항상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볼 수가 없다.   작가의 말처럼 전기가 들어오고 부터 도깨비라 불리는 김서방네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물질이 넘쳐나고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고 있다.  집에서 회사에서 버려지는 음식과 소비용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지난해의 음식물 쓰레기 양이 500만톤이란다.  가름조차 할 수 없는 양이다.  꽃섬은 지금은 있지 않는 곳이지만, 예전 드라마에선 난지도를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들이 종종 있어왔다.  잊혀져 버린 이야기들과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 외출을 위해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아도, 외부사람들은 코를 쥐어싸게 만들던 곳에 살던 사람들.  온갖 폐기물과 함께 공존하던 그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결국 문명에 의해 버려진 것들이 인간을 덮어버리니 말이다.  문명의 이기와 함께, 김서방네라는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함께 공존하는 그곳. 꽃섬.  여전히 그곳을 지키는 딱부리는 이제 얼마나 컸을까?  아직도 김서방네를 만나고 있을까?

 

딱부리는 이제 알고 있었다.... 주정꾼이 토해낸 오물과 쓰레기장과 버려진 물건들과 먼지와 연기와 썩은 냄새와 모든 독극물에 이르기까지, 이런 엄청난 것들을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사람 모두가 지어냈다는 것을.  하지만 또한 언제나 그랬듯이 들판의 타버린 잿더미를 뚫고 온갖 풀꽃들이 솟아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그을린 나뭇가지 위의 여린 새잎도 짙푸른 억새의 새싹도 다시 돋아나게 될 것이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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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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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것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 까지 살았던거야 이제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보고 싶어 잎싹은 날개를 퍼덕거려 보았다 그 동안 왜 한번도 나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초록머리도 저 혼자 서툴게 시작했는데 아 미처 몰랐어 날고 싶은것 그건 또 다른 소망이었구나 소망보다 더 간절하게 몸이 원하는 거였어. - P.189

 

몇해만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다시 읽었다.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무렵에 읽어 주었던 기억이 나니, 5-6년이 넘은듯 하다.  새로운 책을 읽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잎싹과 초록머리만 생각이나고,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던가하면서 글을 읽어 내렸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썼을까?  가슴이 메여오다가 엄마의 마음으로 감사하다가 닭 한마리에 정신이 팔려 출근 시간전에 책을 읽다가, 지각을 해버렸다.  그리고는 작가 이름을 다시 봤다.  아하~ 이 분이었구나.  어쩜 이리도 무심한지, 책 제목과 작가를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저학년부터 시작해서 필독으로 항상 따라다니는 책들이 있다.  그 중 황선미 작가의 책이 꽤 된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 필독중에 나쁜어린이표, 처음가진열쇠, 일기감추는날, 고약한 녀석이야, 내푸른 자전거와 같은 베스트 5종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이 책들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먼저 출판을 했단다. 이 책들을 다 읽었었는데, 느낌이 새롭다. 
 

잎싹은 알만낳는 양계장 닭이다.  이 양계장 닭이 알을 낳지 않겠단다.  알을 품어서 병아리가 나오는 걸 보고, 양계장 밖, 마당의 암탉처럼 병아리들을 거느리면 유유자작 걷는것이 소원인 잎싹에겐 있을수 없는 일이기에, 잎싹은 알을 낳지 않겠단다.  그래서 모이를 먹지 않고, 잎싹은 폐계로 분류가 되어 버린다. 밖으로 나가는 줄만 알았던 잎싹은 폐계를 버리는 구덩이에서 천둥오리에 도움으로 살아난다.  마당에 사는 날개꺾인 천둥오리는 마당안의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다.  구성원이면서 이방인인 천둥오리는 잎싹에 편이 되어주지만, 오래 지켜줄수는 없다.  그 또한 이방인이니까.   마당이 아닌 다른곳에서 마당으로 들어오기 위해 애를 쓰는 잎싹에 눈 앞에 너무나 사랑스런 알 하나가 발견된다.  괴성과 함께 누군가는 분명 죽었을테지만, 그 알에 대한 동경을 버릴수가 없어, 잎싹은 알을 품는다. 그리고 그곳에 힘이 없는 천둥오리가 나타난다.  밤마다 시끄럽게 훼를 치는 천둥오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둥오리가 족제비에게 먹히고, 부화된 새끼를  마당안 식구들이 오리라고 말하기 전까지 말이다.  이 아이, 초록머리 덕분에 마당에서 살수 있을까?  초록머리의 날개끝을 자른단다.  새끼를 낳으면 마당이 아닌 저수지로 가라는 천둥오리의 말.  잎싹과 초록머리는 저수지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족제비를 피하면서 동물적 본능에 눈을 뜬다.  살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엄마를 사랑하는 초록머리.  하지만 엄마와 다른 초록머리.  초록머리에게 자아의 탐구가 일기 시작한다.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천둥오리떼에 날개짓에 초록머리는 그들과 함께 하길 원한다.  잎싹, 엄마를 사랑하지만, 초록머리는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하지만 초록머리 역시 그들에겐 이방인이다.   무서워 돌아간 마당에서 얻은 긴 끈을 그를 이방인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초록머리는 알게된다.  긴 끈이 사라진 날, 잎싹의 사랑을.  천둥오리떼를 노리는 사냥꾼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사냥꾼들로 인해 초록머리는 천둥오리떼 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엄마를 등져야 한다.  아가, 다리에 달린 작은 고리는 너를 알게만드는 표시란다.  철새들은 이동을 한다.  이제 한층 강해진 초록머리는 엄마를 떠나야 한다.  엄마, 엄마...  말을 하지 않아도 이젠 엄마를 만나지 못할것을 알고 있다.  잎싹도 알고 있다. 이것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의 큰 세상을 위해서 자신이 잡으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사냥꾼.  잎싹의 아기를 끊임없이 노리던 사냥꾼도 결국은 엄마였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내 새끼를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것이 부모이니 말이다. 
 

'하지만, 왠지 좋아 보이는 걸. 내 말은, 모양새는 뭐 그저 그런데,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지 우두머리가 날개를 으쓱했다. '헛간의 암탉과는 다른 것 같아. 훨씬 당당해진 것 같고, 우아하고. 참 이상도 하지. 깃털이 숭숭 빠졌는데도 그렇게 보이다니!' 그 말은 칭찬 처럼 들렸다. 우두머리가 물에 들어가려고 깃털을 매만지다 물었다. '그 애는? 안 보이는데 혹시......' 혹시 죽은 건 아니냐고 묻는 거였다. 잎싹은 때마침 힘차게 날아오르는 초록머리를 가리켰다.  우두머리가 놀랍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초록머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잎싹을 향해 고개를 조금 숙여 존경을 표시했다. - p.176


알을 품는것이 소원이었던 양계장 닭 한마리가 가슴을 절절이 메이게 만든다.  아동 동화를 읽으면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메였던적이 별로 없었던것 같다.  어떤 것이 변하였기에 분명 읽었던 글이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읽었던 잎싹을, 이제 자기 길을 찾기위해 여기도 쿵, 저기도 쿵 들이박고 있는 큰 녀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밤마다 훼를 치다 이젠 부화되어야 하는데를 말하면서 자신을 바쳐 새끼를 지킨 부성에 눈물 흘리고, 기른정에 모든것 바쳐서 새끼를 보호하는 모정에 가슴이 메여온다.  동화 한편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도 소망을 향한 열정도 아닌, 자식 사랑에 자식을 위해서 다 버릴 수 있는 이 닭 한마리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이 100만부를 판매했단다.  거기에 큰아이 국어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단다.  책을 읽다, 글을 쓰다 울고 있으니 큰녀석이 왜 그러냔다. 잎싹 때문에, 초록머리 때문에 운다고 하니 왜 우냔다.  별로 슬프지도 않는데.. 국어교과서에는 마당을 나온 앞부분만이 실려 있단다.  이 멋진글이 아주 몽창 잘려나갔다.  교과서의 한계겠지만, 엄마가 읽은 책을 읽고도 큰 녀석은 가슴은 아프지만 엄마처럼 눈물은 나지 않는단다.  당연하다. 6년전에 나도 그랬었으니까.  책은 읽을때 마다 그 느낌이 다른다.  아마 10년이 지나 읽게 되면 그땐 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땐 성인이 되었을 큰 아이와 자신을 찾은 초록머리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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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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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머리 속에서 뉴런들이 질식해 죽어가고 있었다.  귀에서 멀지 않은 곳의 뉴런들이었지만 너무 조용한 죽음이었기에 그녀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았다.


피아니시모.  Pianissimo, 음악에서 '매우 여리게'를 뜻하는 단어.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란다. 기억속 매우 여린 부분.  무엇을 말하는 걸까?  리사 제노바의 데뷔작이라는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희미해져가는 기억, 망각의 늪으로 빠져든 기억의 이야기, 알츠하이머를 다루고 있다.

 

알츠하이머. <내 머리속 지우개>라는 영화를 보면서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흔하게 이야기하는 치매처럼 나이가 많은 어르신만의 병이 아님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난 알츠하이머라고 하면 치매가 떠오르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너무나 단정하시고 너무나 완벽하셔서, 할머니의 변화는 이해가 안됐다. 여든이 훨씬 넘으셨어도 단정히 쪽을 지시고 한복을 곱게 입으시던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보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엄마는 더 아프셨겠지만 말이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2003년 9월 부터 2005년 9월까지의 기록을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의 입장에서 쓰고 있다.  50에 폐경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앨리스에게 자꾸만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녀.. 앨리스가 누구인가?  하버드대 종신교수란다. 누구도 도전할수 없는 두뇌의 소유자이고, 남들은 기억저편으로 잊혀진 것까지도 기억해내는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그런 앨리스가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것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거울을 보면서 소녀적 그녀를 떠올리다 놀라고, 자신의 아이들과 남편을 보면서 누군지 몰라한다.  거리에서 길을 잃다가, 나중엔 집안에서도 길을 잃는다.  그렇게 그녀의 700일간의 기록이 나온다. 15개월동안의 임상 실험 약 이밀릭스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그녀의 삶은 그렇게 황폐해지지는 않은 듯 하다.  에플로그를 통한 그녀는, 자신을 잃어버렸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족들에게서 잊혀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너무나 똑똑하고 멋진 그녀가 변화되어가는 가정은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모래성 같다.  그러다 갑자기 무너져 버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보면서 할머니가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  할머니도 이러셨겠지? 할머니도.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깜짝 깜짝 놀란다.  이렇게 기억력이 대단한 그녀도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는가?  요즘의 난 너무나 많은 것을 깜빡깜빡 잊는다.  입에서 멤돌뿐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 있고, 하루에도 몇번씩 잃어버린, 잊어버린 무언가를 찾아헤멘다.  갑자기 멍해지고 답답해진다. 혹시 나도 이런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책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행복만을 느끼고 있는 앨리스와 그녀를 보는 가족들.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소설속 아밀릭스는 실패였지만, 머리 속 뉴런들의 질식을 막어주는 신약이 계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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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귀신 앙괭이의 설날 알콩달콩 우리 명절 4
김미혜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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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턱을 넘어선듯 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하니 말이다.  이 여름의 문턱에서 설날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보기 시작하려 한다.    그림이 낯익다. 야호. 김홍모작가의 그림이다.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두근두근 탐험대의 김홍모 작가. 김미혜작가와 김홍모 작가가 이야기한다. 어떤 이야기냐면...  야광귀 이야기.  그럼, 시작해 볼까? 

 



설날 밤만 되면 마을로 내려와 집집마다 다니면서 사람들이 벗어 놓은 신발을 신어 보고 발에 맞으면 식고 가 버리는 귀신이 하나 있다. 신발을 도둑맞으면 얼마나 화가날까? 그런데 요 귀신이 신발을 못 가지고 가게 하는 방법이 있다니 책을 따라 가볼까 한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를 신나게 부르는 설날 아침. 소원이는 아침 일찍 까치소리를 듣고 일어나 세수하고, 곱게 색동저고리도 입고, 할아버지가 주신 코가 빨간 신발도 신었다. 일찍 차례를 지내고, 할아버지께 세배도 드렸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신발을 조심하라고 하신다. "오늘 밤에 신발 귀신 앙괭이가 오거든" "앙쾡이요?" 앙쾡이가 뭘까?  정월 초하룻날 밤에 와서 심발을 훔쳐가는 귀신이란다. 어떻하나? 소원이의 새신발을.

 



걱정하지 말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삐죽삐죽 가시투성이 엄마무에 구멍이 뽕뽕 뚫린 체를 매달아놓으면 앙괭이가 체 구멍을 세다가 그냥 가버린단다. 이상도 하지?  숫자도 잘 못 세면서 왜 앙괭이는 계속 숫자를 셀까? 그래도 걱정이 되는 소원이.  어떻게 할까?  옳지. 앙쾡이에게 편지를 써 놓으면 앙쾡이가 그냥 갈지도 모른다. 

 

오늘 낮에 똥 밟았음. 구린내 나는 똥 밟았음. 똥 냄새 지독해서 똥파리가 붕붕붕 쫓아 다녔음. - 박소원 씀. 소원이의 편지가 앙쾡이에게 전달되었을까? 똥냄새 나면 안가지고 가겠지?  엄나무에 달려있는 체를 발견해버린 앙쾡이. 또 구멍을 센다.  아참, 새해부터는 못하는 일 하지 않기로 했단다. 숫자 세기 그만. 큰일났다.  구멍세다 말고 번개같이 현관으로 가서, 딱맞는 빨간 코 신발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편지는 뭐지? 똥 밟으면 어때. 난 앙쾡인데. 뭐.

 

백두산 천지로 휘리릭. 태백산 천제단으로 휘리릭. 마니산 참성단으로 휘리릭. 소백산 연화봉으로 휘리릭. 한라산 백록담으로 휘리기. 앙쾡이는 세배 다니느냐고 바쁘다. 산신령님께 좋은 말씀도 듣고 떡국도 여러 그릇 먹고, 아~ 좋다. 기분 좋아진 앙쾡이.  소원이네 집에 들러, "똥묻은 신발은 이제 소원이 신어라!" 그리고 소원이는 빨간코 신발에서 구름냄새, 송아지 냄새와 함께 나뭇잎 한장을 발견한다.  답장. 똥 냄새? 문제 없었지롱. 코감기 걸렸거든. 에취! 코막혔거든. 에취! 그래도 내년에는 똥 밟지 마. 똥 밟은 신발은 싫다고! - 앙쾡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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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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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건 언어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깨달음이 더 크고 명징했다. 물론 우린 둘 다 영어로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미국영어와 영국 영어의 뉘앙스 차이 정도가 아니었다. 더 깊고 불안한 무엇인가가 우리 사이에 개입돼 있었다.  - P.127

 


 

낯익은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근간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을 만났다.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의 책이 밝은 세상에서 나오는 그 순간부터 말이다.  밝은세상 책들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몇번은 밝은세상 홈피에 들어가서 어떤 책이 나오나를 둘러보았기 때문에, <빅 픽처> 다음 작품으로 나오는 작품을 벌써 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책을 받는 순간 <빅 픽처>가 다시금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너무나 강렬한 이야기,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가 더글라스 케네디이니 말이다. 이번에 어떤 이야기로 나를 홀릴지, 홀림을 당할 준비는 다 됐다.

 

<은밀하게 변심한 남편은 낯선 남자보다 더 위험하다!> 이번엔 부부간의 이야기를 하나보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자꾸 돌아보게 된다. 이 책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 맞아?  <빅 픽처>를 쓴 작가가 쓴 작품이란 말이야?  <빅 픽처>에서 느껴졌던 흡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완전히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주인공 샐리때문에 어찌나 짜증이 나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내가 샐리때문에 이러고 있지?  중간부분까지 읽으면서 내가 샐리화 되어있는지, 토니화 되어있는지 모르는 이상한 일이 생겨버렸다.  이거 뭐야?  완벽하게 샐리의 입장으로만 말을 하고 있잖아?  오호... 대단하네.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필력에 혀를 내두룰 수 밖에 없다.

 

보스턴 포스트지의 카이로 특파원, 샐리 굿차일드는 소말리아로 긴급 취재를 가는 길에 영국 신문인 크로니클지 기자 토니 홉스와 동행하게 된다.  이 매력적이고 저돌적인데다, 로맨틱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샐리는 임신을 하게 되고, 모든것을 버리고 토니를 따라 영국으로 가게 된다.  서른 후반에 찾아온 임식.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임신은 그녀를 어두운 숲으로 끌고가고, 더욱이 난산으로 낳은 아들, 잭을 낳는다. 잭은 출산 중 뇌손상을 입었을까봐 몹시 걱정하던 샐리는 전형적인 산후우울증에  빠지고, 급격한 감정 변화, 히스테리, 불면증에 계속적으로 시달리는 가운데 심신이 피폐해간다.  하지만 샐리의 입원기간 중에도 토니는 야근과 잦은 해외출장을 하고, 퇴원 후에는 집필 중인 소설에 매달려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전혀 육아를 돕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본 엄마들은 안다. 아이를 낳는 것은 특별한 기쁨이긴 하지만, 그와 함께 포기해야하는 것도 많다는 것도 말이다. 그뿐인가?  기댈곳이 없는 곳에서의 출산과 육아는 심신을 힘들게 만든다.  밤에 잠을 잘수도, 그렇다고 낮에 잠을 편안하게 잘수도 없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기때문에, 아이의 배넷짓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에 황홀해하면서 삶을 지탱해 나간다.  그런데, 샐리에게 토니는 임신을 하고, 영국에 온 후,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은밀하게 변심한 남편은 낯선 남자보다 더 위험하다!>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중반부까지의 샐리의 감정변화는 읽는 이 조차도 미치게 만든다.  그녀를 이해하면서도 그 심각한 감정변화에 적응을 할수가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왠지 토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나 완벽하게 샐리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 부터 이야기는 긴장을 놓칠수가 없게 만든다.  이제부터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야기 속, 롤러코스터에 동승할 때가 된 것이다.  중분부를 넘어서 책장을 덮을 때까지, 어떤것도 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는 일 이외에는. 그만큼 흡입력이 크다.  그리고 통쾌하다.  완벽하게 샐리에 눈으로만 본 세상을 통해서, 읽는 이를 샐리로 만들어 버린다.  이래서 책을 읽는다.  이 짜릿한 마력을 끊을 수가 없어서 말이다.  여성작가보다도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한<위험한 관계>는 책을 덮자마자, 그의 차기작, <모멘트>를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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