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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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선 맛보기로 20페이지 가량을 보여준다.  20페이지를 보고 난 후에 책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던지.  책이 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다른일을 할 수가 없었다.   최정호. 딱부리라고 불리는 이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덮고는 또 한번 망연자실하게 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딱부리라고 불리는 정호는 열네살이다.  곧 죽어도 열여섯이라고 우겨데는 이 녀석이, 엄마와 함께 꽃섬으로 들어온다.  꽃이 만발할 것 같은 이 아름다운 이름의 꽃섬은 분뇨와 시궁창 냄새와 상한 음식물과 간장을 끓이고 졸이는 모든 냄새가 합쳐진 곳이고, 차갑고 끈끈한 촉수를 내리는 파리떼들이 대담하게도 사람과 함께 공생하는 곳이다.  그곳은 쓰레기 하차장이다.  정말 이곳에서 사람이 살 수있을까?  산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못 살 데가 어디 있겠냐. 돈 없으면 어디나 못 살 데가 되는거지.  여기서야 파리만 좀 참으면 돈이 생기지 않냐?  이제부터 날씨 추워지면 파리 모기도 들어가고 지낼 만하단다. - p.121

 

딱부리가 아수라백작이라고 칭하는 작업반장 아저씨와 화상으로 머리에 땜통이 있는 영길이는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된다.  원래 그곳은 그런 곳이다.  일면식이 없어도 가족이 될 수 있는곳. 그렇게 의지하면서 그들은 살아간다.  냄새나고, 사람살 수 없을것 같은 그곳에서 돈이 될 수 있는 물건들을 얻기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그들은 일을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딱부리와 땜통은 아이들만의 또 다른 공간을 갖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과 빼빼 엄마라 불리는 신들린 버드나무 할머니.  모두다 잊혀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젠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엔 김서방네 가족이 있었다.

 

메밀묵을 좋아하고, 삼대가 함께 사는 김서방네. 강이 흐르고 건너편 들판 머리에 병풍 같은 산들이 빙 둘러져 있는 곳, 마을 어귀에 큰 버드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곳에서 꽃씨 농사를 짓는 김서방네가 있었다.  그들이 사라져간다. 회색안개로 그들의 마을이 줄어들고, 그들이 숨을 쉴 수 없게 되어갔다.   그들을 볼 수 있는 땜통과 딱부리를 통해 김 서방네가 항상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는 볼 수가 없다.   작가의 말처럼 전기가 들어오고 부터 도깨비라 불리는 김서방네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물질이 넘쳐나고 넘쳐나서 주체를 못하고 있다.  집에서 회사에서 버려지는 음식과 소비용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지난해의 음식물 쓰레기 양이 500만톤이란다.  가름조차 할 수 없는 양이다.  꽃섬은 지금은 있지 않는 곳이지만, 예전 드라마에선 난지도를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들이 종종 있어왔다.  잊혀져 버린 이야기들과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 외출을 위해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아도, 외부사람들은 코를 쥐어싸게 만들던 곳에 살던 사람들.  온갖 폐기물과 함께 공존하던 그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결국 문명에 의해 버려진 것들이 인간을 덮어버리니 말이다.  문명의 이기와 함께, 김서방네라는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함께 공존하는 그곳. 꽃섬.  여전히 그곳을 지키는 딱부리는 이제 얼마나 컸을까?  아직도 김서방네를 만나고 있을까?

 

딱부리는 이제 알고 있었다.... 주정꾼이 토해낸 오물과 쓰레기장과 버려진 물건들과 먼지와 연기와 썩은 냄새와 모든 독극물에 이르기까지, 이런 엄청난 것들을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사람 모두가 지어냈다는 것을.  하지만 또한 언제나 그랬듯이 들판의 타버린 잿더미를 뚫고 온갖 풀꽃들이 솟아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그을린 나뭇가지 위의 여린 새잎도 짙푸른 억새의 새싹도 다시 돋아나게 될 것이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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