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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선인장 - 사랑에 빠졌을 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원태연.아메바피쉬.이철원 지음 / 시루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시작된다. 풋풋한 사랑이.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그대에게 전해질까봐 조마조마한데, 그대가 먼저 이야기한다. 보고싶어서 왔다고. 보고싶었다고. 튕길것 그랬나?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감기와 사랑이라고 했던가? 그 사랑이 시작됐다. 고양이와 선인장의 사랑이.

모든것을 경계하는 도도한 길고양이 외로워와 바라볼수밖에 없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선인장 땡큐. 길고양이와 선인장이라니, 동화같은 사랑이야기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난 고양이야. 생선을 제일 좋아하고 했살이 좋은 날 지붕 위세서 낮잠 자는 걸 좋아해. 난 검은색이야. 좀 밋밋하지. 근데 있잖아. 니 이름은 뭐야?" 돌릴듯 말듯 관심있는 사람에게 말걸기에 성공했다. "처음부터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검은색은 하나도 밋밋하지 않아요. " 이렇게 대놓고 관심을 표현하다니.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 그가 있어서 세상이 변하는 건지, 그녀가 있어서 세상이 변하는 건지는 알수 없지만,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오글거리는 말들이 서슴없이 입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당신을 처음 봤지만 왠지 당신과는 '우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비누, 쓸쓸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점점 사라져 버려야함에도 그를 보고 싶은 쓸쓸이도 그들의 사랑에 동참한다. 옆에서 보는 사랑은 유치하다.
사랑에 빠졌을때 1초는 10년보다 길다... 똑딱 똑딱 똑딱이 아닌 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딱으로 울리는 시계.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시간이 더럽게 안간다. 가시 다 빠진다! 가시 다 빠져... 올때 되면 오겠지. 제 발로 간 놈이 기다린다고 빨리오나? 하고 있을때, 그가 나타난다. 일초도 길다. 사랑 앞에서 언어가 얼마나 쓸데없는 원시적인 유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사랑은 마법이다. 비를 싫어하는 길고양이가 비를 맞으면서도 행복하게 만드니 말이다. 사랑은 마법이다. 일초를 무한대로 만들 다가도, 그가 나타나는 순간 시간은 무의미하게 만들어져버리니 말이다. 그리고 사랑은 미치게 만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그대만 보이게 만드니 말이다.

하나가 둘이 되는 순간. 단조로웠던 구름이 모양을 만들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날올것 같은 그 것이 사랑이다. 굉장히 독특한 책이다. 시집같은 이 예쁜책이 사랑이야기를 동화처럼 풀어내고 있다. 동화같기도 시집같기도, 아니 소설같기도 한 이 책은 오디오 그래픽 노블을 표명하고 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속에 검은 고양이가 사랑으로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원태연 작가의 마법같은 사랑이야기는 읽는 사람을 외로워로도 만들고, 땡큐로도 만들어 버린다.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도 멈춰버릴 것 같은 다리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환경미화원2: 잘 뛰네. 저거... 자기가 표범인 줄 아는 거 아니야?'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가 외로워와 함께 터질것 같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이 둘의 사랑을 바라보게 만든다.
글로 읽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게 만든다. 짧은 시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들의 사랑을 따라가는 마법같은 책이, <고양이와 선인장>이다. 인터넷책방 사이트에서 연재할때, 복면을 쓴듯한 원태연 작가의 프로필 사진 때문에 이 작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다재다능한지는 몰랐다. 시인에 작가에 작사가, 거기에 영화감독까지 했다니 말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외로워와 땡큐의 사랑이야기는 나를,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고 외로움을 사수하는 우리를 말이다. 그리고 왜 외로워가 그렇게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지를 보여주는 <고양이의 첫사랑>.... 드라마든 책이든 도도하고 나 잘났다를 외치는 나쁜 남자들이 왜이리 멋진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 매력적인 도둑고양이 까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