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국장(35)은 “4년이 넘도록 앰네스티에서 일하면서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47호] 2008년 08월 05일 (화) 10:27:36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시사IN 윤무영
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국장.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국장(35)은 “4년이 넘도록 앰네스티에서 일하면서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는 몸이 힘든 거다. 그런데 지금은 정신이 너무 피곤하다. 사소한 단어 하나, 숫자 하나의 실수에도 잡아먹을 듯 꼬투리를 잡고 들어온다.” 김 사무국장은 한국 경찰의 비협조와 딴죽 걸기에 학을 뗐다.

그녀가 소개한 경찰의 ‘방해 공작’은 다양하다. “집회 기간에 3시간 잤다”라고 증언했던 전경이 부대로 복귀했다 돌아와서는 “7시간씩 잤다”라고 증언을 번복하는 정도는 예사였다. 집단으로 입원해 있던 전경부대를 조사원이 약속까지 잡고 찾아갔는데,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퇴원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조사원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약속을 잡고 부대로 직접 찾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들 외박을 나가고 없다는 말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 사무국장은 “경찰이 대응 방법이라고 꺼내 드는 게 너무 유치하니까 화도 나지 않더라”며 반쯤 체념했다는 표정이었다.

지난 7월18일 앰네스티가 발표한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는 ‘보고서 초안의 초안’ 수준이다. 8월 중에 짧은 보고서가, 9월 안으로 정식 보고서가 나온다. 경찰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지만, 내용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정대로 일이 진행되면 한국 경찰의 인권침해 사례가 9월 UN 인권이사회에 보고된다. “UN이 이 보고서에 큰 흥미를 갖고 기다린다. UN 인권특별보호관과 표현의자유보호관도 관심이 크다”라고 김 사무국장은 소개했다. 얼마 전 한국의 국제 원조가 경제 규모에 비해 창피한 수준이라고 부끄러워했던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9월쯤 또 한번 망신을 당할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할 듯하다.

“놀라운 속도로 인권 발전을 이룩한 한국은 아시아에서 굉장히 큰 상징성을 가진 곳이다. 한국 인권이 무너지면 아시아 인권이 도미노로 무너진다는 인식이 있다.” 세계 인권활동가가 한국 상황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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