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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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칼 세이건 | 이상현 옮김 | 사이언스북스

과학 / p.672

들이 지상에 내려온다고 생각하던 시절, 사람들은 신과 관련된 환시를 보았고, 악령이 우리 곁에 산다고 생각하던 시절엔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를, 요정이 받아들여지던 시절엔 요정을, 심령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엔 정령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은 그 빈자리를 지구 밖 새로운 것, 외계인이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을 땐 접종자의 정신을 조작하기 위한 특수 물질이 들어있다 믿으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이 하늘에서 새로운 석유 매장 지점을 발견하겠다는 사기극에 넘어가 수백만 달러를 날린 적도 있었으며, 아시아 코뿔소의 뿔을 갈아서 먹으면 발기 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아시아 코뿔소는 거의 멸종 상태에 몰리기까지 했다. 

왜 사람들은 과학이 아닌 미신이나 유사 과학을 믿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근거도 없는 이 주장들이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걸까? 왜?!

그 이유를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 저자의 생전 마지막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심령 수술, 마녀재판, 악마 숭배, 외계인에 의한 납치 사건, UFO 등장 등 다양한 종류의 미신이나 유사 과학의 기원과 역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유사 과학을 바탕으로 해부된 원인을 저자가 분석, 진단하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본질과 정신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한다.

암흑시대라 불렸던 서구 중세 고대의 악령부터 시작해 그 악령이 마녀로 그리고 외계인으로 변해가던 그 과정에서 함께 알게 된 인류 역사와 사회, 문화가 흥미롭다. 그리고 그중 마녀재판이 곧 돈 문제였다는 사실과 마녀로 고발된 사람들의 고백을 들었던 예수회 신부 프리드리히 수페이 폰 라겐펠트의 고발서 「검사들을 향한 경고」 발췌본이 강렬하게 다가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통해 처음 만나본 시간으로, 그가 과학에 보내는 조금 어렵지만 애정 가득한 연서를 본 듯한 기분이다.

사람들이 과학이 아닌 유사 과학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통해 그들이 소망하고 갈망했던 것을 볼 수 있었고, 이 모든 헛소리 같은 이야기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 시민들의 마음과 삶을 보여 주는 기대하지 않던 창 역할이라는 말에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던 이야기였다. 

또한 과학 시간에 막무가내로 암기하며 어떤 결과를 내야 하는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실험만 해왔던 저자의 일화와 ‘무기력하고 호기심 없고 무비판적이며 상상력이 고갈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서 현재 과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과학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근본 가치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다음 세기에도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과학자 뿐만 아니라 우리들 또한 과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인상 깊은 글귀

 과학은 양날의 칼과 같다. 과학의 무시무시한 힘은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특히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전 지구적 관점과 미래 세대의 관점을 가지고, 민족주의와 쇼비니즘에 휘둘리는 것을 피하라고 권하는 것 등이 바로 우리가 새롭게 젊어져야 할 책임이다. 사소한 실수가 아주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p.33

■ 과학자들은 직관적으로 당연하다고 해서 그냥 믿지 않는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은 한때 당연했다.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는 것은 한때 당연했다. 사혈 치료가 질병 대부분을 낫게 한다는 것은 한때 당연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노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 역시 한때는 당연했다. 우주에는 중심이 있고 그 위대한 자리에 지구가 있다는 것 역시 한때는 당연했다. p.70

■ 헛소리와 사기와 속임수, 경솔한 생각과 바람이 사실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것은 마술 공연장과 모호한 조언을 읊는 점쟁이의 상담실에서만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정치, 사회, 종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한 나라에 국한된 일만도 아니다.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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