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제인 오스틴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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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로 손꼽히는 제인 오스틴, 그녀의 재치 있는 문체가 녹여있는 고전문학 <오만과 편견>을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만나보았다. 첫 장부터 그려져 있는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가 고전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해 가벼운 마음으로 묘하게 매력적이면서 특색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오만이란 아주 흔한 단점이지.

오만은 정말 흔하고, 우리의 본성은

그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 가지고 있건 아니면 가졌다고 상상하건,

자신의 어떤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p.28

상당한 재산을 지닌 독신 남자에게 반드시 아내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중략) 이 진리는 그 일대 사람들의 마음속에 워낙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어 사람들은 그 남자를 자기네 딸들 중 하나가 마땅히 차지해야 할 재산쯤으로 여긴다.

p.7

베넷 부부에게는 다섯 명의 딸(제인, 엘리자베스, 메리, 캐서린, 리디아)이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딸들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는 베넷 부인이 네더필드로 새로 이사오는 이웃이 엄청난 재산을 지닌 미혼 남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다섯 딸들에게 잘 된 일이라며 그 사람이 이사를 오면 바로 찾아가 보라고 남편을 설득하기 바쁜 베넷 부인, 결혼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가 결혼 이야기로 끝날 때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인물로 나중에는 웃음만 나왔다. 참으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베넷 부인의 바람대로 첫 무도회에서 제인과 새로 이사 온 재력가 미혼 남자 빙리 씨가 잘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그의 친구로 온 다아시 씨는 친절하지도 않고 오만해 보인다며 여럿 여자에게 잘못 보인다. 여럿 여자 중 한 명이 엘리자베스였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서로의 겉모습에 따른 ‘오만과 편견’으로 잘못된 길을 가다, 서로 부딪치며 알아가고, '오만과 편견'을 뛰어넘어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해 서로를 사랑하게 되니 말이다.




이 시대에는 장자만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한정상속 제도가 있다. 그로 인해 장자가 아닌 자녀들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고 직업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아녔으니 자신이 살아가려면 경제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자식들에게 주지 못하고 남에게 넘겨야 했으니 베넷 부인의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 시절 그 시대 배경을 알지 못했더라면 오직 딸들을 좋은 집으로 시집보내려고 했던 욕심 많은 엄마라며 베넷 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났을 것이다. 하긴 처음에 한정상속 제도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냐며 속으로 엄청 욕하며 보긴 했다. ㅎㅎㅎㅎ

누구 하나 나쁘게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좋은 점만 보던 제인과 제인만을 위해주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배려심 넘쳤던 빙리 씨, 이 커플은 조용조용 아기자기해서 볼 때마다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들었고, 지혜롭고 당찬 엘리자베스와 오만하던 다아시 씨가 그녀의 당찬 매력에 빠져 서로 티키타카 하던 이 커플은 유쾌하고 즐거웠다. 다아시 씨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매력미를 뽐내는데,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며 능력자 연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정말 멋졌다.

이웃으로 오게 되는 빙리 씨에게 제일 빨리 인사를 하러 가라는 부인의 말을 듣고 "내 몇 줄 적어줄 테니 가져가도록 해요. 우리 딸과의 결혼을 진심으로 허락한다,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상관없다, 이렇게 말이오."라며 익살스럽게 받아치던 베넷 씨, 정말 어디서도 못 보던 캐릭터였다. 막내딸 리디아는 크게 사고를 쳐서 나에게 '대박대박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더니 편지로 펀치 한번, 돌아와서도 펀치 한번 아주 정나미 똑! 떨어지게 했던 철없는 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 이외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각자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 명 캐릭터가 겹치는 인물이 없었다. 거기에 더해진 작가의 세련된 풍자가 웃음을 더했으니 책이 끝나고 나서는 '아~ 재미있었다.'라는 만족감 넘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왜 셰익스피어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의 대표 작가 제인 오스틴의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세계문학 필독서! <오만과 편견>, 그저 딱딱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해 손이 가지 않아 미루고 있었다면 아르볼N클래식 시리즈로 일러스트가 더해진 <오만과 편견>으로 시작해보시라고 권해본다.^^

인상 깊은 구절

오만과 편견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그럴 겁니다." 그는 묵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에 대한 평가들은 천차만별 일 거예요. 베넷 양, 바라건대 저의 성격을 지금 당장 그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쪽의 평판으로도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p.133

"불쌍한 선택이 네 앞에 놓여 있구나, 엘리자베스. 오늘부터 너는 우리 둘 중 한 명과 인연을 끊어야 해. 네 어머니는 네가 콜린스 씨와 결혼하지 않으면 너를 두 번 다시 안 볼 테고, 나는 네가 결혼을 하면 안 볼테니까."

p.155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재산은 많지 않은 젊은 여자에게 결혼은 유일하게 명예로운 생계 수단이었고,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는 확신은 없더라도 궁핍을 예방하는 최선의 대책인 건 틀림없었다.

p.168

"안간힘을 써 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래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p.255

그렇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이렇게 달라졌다는 사실은 놀라움뿐만 아니라 감사의 마음까지 자아냈다. 그 힘은 사랑, 열렬한 사랑인 게 틀림없었다.

p.349

“제 미모에는 처음부터 아랑곳하지 않았고, 제 태도, 당신에 대한 제 태도는 줄잡아 말하더라도 거의 무례한 수준이었죠. 당신에게 말을 할 때면 늘 고통을 주려고 했고요.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 보세요. 제가 건방져서 좋아진 건가요?”

“발랄한 마음이 좋았습니다.”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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