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 90년대 이후 중국사회, 2007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11월의 책, 2008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쑨리핑 지음, 김창경 엮음 / 산지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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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기는 이제 한국인의 국민적 과제가 되었다. 갈수록 중국의존도, 아니 중국과의 교류도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중국 관련 책이 나올 때마다 괜한 압박심리를 느끼게 된다.

단절이라 이름붙인 이 책의 본명은 단열(斷裂)이다. 이미지 면에서 단절은 크게 둘로 나뉘어 끊겨 있는 모습인데, 단열은 그보다는 여러 갈래로 찢긴, 갈라진 모습에 가깝다. 아마 단열이란 말이 중국식 한자어이기에 이렇게 옮겼으리라.

저자 쑨리핑이 본 중국사회는 여러 갈래로 찢긴 모습이다. 전체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사회지만, 그 주역으로서 성장의 혜택을 듬뿍 누리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부스러기밖에 얻지 못하는 집단도 있고, 완전히 소외된 집단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도농간의 심각한 격차, 도시내의 격차,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도시화, 심각한 실업 및 과잉노동력 문제, 사회안전망의 부재에 다른 과잉저축과 내수경기의 침체, 신뢰의 위기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는 이 문제를 중국이 서구나 일본, 한국과는 다른 길을 걷는 데서 생기는 문제로 본다. 후진국에서 성장의 시동이 걸려 확산되는 것을 지칭하는 trickle-down이 중국에서는 잘 안된다고 설명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중국의 길이 서구나 일본, 한국 등 그보다 현재 앞서 있는 나라들이 간 길과 크게 다른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인구상 너무나 거대한 국가여서 경제성장의 시동이 걸린지 한참 지난 지금도 그 파급효과가 농촌, 오지에까지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장님 코끼리 더듬기가 아니라 개미 코끼리 기어가기라고 할 정도로 중국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한 부분을 소개해주는 책으로서 이 책은 유용하다고 본다. 다만, 저널리스트가 쓴 그간의 중국 소개 번역서와 달리 대학교수가 쓴 책이라서인지 읽는 '재미'는 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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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좀 굴려보시죠!
조엘 살츠먼 지음, 김홍탁 옮김 / 김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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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값이 별로 안아까운 책!

출구 없는 미로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른 양 똑같은 행동, 생각을 반복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다. 여러번 실패하곤 지레 도전할 생각도 못하고, 또 생각해 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거 말이다.

머리 좀 굴려보시죠! 이 책은 머리만 쓰면 얼마든지 답답한 현실에서, 평범한 일상에서, 한심한 실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북돋워준다. 그리고 머리쓰는 구체적인 방법과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우 친절하고, 재미있게.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실패는 좋은 것이라니. 실패가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실패를 좋은 약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냈는데 남들이 황당하다거나 시큰둥해 하는 반응을 보이면 기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죽지 말라니.

하지만 어쩌랴. 믿을 건 알량한 머리밖에 없고, 견뎌내야 하는 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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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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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지 1년도 넘게 보지도 않고 책장에 꽂아 두었던 책을 뒤늦게 분 바람 덕분에 읽었다. 

내용이야 수없이 소개되었으니,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다만, 오클랜드 구단의 빌리 단장이 약자가 사는 법, 약자가 이기는 법을 과학에서 찾고 실천했다는 점은 새삼 주목하고 싶다. 흔히 약자는 강한 정신력으로, 꼭 해내고 말리라는 초인적인 의지로 어려움을 이겨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열악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이 초인적인 노력과 눈물겨운 분투를 보여서 성공한 이야기는 많고, 우리는 그로부터 큰 감동과 교훈을 받는다.

하지만 오클랜드 구단의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시장에는 빈틈이 있고, 그를 포착해서 째고 들어가는 과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수나 야수, 타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잘못되어 있으면 팀의 구성 및 팀 운영 방식, 감독의 전술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마땅히 챙길 수 있는 승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빌리 단장은 과거의 타율이니 방어율이니 하는 전통적 평가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아이디어(그가 독창적으로 발견해 낸 게 아니라 아웃사이더 평가자들이 발견하고 연구한 것)를 채택해 그를 적용해서 승리 확률을 최대한 높인다. 선수 출신 감독의 감에 의존한 야구를 데이터에 입각한 과학의 야구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가 수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나는 이 책의 메시지를 약자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의 빈틈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하고 싶다. 언제까지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길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은 지치니까. 어느 분야에서건 과학적 생존법, 성공법이 있을진대 그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덮은 뒤의 느낌은 감동 자체다. 책의 주인공인 오클랜드 구단의 빌리 단장이 펼친 현실의 드라마도 감동적이지만, 이런 책을 쓰는 필자 마이클 루이스의 저술능력도 감동적이다. 대단하다.

처음부터 중반부까지는 좀 지루했다. 한 때 야구에 미쳤던 나로서도. 사실 처음 사서 읽다가 그만둔 것도 지루해서였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으니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높아지고 특히 팀의 역사적인 20연승 게임을 설명한 부분은 정말 극적이었다. 게다가 그냥 열심히 해서 이긴 게 아니라 확고한 원칙에 따라 이긴 것을 설명한 책이기에, 격언으로 삼을만한 구절도 많다.

약자로서 사는 법을 고민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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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부자들
다치바나키 도시아키 외 지음, 홍찬선 옮김 / 사회평론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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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사회에서 책 제목을 '일본의 부자들'이라 뽑으면 솔깃하리라. 부자가 되기 위해선 부자를 닮아야 하고 그럴려면 그들의 행태와 심리를 알아야 한다... 는 류의 책들이 넘쳐나는데, 이 책도 제목만 보고선 그런 책인가 어떤가 하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책장을 펼쳐보니 일본 고소득자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서였다. 부자의 마인드, 투자처 등에 관한 책이 아니라. 저자도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대학 교수들이었다.

연소득이 1억엔(8억원 가량)이 넘는 고소득자를 국세청 자료에서 찾아내 직업, 연령, 학력, 소비와 저축 행태, 여가생활, 상속관계 등의 설문지를 보내서 답해 온 자들을 분석한 것이 이 책이다. 8% 정도가 설문에 응했다고 한다.

재테크 정보는 없다. 다만 일본 사회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순 있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사회였다. 부자는 도쿄에 많았다(서울보다는 집중도가 낮은 것 같지만). 또, 의사와 기업경영자가 고소득층이었다. 다른 점으론 평균적으로 변호사가 고소득직업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를 일본에서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의사는 자녀를 의사로 키우는 성향이 강한 반면,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사회계층에 관한 설명이다. 소득, 교육, 직업위신을 사회계층의 3대 결정요소라 할 때, 비일관층(소득은 높은데 직업위신이 없다든가, 소득은 낮지만 높은 교육수준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한다든가 등 계층결정요소 중 어느 하나만 갖추거나 어느 하나가 빠진 것)의 비중이 지난 수십년 사이에 커졌고, 하위1분위층(소득, 교육, 직업위신 모두 별볼일 없는 진짜 하층)이 격감했으며,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상위1분위층(찐짜 상류층)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 변화를 볼 때, 사회의 선진화란 별볼일없는 진짜 하층은 감소하고 소득이나 교육, 직업위신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중간층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1985~1995년 사이에는 하위1분위층의 비중이 다시 커졌는데, 이는 '하류사회'화의 경향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뭏든 일본의 부자는 이렇게 하니 나도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되어야 겠다라는 교훈은 얻을 수 없지만, 일본 사회에 관해서 좀더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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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대형 옮김 / 형설라이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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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둔감해야 세상을 잘 살 수 있다!

무릎을 쳤다. 참으로 대단하다. 이런 걸 포착해서 세상에 알려주다니.

둔감함이란 이제껏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둔감함이란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니 무지함, 멍청함, 무신경, 무대응 등을 함의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이 책은 적당히 둔감해야 건강하고 연애도 잘하고 결혼생활도 잘 유지하며 회사에서 남과 더불어 일도 잘 할 수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가 의사 출신이긴 하지만 무슨 신경과학이나 인지과학, 심리실험 등의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어렵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일들을 갖고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예민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몸이 예민하면 아토피나 알러지를 일으키게 되어 있고, 성격이 예민하면 남들로부터 상처도 잘 받고 또 남에게 화도 잘 내서 내면적으로는 우울해하고 남들과 잘 지내기도 힘들다.

그러니 적당히 둔감해지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런 걸 포착해 개념화한 그가 일본인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본사람들은 한자를 많이 써서인지 조어력이 좋다고 한다. 오마에 겐이치가 만들어낸 즉전력(卽戰力)이란 말을 봐도 그렇고...

아뭏든 그가 다음에는 둔감력 훈련법을 알려주면 어떨까 한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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