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어린 시절의 문구점은 갖고 싶은 모든 것이 있는 장소였다. 학교가 끝난 후에 친구들과 하루의 일과처럼 들리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주거나 받을 때도 항상 찾는 곳이었다. 지금은 예전의 모습과 유사한 문구점은 도심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간혹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 앞에 있는 작은 문구점이 그런 느낌을 자아내고는 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잘 없기 때문이다. <츠바키 문구점>은 어린 시절에 자주 찾았던 그 문구점을 떠올리는 역할을 가장 먼저 했다. 츠바키 문구점은 이름 그대로 츠바키가 운영하는 문구점이다. 이 문구점은 어린 시절에 봤던 작은 구슬과 같은 자잘한 모든 것을 팔기 위한 문구점은 아니다. 츠바키 문구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대필을 의뢰하기 위해서이다.
대필.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글씨 장인'의 길을 걷고 있는 주인공은 선대의 명맥을 이어가며 사람들의 여러 가지 사연을 대신 써주는 사람이다. 관광 기간이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계절마다 다양한 사람들, 여러 가지 사연들을 지닌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마도 저자가 계절별로 파트를 나눈 것은 주인공이 한 해의 시작을 여름부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겠지만, 각 계절마다 그 계절에 어울리는 사연이 등장한다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잠시 했다.
<츠바키 문구점>은 사람들의 여러 가지 사연을 보는 재미, 그리고 그들의 사연을 대신 써주게 되는 과정, 그리고 사연을 써 준 후에 결과를 지켜보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사람들의 사연을 대신 써주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어떤 종이를 고르고, 어떤 펜을 고르고, 어떤 우표를 고르기까지의 이 모든 과정들이 마치 내가 직접 편지를 써주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이 편지를 써 가는 과정의 디테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는 곳 어딘가에도 '츠바키 문구점'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직접 거절하기 힘든 말, 전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말 등을 대신 정돈된 문장으로 써준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편지 한통이겠지만 이 편지를 쓰는 과정을 보면 많은 것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나니 온전한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 받아보는 것, 또는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 보내보는 것들이 소중해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