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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문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평점 :
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붙잡고 망설인다. 이 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선다, 이 문을 열지 않고 문 앞에서 돌아선다……. 문 뒤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예상은 하지만 확신은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살인의 문’이다. 두 개의 두툼한 책으로 다시 찾아온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 속의 긴장감은 여전했고 새로웠다.
‘살인의 문’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지루하지 않다. 주인공인 ‘다지마’, 그리고 그의 친구 ‘구라모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다지마’의 친구 ‘구라모치’가 이 이야기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걸까란 생각도 잠시. 그의 끊임없는 등장은 ‘다지마’의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축을 이룬다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
‘다지마’와 ‘구라모치’가 어린 시절부터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는 그 나이까지 함께 또 따로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 모두가, ‘살인의 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설까 말까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 원인들이 연결되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에 대한 것은 마지막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고해서 ‘구라모치’만 ‘살인의 문’을 열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다지마’의 인생에 있어서 ‘구라모치’가 한 쪽 축을 이루는 인물이라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사람은 바로 ‘다지마’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살인의 문’은 선택의 연속이다. 책을 덮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번 선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 결정에 대한 대가, 그리고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별 것 아닌 일에 화가 나는 매일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 대한 기대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살인의 문’은 한 번쯤 읽고 자신의 순간순간 선택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