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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ㅣ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삼국지라는 역사책이든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책이든 이 책의 주요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유비다. 어떤 면에선 주인공으로 보이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의 강렬한 캐릭터 덕분인지 사실 빛이 잘 안 났다. 신으로 추앙 받게 된 관우라던지 코믹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장군 캐릭터인 장비 등이 더욱 인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것은 매한가지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살다 보니 삼국지연의의 악역인 조조가 주목 받는 시대가 되기도 했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유비란 인물이 주목 받은 시기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라는 책은 어떤 면에서 엉뚱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유비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책이다.
유비에 대한 진면목은 성장통을 겪으면서 계속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학습형 인간이란 점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엔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유비란 인물이 성장하는 인간이란 면에 초점을 맞췄고 그를 통해 아무 기반도 없었던 유비란 인물이 겪게 된 난관과 그에 따른 변화와 성장, 그리고 리더로서의 자리매김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 속에서 유비란 인물은 하나의 특정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하나의 난관을 이겨낼 때마다 더욱 멋진 인물로서 성장한다는 점이다.
평원형이란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천의 촉한의 수장이 되는 과정에서 유비는 다양한 사건을 상대하게 되며, 그 사건들 중 상당수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대다수였다. 그런 과정에서 그의 개인적 성품과 함께 난세를 살아가는 처세술과 함께 난세의 규칙을 알아가는 대목들은 무척 인상 깊었다. 그는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면서도 그것을 극복해 내가는 초인적 인물이 돼가고 있었던 것이다.
유비는 조조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 사람이다. 조조는 일을 도모하기 시작할 때부터 엄하다는 평판을 들을 만큼 신상필벌에 강했다. 또한 자신의 위치와 상대의 위치를 저울질하며 자신의 권력을 휘두를 때엔 주저 없이 힘을 휘둘렀다. 그래서 상대가 상황논리를 받아들여 그에게 상대하기 보단 충성을 해서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도록 만들었다. 조조는 계약관계를 명확히 해서 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조조는 관우를 얻지 못했다. 아무리 해도 관우는 유비라는 인물에 기울었고 결국 유비를 위해 죽었다. 이런 이유는 유비의 인간적 매력과 함께 상대를 위한 배려 섞인 마음이 주효했다. 성품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사람을 버리지 않은 그의 평생 전략이 주효했고 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잘 알았던 그의 혜안 덕분이었을 것이다. 형주가 조조 손에 들어갔을 때 그를 따랐던 수많은 주민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유비 사후에도 최선을 다했던 그의 부하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숭상했던 인물들에겐 조조가 비열하게 보였을 것이고 반대로 유비는 최고의 리더로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인정의 정치에서 제도를 기반으로 한 통치기반으로의 전환을 모색한 부분에선 많은 생각을 하도록 했단. 장비를 북으로, 그리고 관우를 형주에 배치함으로써 좀 더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모습은 분명 그의 성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또한 그의 장점 중 하나인 미래를 보는 혜안이 돋보인다. 과거든 현재든 어서 빨리 성공하는 모습은 각광을 받게 된다. 열망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유비는 세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느리지만 인망을 쌓고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그는 몸으로 터득했을 것이고 서촉을 자기 땅으로 삼을 때 가맹관이란 조그만 지역에서 인망을 쌓음으로써 결국 서촉의 유력 인사들이 그를 리더로서 맞이한 대목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천재 봉추도 생각하지 못한 그의 혜안과 뚝심은 이 책의 최고의 명장면인 것 같다.
이 책은 지금까지 주목 받지 않았던 유비를 예리한 시선으로 보면서 하나하나 그의 진면목을 나열해준다. 동시에 책의 표현력은 특히 인상깊었다. 현대 경역학과 같은 뷴야에서 주목하는 이론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유비의 현대적 가치를 확인시키고, 또한 적적한 비유와 사례를 책을 즐겁게 해준 양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왜 지금까지 유비를 잘 울면서 누군가의 도움만 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유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 등으로 인해 편향적으로 봤는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자오위핑’의 이 책은 무척 가치가 있는 책이다. 결국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은 책이라면 이 책은 나에게 그런 기회를 줬다. 유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