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의 절박한 탐구의 기록들
찰스 몽고메리 지음, 윤태경 옮김 / 미디어윌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도시 속의 삶은 저주받은 것처럼 불행한 것으로 묘사됐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입식으로 교육받아서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도시 속의 삶은 소외나 오염 등의 부정적 단어로만 연결된 것 같다. 그래서 농촌이나 자연 속의 삶이 환상적이면서도 이상적으로 묘사됐는지 모르겠다. 사실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 마냥 행복할 리 없고, 노동과 같은 치열한 삶의 현장을 벗어날 수도 없다. 농촌이나 자연 속의 삶이 그것의 예외는 될 수 없는데 힘든 도시 속의 삶이 좀 과하게 비쳐진 탓인지 모르지만 그에 대한 동경에 대상이 된 반사이익을 누린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 사는 어느 곳이거나 힘들지 않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무척 중요한 것들을 다시 발굴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혹은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인가? 이것은 인간이 살아오면서 되새김질해온 질문이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말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책은 그리 많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제 환경 파괴와 에너지 고갈 같은 지구의 위기가 직면한 이 시점에서, 인류 태반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질문에 ‘찰스 몽고메리’라는 작가의 작품인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는 답을 한다.
  체계적인 구성과 짜임새 있는 내용, 그리고 중심의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풍성한 내용을 담아내는 작가의 뛰어난 글쓰기 능력이 우선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꼭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날 만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작가의 문장능력 이상의 그 무엇들로 풍부하다. 현재의 도시문제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물론 그 이면에 담긴 사회 정치적 긴장관계를 제대로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 그리고 인간의 시민의식 복원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우파들이 싫어하는 책이다. 도시 속에서의 공동체의 복원, 이웃들과의 친목 활성화를 통한 인간성 회복, 그리고 삶의 비용을 많이 요구하는 것들로부터의 탈피 등,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이끄는 것들로 넘치고 무엇보다 우파들이 극도로 반대하는 자산가치의 하락을 요구하는 것들이 태반이다. 도시의 확산이라는 교외지역의 활성화를 통해 투자기회를 넓히고 그에 따른 집값 폭등과 비싼 임대료 수익은 물론 자동차 소비 등의 촉진을 통해 자산가치와 주식 가격의 폭등을 염원하는 우파 입장에서 이 책이 제안하는 것은 구미에 당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시 속에서 살고, 그 속에서 통근거리를 짧게 하면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을 하는 것은 개발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사실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자동차를 안 타면 결국 자동차 회사가 문을 닫아서 디트로이트와 같은 패망하는 도시가 생긴다고 위협을 주는 시점에서 이 책의 기본적 가치를 만든 뉴 어버니스트들의 주장은 매우 쓴 독약처럼 들린다. 그리고 막고 싶을 것이다.
  이 책에서 심도 있게 추적하지 않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좌와 우익 간의 긴장관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베이비 부머들의 삶의 방식이었던 개발방식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아니 그럴 것이다. 즉 세대 갈등이 숨어 있다. 교외 확산은 물론 자연의 훼손시킬지라도 소비를 극대로 끌어올려 일자리와 공장을 창출함으로써 생존해온 이들이 바로 베이비 부머들이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자신의 세대들보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활력을 찾기 힘들다. 그리고 빈부의 격차의 확대는 물론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위기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베이비 부머들의 방식은 매우 위험한 방식임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새로운 방법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이 우파 지지자들과 베이비 부머들의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방법이 아닌 것들이 요구되고 추진된다는 점이다. 또한 새로운 방식이 어쩌면 지구와 도시를 위한 유일한 방식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성이든 탐욕이든 솔직히 안 하고 싶은 것들이란 점이다.
  하지만 과연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가 없어지고 있는 지금, 자동차 운전은 돈 먹는 하마일 것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이동 방식으로 가능했던 교외지역으로의 확산은 더 이상 사람들이 버틸 수 없을 만큼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교외지역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결국 빈부의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결국 다시 도시 내부로 들어와 살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오래 버틸 수 있으며, 자동차로 인해 상실된 건강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파와 베이비 부머들의 양보는 어쩌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일 뿐이다.
  이 책은 아주 대단한 모험가들의 발자취와 그들의 성공을 통해 뉴 어버니즘의 실용성을 증명하고 있다. 100%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에 따른 변화를 생생한 장면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서울 역시 이런 뉴 어버니즘의 도전에 부응하면서 자동차를 없애는 거리들을 늘리고 있다. 아직 시작이겠지만 한국 사회 역시 지구와 인간의 위기 속에서 부응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뭔가를 해야 하고, 그에 대한 아이디어를 뉴 어버니즘에서 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 어쩌면 잃어버린 주인의식이라 할 시민정신의 가치를 새삼 느낀다. 혼자만으로 할 수 없는 변화를 결국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확신을 이 책이 선사한다. 그러기에 무척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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