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논어를 써라 내 마음과 삶이 변화하는 고전 쓰기의 힘
신창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 순간부터 논어를 읽고 싶었다.
  공자는 공동체를 고민했다. 공동체를 통해 많은 것들을 해결하려는 철학자로서 어쩌면 그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모른다. 비록 가상의 공간에서의 만남이었겠지만 공동체를 통해 인위적인 가치관을 만들면서 세상사의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공자의 노력을 폄하했다는 노자의 비판은 어쩌면 현대인의 입장과도 같을지 모른다. 특히 정부의 폭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 이 시점에서 노자의 편에 서는 이들이 많고, 서구 유럽에서 들어온 개인주의 역시 정부의 폭력성을 고발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취지 역시 노자와 비슷하다. 그래서 공동체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정부의 폭력성으로 인해 공동체의 가치가 제고되는 상황을 자주 목도하는 현실이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하지만 폭력이 존재한다고 질서유지와 인위적 가치관 구축이 마냥 문젯거리만 양산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은 계속 남게 되며, 이 지점에서 공자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공자의 견해가 갖고 있는 현대성이다.
  사실로부터 가치를 입증하려는 노력은 오랜 시기부터 시도되어 온 도전이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야 할 윤리와 도덕을 찾는 노력은 어쩌면 윤리학자들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였고 특히 공동체적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겐 운명을 좌우할 만큼의 중요하면서도 거친 주제였다. 공자 역시 그런 노력을 한 대표적인 학자였다. 하지만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윤리를 연결시키려는 시도 속에서 다양한 모순이 발견되면서 공자와 같은 이들의 노력이 점차 의문시돼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은 계속 위협받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상대주의 시대다. 세계화 속에서 다양한 공동체와 무리들을 만들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가치관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며 꼭 고집할 필요도 없다는 인식이 계속 번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은 공동체 우위의 절대적 가치관이 스스로의 기반을 상실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어쩌면 공자에 대한 노자의 비판이 더욱 강렬해지는 시점이다. 그런데 매우 중요한 것이 있다.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 역시 다른 생물들처럼 삶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행복한 삶을 살려 한다면 혼자 힘으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공동체 이외의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공자의 고민은 현대에 다시 빛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가치관의 인위성을 갖고 있으면서 그 편협성에 대해 비판을 하지만 결국 공동체 이외에 인간의 삶을 가장 잘 보장하고 잘 영위시킬 수 있는 것도 없다. 인간은 호랑이도 아니고 사자도 아니다. 그런 맹수들과 비교해서 인간의 육체는 한없이 약할 뿐이다. 동시에 인간 간의 대결에서도 집단을 이룬 인간들에 대한 보호막이 개인의 입장에선 한없이 약하다. 따라서 결국 집단, 더 나아가서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공동체 내의 인간들 사이를 나름 타당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공통된 인식이 필요한 것이며, 서로 오래 갈 수 있는 정당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공동체적 가치관이 비록 주관적이고 편협할 수 있지만 그런 것들은 공동체가 구성됐다면 매우 자연스런 것이며,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자연적 사실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동양의 공자의 이야기는 무척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위계적 질서일 수 있지만 군자나 성인들은 사회적 가치를 독차지하는 인간들이 아닌, 과도한 책임을 지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이며, 이런 이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건전성은 강해지는 법이다. 공자 입장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강조를 뒀을 것이며, 교육의 내용을 고전에서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현재 교육받고 있는 것들 역시 과거의 뛰어난 지혜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공자 역시 현대적 혜안과 다르지 않다. 공자는 과거에 집착하는 이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과거를 탐구하는 근대적 과학정신을 갖춘 철학자다.
  공자가 생각한 사회는 강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착한 인간이 과연 교육만으로 끊임없이 재생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점은 모든 이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현대적 의미에서 시민의식의 실종이 부른 참사는 많은 이들을 고통 받게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공동체 붕괴라는 불운을 가져오고 있다. 공동체 내의 사인의 욕망과 횡포는 사실 정부의 폭력 못지 않게 문젯거리다. 특히 위정자들의 개인적 탐욕으로 인한 고통은 몇 명의 고통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 해야 할 필요성이 점증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자의 이야기는 음미해 봐야 한다. 오늘날 실종돼가고 있는 시민의식과 공자 시대의 성인이나 군자의 도덕관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공동체를 지키고 공동체 내의 사람들의 관계를 잘 조정하며, 공동체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시민과 과연 그리 큰 차이가 날까?
  바로 여기다. 공자의 주장이 결코 고리타분한 사자성어의 나열이 아닌, 책임 있는 지식인의 필요성을 역설해서 오늘날의 현대인들도 경청해야 할 주장이란 사실을 말이다. 공자의 생각을 오염시켜 사리를 취한 권력자들에 대해 동양의 근대는 도전하면서 성장했기에 공자 역시 동시에 비판 대상이 됐다. 하지만 공자의 주장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위계질서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독차지하라고 주장한 부분은 공자의 주장을 담은 논어에서 찾기 힘들었고, 도리어 희생하라는 이야기가 도처에 깔렸다. 이런 사회가 과연 공동체의 만족도를 낮출 리가 있을까?
  자연의 질서를 개인의 윤리와 연결시키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윤리로 확대시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어 보이는 도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통치제도의 건강함을 만들려는 도전은 오늘날에도 많이 있다. 왜 그럴까? 그건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시대적 요청이다. 그런 도전이 무수히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야박한 비판은 그런 도전에 기인한 이론의 약점들을 여지없이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런 노력이 무가치한 것일까? 도리어 그런 야박한 비판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그런 노력 아니었을까? 아마도 내가 고민했던 것을 공자 역시 고민했을 것이며, 논어 속에 담긴 공자의 확신과 겸손함 속에 그에 대한 답이 있었다. 비판을 하되, 가치를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개인적으로 자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책, 논어는 그런 나를 뒤흔들고 채찍질해준 의미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