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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평점 :
풍경이란 말이 마음에 든다. 환경이란 말보다.
어딘지 모르게 무미건조한 환경을 지킨다는 것은 확실히 과학적이면서 객관적이고, 그래서 어딘지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다. 반면 풍경이란 단어엔 어딘지 모를 낭만이 있고 내 감각으로 바로 다가오는 기억들이 존재한다. 비록 미지근하지만 말이다. 저자 백진이 환경이란 말보다 풍경이란 말을 사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 가면서 느꼈던 내 감각을 통해 얻었던 매력이 참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려하면서도 풍요로운 저자 백진의 글을 따라가보면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에게 색다른 세상을 전해준다. 전혀 다른 곳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특색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는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다르기 때문에 색다르며, 그를 통해 자신의 것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순간 당연한 것이라 여겨서 그 가치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 그리고 다른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진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생활의 매력을 다시 찾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문화의 매력 역시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이 책은 그래서 창 풍부하다.
사람이 풍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인지는 사실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간접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보게 되는 풍경을 통해 사는 인간의 삶은 여러 가지로 재미있었고 의미도 있었다. 다른 풍경 속에 각자의 삶의 방식과 터전을 닦고 있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나름의 철학과 종교를 만들며, 그 속에서 나름의 주관과 세계관을 만든다는 것 역시 알면서도 사실 감각적으로 느끼지 못한 사실이다. 철학에서부터 종교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의 풍부한 경험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고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울려 사는 풍경’이었다. 더불어 사는 가치와 함께 그것을 구현하려는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기반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계를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할 때, 광장의 매력을 모든 이들이 느꼈으면 한다.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열정이 녹색이란 것으로 획일화되는 시점에서 자연의 색이 다채색이란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 역시 인상 깊었다.
환경파괴로 인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인간에게 결국 자연은 생명을 건지는 유일한 수단이란 것을 느끼는 시점이다. 하지만 과연 자연복원을 제대로 할지는 불확실하다. 인간이 그렇게 현명한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감각적이고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한 풍경은 뭔지 모를 느낌으로 다가온다. 진정으로 복원해야 할 것은 목숨을 건지는 수단이 아니라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풍경이어야만 공간도 목적으로서 인간과 함께 잘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