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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지배하는 힘 -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연금술
제임스 앨런 지음, 이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일종의 서양의 처세술 정도로만 소개를 들었을 때, 책 읽기가 좀 편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제 뻔하고 주지 뻔하고, 또한 그 내용도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읽는 중은 물론 읽은 후 삶의 의지를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마음을 준비시키는 정도? 그러나 책의 소개를 잘못 받았다는 것을 책을 읽는 중에 느끼기 시작했다. 처세술 내용이 깊이가 얕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심오한 철학서를 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은 빨라지지 않고 느려지기 시작했으며, 책을 잠깐 놓은 순간 많은 생각들을 갖게 했다. 이 책은 처세술책이 아니었다.
책 속의 풍부한 철학적 내용과 깊이 있는 고민들은 읽는 내내 나를 압도했다. 특히 뛰어난 논리력과 함께 빼어난 문장은 좋은 시집을 읽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어쩌면 뻔한 내용이란 생각도 들었고 이런 류의 주장을 하는 것도 어디선가 이전에 봤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주지가 같다고 과정이 같은 것은 아니며 매력적인 과정을 담은 것이야말로 독서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며 좋은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빼어난 책이다.
근대화 시기에 어쩌면 불교 교리를 보는 것도 같았다. 아니 그럴 것이란 생각을 확신한다. 그렇다고 다른 철학자들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한 철학들의 종합 철학서이며, 동시에 그것을 근대 이성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근 100년이 지난 시점의 이 책은 근대화를 이끈 이성의 가치가 의문시되는 최초의 시점일 것 같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인간의 이성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간의 삶을 다시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냥 인간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이성주의자들의 입장에 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인간의 본질을 탁월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인간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완벽한 게 아니라 개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동물로 파악한 것이다.
특히 인상 깊은 내용들은 인간적 본성을 지닌 유동적인 자아를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아마도 책의 핵심이자 저자가 가장 공들여 고민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인간의 한계인 자아의 극복,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사에서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며,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하고 인상적인 부분이다. 자아를 벗어난 무아로의 진입, 이것은 어쩌면 인류 모두가 바라는 단계일 것 같다.
아마도 부처의 사상을 계승한 것 같은 이 부분에서 그가 제시하는 명상의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특히 물질적 탐욕이 정점이 된 이 시점에서 말이다.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자본주의가 극성이 이 시점이 바로 지옥일 것이며, 어서 벗어나야 할 세상일 것이다. 근대 혁명이 거의 완성된 시점에서 저자의 시각은 무척 독특하며, 자연에서 자신의 생을 산 그의 마음가짐은 무척 색달라 보인다. 동시에 근대 이성으로 풀어낸 불교의 교리를 보는 것은 참된 진리를 현대적 방식으로 풀어낸 것만 같아 색달랐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현재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지를 현대적 감각과 방식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독해야 할 대상이며,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 담고 있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참 고마운 착한 책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