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미술여행 - 루벤스에서 마그리트까지 유럽 미술의 정수를 품은 벨기에를 거닐다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플랑드르라는 지역은 역사적으로 이 지역을 얻기 위해 수많은 갈등이 있던 지역이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마치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이쪽저쪽으로 넘어간 루우르 지역 정도로 알고 있었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통해 망국의 한을 되새겼던 기분을 키웠는데 플랑드르란 지역 역시 비슷한 역사적 맥락이 있다고 생각했고, 좋은 땅이 갖고 있는 불운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나라가 벨기에란 나라의 땅이란 것은 몰랐다. 몰라도 사는데 불편하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좀 알았다면 유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혹시 모를 벨기에 여행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덕분에 더욱 즐거운 여행일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는 느끼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 최상운 저 ‘플랑드르 미술여행’란 책은 경상도 크기의 이 작은 나라의 예술적 매력을 촘촘히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적 자원이 많고 깊다는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과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내는 척도다. 이런 점에서 벨기에의 수준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 상상 이상이었다. 뛰어난 미술가들의 업적들은 다양한 과거의 매력들을 담고 있었고, 벨기에의 위대한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많이도 갖고 있는 ‘브뤼셀 마그리트 미술관’은 마그리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라는 점에 이의를 달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하다. 이러기에 벨기에는 반드시 가봐야 할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우선 여행기다. 특별할 것은 없는 여행기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저자의 예리한 감각으로 드러난 벨기에의 브뤼헤, 겐트, 안트베르펜, 브뤼셀 도시들의 뛰어난 예술적 매력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예술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유지하고 가꾸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한국처럼 버림받은 그 무수한 예술작품들을 갖고 있는 나라들의 문제가 뭔지를 벨기에는 역으로 보여준다. 결국 어떻게 소장하고 가꾸는지, 그리고 그 저변에 있는 예술적 감각과 마인드를 갖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반면교사, 정말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한국 같은 나라 때문에 벨기에 국민들이 각성한지 모르겠다.
  또 다른 특성은 바로 예술작품들에 대한 촘촘한 분석이다. 예술적 안목을 지닌 저자 덕분에 그간 몰랐거나 혹은 잘 알지 못했던 작품들 이면의 매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이야기하는 저자의 수고 덕분에 작품의 매력을 한층 높아졌고, 왜 이런 작품들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 관람 시간이 자칫 무의미한 시간이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예쁘니까 보거나 괴이해서 볼 뿐, 더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할 수 없을 때, 그 작품들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건 도시 한 가운데를 의미 없이 걷는 그런 류의 과소비일 뿐이다. 작품을 보는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작품 이면을 확인하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알고 작품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이 관람이라면 이 작품은 플랑드르 지역 작품들의 이면을 촘촘히 보여주고 있고, 후일 그 작품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저자에게 감사함을 느낄 것이다.
  큰 축복, 플랑드르는 그것이 있다. 과거의 비극이 무엇이든, 현재의 이곳은 참 부러운 것들 것 많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이 지역 사람들의 착한 모습들은 참 부럽기만 하다. 문화라는 공통의 속성을 지녔기에 예술 작품이 착하니 사람도 착한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착한 것들은 전염성이 있나 보다. 미술, 그리고 예술의 좋은 점이 확산되고 모든 이들이 다 갖게 될 때,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다. 어서 가고 싶어진다. 플랑드르.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도 보고 싶다. 그럼 좀 나도 착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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