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굴리는 뇌 - 소비자를 유혹하는 신경경제학
폴 W. 글림처 지음, 권춘오.이은주 옮김, 한경동 감수 / 일상이상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인생 통틀어 처음 대하는 분야나 관련 책은 항상 당황스럽다. 어렵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졌고, 내용의 전개 역시 그렇다. 호기심이 있어서 보기는 하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대해 보는 ‘신경경제학’이란 책은 시작부터 낯설고 어려웠다.
  고전경제학이 거의 피폐한 수준이 됐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케인지언 경제학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 역시 신뢰를 받기 힘들다. 정권연장을 위해 목을 맨 정당정치나 개인들의 탐욕이 빚어낸 포풀리즘적인 발상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인 상황에서 점점 더 개인의 합리적 판단이 의문시되고 종종 경멸되기도 한다. 문제는 왜 개인은 완벽한 합리성을 가질 수 없을까?
  아마도 신경경제학인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분야인 것 같다. 책 속의 원숭이나 박테리아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개체군 실험들은 인간과 동물(하긴 인간도 동물의 범주에 포함되니까)의 유사성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또한 실험이나 연구의 대상들은 직접 간접으로 뇌로 향하고 있다. 뇌의 뉴런들이 바로 그 대상들이다. 이제 인간의 주요 신체 중 하나인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경제학은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풍부한 자료들과 많은 실험들은 저자의 주장을 열심히 지원하고 있다. 그간 경제학이 풀 수 없었던 그 많은 ‘왜?’들에 대해 수줍게, 그러면서도 감히 이 책은 답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분석은 참 예리하다. 뇌를 분석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간은 확실히 100% 합리적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능력을 지닌, 즉 제한적인 합리성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그래서 최고의 판단보단 최적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인간을 둘러싼 배경 그 차제가 요지부동의 세상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이다. 이런 가혹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결국 불확실한 확률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가련한 개체다. 이건 인간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인간이기에, 인간의 한계치가 분명해 보였다.
  원숭이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의 개체들 사이에서의 가치가 단순한 수준의 생존과 자손 번식으로 기술돼 있지만 솔직할 것은 솔직해야 한다. 모든 이들이 득도할 것도 아닌 이상, 인간의 합리적 가치는 확실히 동물적인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진화한 것도 사실이다. 괜히 인간을 이상화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확률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최적화해야만 하는 인간은 제한적이지만 확실히 합리적이다. 다만 그리 믿을 만한 합리성이 아니란 것이 문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 뒤에 가려진 인간의 아슬아슬한 합리성이 빚어낸 엄청난 비극은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게 된 나름의 생존전략이 이제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이 책의 연구진들이 미래에 완벽한 이론적 틀을 갖고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지는 모르겠지만(사실 불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간은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원시시대 인간이 유인원처럼 살면서 생존을 위해 조심조심 사는 그런 수준 말이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신경경제학이 통섭을 수단으로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합치려는 의도는 결국 현명한 판단을 그나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뭘 하든지 힘들지만 좀 더 신중하게 차분하게 결장하자는 것이리라. 그래야 최적의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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