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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품격 -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 ㅣ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2
장샤오헝.한쿤 지음, 김락준 옮김 / 글담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잊고 있었다. 어쩌면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지 모른다. 격한 세상 속에서 품격을 논하기엔 너무 힘든 지금이라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고상하게 살고 싶기 보단 돼지처럼 돈도 많고 능력도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었나 보다. 은연 중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소박한 삶의 가치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인생의 품격’은 어쩌면 매우 old한 삶의 방식을 담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진부한 내용들로 가득하고, 이제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 삶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의 모든 사람들에겐 멀고먼 내용인 것처럼 보이며, 생활에 대한 격조보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에만 가치를 두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겐 어쩌면 불필요한 것으로만 보이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책 한 줄 한 줄을 읽고 있으면,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지금의 내가 잊고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며, 앞으로의 다음 시간들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시간을 곰곰이 생각하게 하며, 다음의 것들을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시작은 ‘나 자신에 대한 예의’로 시작한다. 무척 이채로운 시작이었다. 그리 이 책이 단순한 처세술과 왜 다른지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성찰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안식을 찾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성공의 삶을 위해 인간관계를 수단으로 여긴 처세술과는 격을 달리하는 시작이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의 비극이 무엇인지, 그리고 삶이란 자신을 사랑해야 삶을 알아가는 자아 찾기 과정이란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에 대한 것보다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기에만 급급했던 나 자신이 누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삶에서 나 자신을 위한 고찰이 과연 있었던가 하는 자성을 일으키고 말았다.
타인에 대한 예의, 말하기 힘든 이야기다. 이미 자본주의의 성화 속에서 인간관계 역시 경쟁으로만 생각하도록 강요 받은 시간이 많아서인지 이제 다른 식으로 생각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마치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을 사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경쟁이란 말을 쉽게 내뱉는 내가 되고 만 지도 꽤 된 이 시간에 타인에 대한 예의는 사치스런 표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책 부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설사 경쟁의 관계더라도 보다 긍정적인 그 무엇을 위해 웃을 수 있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할 수 있었는데, 너무 가혹한 삶의 방식에 길들어져 버린 내가 되고 만 느낌이었다. 난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삶에 대한 예의 부분에선 좀 더 가혹한 읽음이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타인에 대한 요구는 맹목적이었고, 또한 언제나 멋대로 갖게 된 기대치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타인의 가치를 인간의 완벽성이란 측면에서만 따졌고 그래서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최소한 불만 속에서 얼굴을 찡그렸을 것이다. 불만, 그게 인간에 대한 내 자신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었는데 완벽을 강요했다면 그건 독단이며 폭력이다. 그런 곳에서 매력적인 인간관계가 꽃을 필 수 없으며, 양심 어린 인간미를 간직하기도 힘들다. 특히 ‘양심은 마음의 보충병’이란 말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마음 관리법’이 필요하며, 굳이 될 필요는 없을지라도 매력적인 ‘리더의 품격’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공동체적 가치관으로 향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공동체에 대한 가치관을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경쟁을 통해 효율을 강조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생존을 위한 자본을 축적시키는 데 열을 올리다 보니 개인적인 가치관에 오염된 현재의 나에게 공동체는 그리 가까운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개인의 가치관 우선이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줄 수 있는지 자성할 일이다. 오늘날 혼자만의 것들을 차지하기 위해 내달리고 있지만 점점 더 불행해지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슬프기 그지 없다. 5등급을 받는 수험생이나 1등급을 다 받은 수험생이나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질곡을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 공동체를 통해 행복 찾기는 현재의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어느덧 많이 변했다. 중국 공산당에서 존경 받는 인물들의 가치관을 대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철없는 이데올로기 집착과 그로 인해 타인의 철학을 배척했던 한국의 수구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때 수많은 지혜로운 가치관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주관적인 사고의 피해가 얼마나 큰 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의 전통적인 내용들을 현대화시키는 것은 과거의 고루함을 현재에 강요하는 것만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생활 전반을 강권에 의해 강요하던 과거와는 달리 보다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Healing을 위한 고전읽기가 굳이 특정사상에 있을 리가 없으며, 그런 방법을 굳이 그곳에서만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 방식은 다양하며, 모든 방법은 개방되어 있다. 수 천년 전의 지혜가 오늘의 우리를 치료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슴에 담고 이 세상을 사는 것도 지혜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