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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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영웅담이 21세기에 재현됐다. 평범해 보이는 인물이 큰 역할을 한다. 국가에 충성도 하고, 자신의 상관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에게도 충성한다. 마치 조선시대의 많은 무용담의 인물들처럼 말이다. 다만 몇 가지는 바뀌었다. 시대가 아마도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그나마 악당들의 사악함은 유사했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보단 개인의 이익을 앞세웠고,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 역시 엉망이거나 치졸했다. 방식이 달랐다. 그리고 그 악당이 바로 재경부나 금융과 관련된 국가 기관 내에서 기생하는 ‘모피아’란 집단이었다.
  2012년 대선이 끝났다. 하지만 작가 우석훈은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미리 짐작했던 것 같다. 하긴 그나마 정의의 사도를 지켜주고 보호해줄 인물은 가장 큰 직위를 가져야만 서사가 진행되는 법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성찰을 다룬 내용이기보단 한국 사회의 진단은 물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나름 제시한 편이다. 하지만 그 해결책도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국민이야말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쥔 진정한 자란 것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의 퇴행을 극복하고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조직 내에서 가장 큰 이익집단을 억누를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인물을 뽑는 것 자체도 결국 국민인 셈이니, 결국 민주주의의 복원이란 것이 작가의 염원일 것이다.
  서사는 좀 황당한 면도 있었다. 세계를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해외 세력을 업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집단들이 활동하는 상황은 직접 경험하지 못했기에 사실 피부에 와 닿지 못했다. 그래도 통쾌했다. 현실이야 어떻든 문제는 잘 해결됐고, 그리고 소설 속의 현실은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재미도 있었다. 주인공 오지환을 통해 본 현실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매우 친밀감 있는 캐릭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판타지의 재현이다. 비난하고 빈축을 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판타지야말로 소설을 읽는 재미이리라. 영화든 드라마든 다 그런 욕망을 구현하는 매체 아니겠는가? 이런 매체의 어머니인 소설 역시 같은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책을 덮는 순간, 무척 아쉬운 상황들이 들어왔다. 현재의 한국 사회가 짊어진 위험과 우울함은 사실 모피아라는 편협한 국가 내의 이익집단을 설사 제거한다 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88만원 세대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들의 짐을 완화시켜줄 기성세대는 보이지 않고, 앞으로 한국의 세대 간의 갈등이 첨예화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실 양보를 할 수 있는 집단이 부재한 상황에서, 저자 우석훈이 고민한 88만원 세대의 고민은 결코 해결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판타지에 목을 매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 잠시나마 빠져들던 그 세계로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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