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서울 - 당신의 서울이 특별한 이유 시공사 시크릿 시리즈
정기범.윤영주 지음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서울은 비밀스럽다. 하지만 이렇게 Secret한지는 몰랐다. 그냥 지나쳤던 서울의 맛이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취향을 유혹할 것이란 생각은 사실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어느 순간, 바쁘단 핑계로 타성에 젖어 그냥 그렇게 됐나 보다 하고 넘어갔던 그 무한한 서울의 즐거움이 자그마한 책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어느 여행용 안내책자와 같은 크기와 내용으로 자칫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낮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맛집이나 옷집, 혹은 찻집 정도의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과도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든 과소비 유발 안내책자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분명 그런 특색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은 도시다. 서울에서의 산다는 것은 도시 생활이며, 그에 맞는 즐거움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것을 찾는 것 역시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 될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책은 좀 달리 봐야 할 것 같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은 어느덧 인간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소통의 장소가 됐다. 그 전이라고 다를 것은 없지만 점차 인간적 관계가 계산적 관계로 압도되는 이 시점에서 도시인들은 과연 어디에서 인간미를 서로 교환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어느 개인만의 질문은 아니다. 도시인은 인간미를 교감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마련이며, 그런 곳들 중 이 책이 소개하는 서울의 아늑하고 즐거우며, 뭔지 모를 개성이 넘치는 곳이 추천될 수 있다. 아무 곳에서 만난다면 서로의 소통을 일으키는 효과가 반감되기에 좀 도 멋진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맛난 음식으로만 유명한 곳 역시 그렇다. 맛도 있지만 분위기가 있는 곳에서 단순히 연인 뿐만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성숙미를 보여줄 수 있는 보다 격조 높은 곳이라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며, 그 환경을 지배하면서도 그 환경의 매력을 자아내면서 진화했다. 그래서 레스토랑이 음식점이란 어휘를 압도하게 됐으며, 레스토랑에 걸맞은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매력들을 섬세한 손길로 포착, 그것들을 도시인들 앞에 차려놓고 있다.
  하지만 다소 과감하게 소비해야만 할 곳들만 이 책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속엔 마포에 위치한 ‘Agio’와 같은 허름한 모습의 피자집도 있으며 천 년을 숨쉬어 온 봉은사도 있다. 현대적 개성과 아늑함, 거기에 전통까지 가미된 이 책은 분명 서울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안내책자라면 담을 수 없는 여유가 이곳엔 풍부하다.
  삼성동이나 홍대 입구 등 유명한 거리를 자주 지나면서도 이 책에 포함된 멋진 곳들을 너무 많이 몰랐다는 사실에 다소 어깨가 늘어졌다. 아마도 서울을 살면서도 서울의 진미는 물론 도시인으로서의 삶을 너무 각박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게 된다. 하지만 반성해야지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은 시크릿이란 표현이 마음에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 책이 소개하는 곳으로 한 번 가고 싶다. 멋을 찾는 곳에 여유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풍요를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서울,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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