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 8집 나무가 되는 꿈 [Digipack]
박지윤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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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조촐했었다. 성인으로서의 진정한 첫 앨범 ‘꽃, 다시첫번째, 박지윤’이 말이다. 하지만 그 앨범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성인식’이란 노래로 소녀에서 숙녀로 변신했다고 난리가 났었던  그 때, 소녀였던 그녀의 성인 이미지는 성적으로만 소비됐고 노래 역시 기사거리는 거의 성적인 이미지였다. 어쩌면 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것이 단지 보여주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정신적인 성숙이나 자립과도 같은 진정한 성인의 이미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성인으로서의 나이는 말 뿐이었고 그녀는 그냥 예쁘기만 하고 음악적으로 그 무엇도 없던 그런 여자였을 뿐이다. 이제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그녀에게 ‘꽃, 다시첫번째, 박지윤’이란 앨범은 이제야말로 성인이 됐음을 알리는 앨범이었다. 단지 연예계 언론이 조명을 그 전처럼 소비하지 않았기에 진정한 그녀의 성인식은 조촐했을 뿐이다.
  이제 그녀의 성인으로서의 앨범이 두 번째로 나왔다. ‘나무가 되는 꿈’이 이 앨범의 제목이며 타이틀 곡이다. 이전의 앨범처럼 겉이 화려한 것도, 그리고 그득한 사진첩은 이 앨범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부족하다. ‘꽃, 다시첫번째, 박지윤’이란 앨범보다 조금 사이즈가 더 커졌고, 사진 역시 더 많아지고 커졌지만 그래도 과거처럼 성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그런 것이 아닌, 정말 뭔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이다. 더 이상 '성인식'에서의 그녀는 없다. 그녀는 이제 진정한 뮤지션으로서 다시 서고 싶은 희망을 이 앨범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수준은 자신의 이전 앨범에서보다 훨씬 도약을 한 것 같다. 나에겐 그렇게 들렸다.
  ‘오후’ 많은 것을 들려주는 것 같다. 포크라고도 할 수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부드러우며, 또한 조용한 분위기를 지닌 어느 작은 Live 카페에서 들려주는 노래 같다. 어느 순간 대스타에서 작은 찻집의 가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이 노래에서 그녀는 의외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익숙한 오후 카페의 멜로디
    너와 마주 앉아서
    오랜만에 마주한 너의 이야기
    웃으며 너를 바라보네’

 

  이렇게 그녀는 편안해진 것 같다.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며 그것을 통해 듣는 이들과 직접 이야기하려는 가수로 세상에 나온 것을 알려주는 노래다. 부드럽지만 경쾌하고, 은은하면서도 강하다. 홍대의 어느 카페, 그곳에서 그녀가 있을 것만 같고, 또 그녀를 그곳에서 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이 노래가.
  ‘나무가 되는 꿈’은 고독과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들려오는 피아노는 일품이다. 그런 건반의 반주 속에서의 박지윤의 목소리는 가녀린 듯 하면서도 무언가 힘을 느끼게 한다. 브리티쉬 팝의 발라드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연약하지만 강한 그녀, 아마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전 앨범에서 남자를 유혹하거나 아니면 함부로 대하면서 여성의 저급한 쾌락을 읊조리지 않고 이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가사, 너무 시적이다. 이제 아이돌 그룹들의 가사로는 더 이상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을 담으며.

 

    ‘너와 나를 향한 꿈들이 빛이 되어 달아나
    그곳에 어딘가로 떠오를꺼야

    우릴 향해 쌓은 노래가
    숲이 되어 자라나
    평온의 삶을 지어 다 들려줄꺼야’

  

  노래가 숲이 되어 평온의 삶을 지을 것이란 노래가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들려주는 것 같다. 혼자만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그 무엇, 그것은 단지 나무만은 아닐 것이다. 신비로운 감성 속에 들려오는 가사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희망 깊은 가사다. 
  ‘고백’이란 노래 역시 장중한 리듬의 시작부터 그 모든 것을 들려준다. 그 속에선 시간을 통해 얻게 된 인간의 진실한 관계가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박지윤이란 가수가 가사의 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진정한 성인 1집인 ‘꽃’에서도 들려주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듣고 싶은 말이 있었어’란 의미 심장한 가사로부터 시작되는 이 노래는 진지함이 무엇인지를 들려주는 것 같다. 소통의 기쁨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화자의 고통은 참으로 지독했나 보다.

 

    ‘오히려 더 힘든 건 너의 침묵
     어떤 얘기라도 듣고 싶은데
    그저 흘려 보내야 하는 사소함도
    나를 초조하게 할 걸 알고 있지만’

 

  ‘별’이란 노래는 억지로 그녀와 연관 지어 본다면 그녀의 변화에 대해 과거의 그녀에 집착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나 보다. 밤의 투명하고 신비로운 시간 속에서 들려주는 듯한 뮤즈의 노래 같은 묘한 분위기의 음악 속에서

 

    ‘이제 나는 달라질꺼예요
    그대 모르게
    서로 잃었던 그때로 나 돌아가요
    가만히 별을 따라요

 

라는 가사, 왠지 모를 성숙함과 자신감, 그러면서도 조심스런 마음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의미 가득한 가사를 통해 뭔가 변하고 싶은, 그래서 그것을 이야기하는 박지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부러워 보인다. 지혜로운 용기가 들려주는 노래 속에서 가창력을 뽐내지도,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은 없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듣고 싶도록 하는 노래들을 만들었다. 그래서 별인가? 별은 멀지만 보는 이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주기 때문에. 모르겠다. 그래서 더 듣고 싶어진다. 그녀의 성숙, 너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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