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두 얼굴 -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나와 가족의 심리테라피
최광현 지음 / 부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의 두 얼굴’이란 책의 첫 장을 넘길 때, 묘한 감정을 느꼈다. 과거보다 이혼도 대세이고, 자살도 훨씬 증가한 지금, 행복이나 안정의 최후의 보루 같던 가족이 사실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라 할 수 있는 가족 내의 긴장감은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 책은 이런 감추고만 싶었지만 이제 각종 사건으로 인해 드러나고만 가족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려는 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이런 판단은 사실이었다.
  싱글이 넘치고 있는 지금, 가족은 과연 어떤 의미로 개인에게 다가오는가 하는 문제는 모든 이들에게 심각하게 느끼는 사안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난 결론은 과연 가족을 굳이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가족 내에 있는 가족 구성원 역시 행복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은 행복할 것이란 생각은 이 책을 보면 그냥 신화일 뿐이라고 느껴졌다. 사실 가족 내의 구성원이 행복할 리가 없다. 부처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관계는 결국 번민과 고통을 낳기 마련이다. 인간이 특정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이 살게 된 도시는 어쩌면 이 책이 걱정하는 모든 고민의 시작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시 과거의 한적한 시골로 돌아갈 수 없는 도시인들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전원생활은 환상과 낭만, 그리고 비현실적인 공간이 됐다. 그런데 행복한 가정도 사실 비현실적 공간이 되긴 마찬가지다.
  과연 과거의 가족이 오늘의 가족에 비해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오늘만큼의 관계 단절을 느낄 만큼 서로 만나는 시간이 줄거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 못할 만큼 공유하는 입장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최소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부부끼리는 물론 가족 전체의 생활이 제 각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화의 단절보다 공유감의 붕괴가 더 큰 문제다. 아무래도 직장인과 주부, 그리고 학생이 보고 듣는 세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학교를 다녔던 부모의 경험은 현재의 것과 비교해 너무 다르다.
  이런 관계 속에서 오늘날 가족의 행복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가족 밖의 문제로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가족 내의 문제까지 짊어져야 할 한 인간의 모습은 그리 우아하지 못하다. 높은 수준의 자아분화를 통해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좋지만 결국 가족 내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을 극단으로 몰고 갈 때, 인간이 쉴 공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가족이 되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아프다. 직장만큼은 아니지만 노력을 해야 가족의 평화가 있다면, 거꾸로 차라리 가족을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고 만다. 국가나 정부가 미래의 국민연금을 매울 사람들이 필요해서 아기 낳으라고 이야기하겠지만 한 개인의 입장에선 결국 가족은 자칫 책임의 문제가 되고 만다. 인생이 고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어떤 욕구를 위해 맺는 관계에 대한 대가는 그리 녹녹하지 않은 편이다.
  가족 내에 빚어지는 수많은 관계들은 가족이기에 그냥 지나치도록 요구 받는 것들이다. 하지만 놔두면 결국 상처가 될 것들이다. 미숙한 관계 처리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인간의 나약함이나 어리석음이 원인일 것이다. 사회생활에선 상대의 반응이 곧 자신의 생존과 연결되기에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하지만 가족에겐 어쩌면 그런 일들이 다반사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또한 살면서 나중에 대충 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간은 너무 힘든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조언은 중요한 것 같다. 책 말미에 저자 역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지켜낼 수 없는 것만 같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그럴 것이다. 과연 완벽을 인간이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싱글로 남게 되더라도 계속 가족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생활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러고 싶지 않다면 자살을 할 것이고,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살이 아닌 그래도 세상에서 삶을 살아야 하는 본능에 따른다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의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나마 고행 속에 얻을 수 있는 행복이리라. 이것이 아니라도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지혜만큼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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