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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많이 힘들어진다. 어른이 되어서인지 지나온 세월만큼 책임의 무게를 느끼면서도 앞으로 짊어져야 할 짐 역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짐의 하중은 결코 줄어들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 시간, 사람은 그래서 지치기도 하면서 낙담하게 된다. 성공의 가치를 부나 명성의 크기로 잰다면 성공이란 표현이 결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럭저럭 사는 정도의 수준을 의미할 뿐이다. 언제나 목표는 사람을 이렇게 지치게 만든다. 어느 순간 목표가 끝났다고 하는 순간 또 다른 목표가 연이어 이어지는 것, 그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타성이든 선입견이든 다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미래의 일정 소득이 없을 때의 상황을 걱정하기에 피곤한 것들을 다 이끌고 미래라는 시간으로 다가간다. 과거의 모든 부담을 짊어진 채로 미래로 달려가는 모습은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과 같다. 여행은 어떻든 즐기는 것이 목적인 행위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에 반하게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것은 그 목적에 반하는 것이 된다. 무거운 것은 부담이고 고생이다. 그 고생을 위해 설마 여행을 가려는 자는 없을 것이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자위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계획을 제대로 하거나 아니면 짐을 덜어야 한다. 지혜롭지 못한 여행은 고생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깨우침이 없기에 그렇게 하는 우를 범한다. 이 책은 이런 어리석은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첫 글부터 인상적이었다. 잔뜩 짊어진 짐의 강점을 자랑하려 했던 딕을 깨우치게 했던 마사이족의 코에이의 질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목적만을 지상 과제로 삼고 끊임없이 내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약점을 송곳처럼 찌른 ‘이 모든 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줍니까?’라는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크나큰 자성을 이끄는 말일 것이다.
세상살이가 재미없어진 것인 것은 경제적 풍요가 붕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무척 큰 상관관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호황기에도 인생의 절반을 지닌 이들은 언제나 고민이 많았다. 어쩌면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의 나이나 상황에 따른 책임과 임무를 부여 받기에 편한 날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이 고행이란 것은 경제 호황기나 불황기를 가리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을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 때문이다. 성적표에서 원하는 점수나 등급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된다. 대다수는 그런 결과치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표엔 경쟁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설사 이겼더라도 다음 단계의 승부가 기다리고, 그래서 과거의 짐을 잔뜩 안고 나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그래서 점점 무거워지는 짐들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과거의 포기 못한 책임들까지 힘겹게 짊어지면서 다음 인생의 일정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것들에 억지로 매달려 사는 인간들이 자신의 삶 절반에 다다를 때조차도 그 이유도 모르면서 힘겹게 사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 책은 그런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인생의 진미는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닌 그 여정 속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도전이 아니라 그 도전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것들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들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자유를 주장한다. 그리고 기존의 인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언제나 준비하고 떠날 것을 권고한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여정 속에서 새로운 활력과 여유를 얻을 수 있고, 역시나 과거의 책임을 떨쳐 보내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라는 여정을 즐길 것을 권하는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다. 지금의 인생이 편안한 것을 아닐 수 있어도 미래의 새로운 선택이 마냥 즐겁거나 편안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선택 속에서 과거의 짊을 덜어 내고 좀 더 여유로움 속에서 미래로의 여정 과정을 즐기면서 간다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분명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그것은 꼭 현재의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정의하고 과정을 즐기는 여유를 갖게 된다면 새로운 길의 개척만큼의 새로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렵겠지만 인생의 어느 쯤에 한 번 해봄직하고, 과거의 구속으로부터 탈피, 자신의 인생의 참맛을 느끼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쉽지 않지만 매우 매력적으로 들리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