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 Perfect Game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벌써 20년 전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한 87년, 앞선 경기들에서 1승 1패를 이뤘던 이 둘은 마지막이 된 세 번째 ‘퍼펙트 경기’를 하게 되고, 한국 야구 역사상 다시는 올 수 없는 최고의 투수경기를 만든다. 이 둘의 이야기, 정말 영화로 만들 만 하다. 최동원과 선동렬, 그들은 시작부터 모든 것이 경쟁이었다. 각자 영남과 호남 출신이었고, 고등학교 역시 자기 지역이었으면, 대학은 전통적인 사학의 라이벌, 연세대와 고려대였다. 거기에 서슬 퍼런 독재 시절 정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뤄졌던 대립구도 지역인 영호남에서의 프로야구팀들인 해태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었다. 그들, 정말 모든 것이 라이벌이었기에 그들은 운명의 잔인함이 저주스러웠을 것이다. 최고였기에 그들의 경쟁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들끼리도 외면할 수 없는 경기로 그들은 흥분했다.
  영화는 이런 그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았다. 다소 감정과잉이나 두 인물 주변의 인물들 표현이 과도하게 희화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영화 속의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이 선동렬과 최동원의 마지막 경기를 위한 치열한 고민이고 복선이었으리라. 좋게 봐도 될 것 같다. 이 영화 하이라이트인 그들의 세 번째 경기이자 마지막 경기에서의 흥미와 감동은 단연 최고였다.
  정말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 특히 동시대에 최고의 연기자들로 평가 받는 조승우와 양동근도 최동원과 선동렬의 그때를 매개 삼아 라이벌 연기력을 펼치는 듯 하다. 그들의 연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자신들이 담당한 배역의 모습은 물론 습관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닮으려 노력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영화의 수준은 한 단계 높아졌음은 분명하다. 좋은 연기는 좋은 영화에 필수적인 만큼 그들의 선택은 좋았다. 

 


 

 

 

  라이벌은 자신들이 붙인 것이 아니다. 타인이 붙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자기 자신들에 의해 라이벌이 된다. 1등은 한 명이 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이기고 싶은 선수로서의 욕망은 둘의 감정을 건드리기 마련이다. 이것을 갖고 정치적 의도를 갖거나 흥행을 촉발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정작 흥분하고 있는 것은 본인들이다. 그래서 한 번 붙어야 할 운명으로 가게 된다.
  영화의 정점은 그들의 마지막 승부에 있다. 이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그래도 영화의 진면목은 바로 영화 속의 경기에 있다. 그리고 그 어느 스포츠 영화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극적 긴장감과 사실성, 그리고 투수가 던지는 공의 느낌과 활력, 그리고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그들의 숨소리를 제대로 담았고, 마치 경기를 보는 현장 속에 있는 듯 했다. 직구와 슬라이드, 그리고 커브 등의 모습을 CG로 제대로 표현했고, 두 선수의 감성과 함께 영화 속의 경기는 극적 쾌감을 더한층 끌어올린다.
  영화 속의 경기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스포츠 경기의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경기 장면만을 담은 것이 아닌, 순수하면서도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을 담았다. 또한 라이벌은 어떤 것이며, 어떤 멋을 지니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매우 공감했을 수도 있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한 인간이 갖고 있어야 할 책임감이나 인간성, 그리고 승부에 대한 의지 등을 모두 보여준 수작이다. 그들의 마지막 악수 장면에서 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Fair Play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 속에서 보인 인간다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이 후 다시는 경기를 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고 최동원 선수 역시 생전에 세 번째가 마지막 경기가 된 것을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이들의 마지막 경기는 최고였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 승부가 갈린 것 이상으로 많은 감동을 준 그들의 처절하면서도 위대한 경기에 그들께 감사를 드린다. 아마도 고 최동원 선수 역시 이 영화와 특히 경기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공감하실 것 같다. 그 분을 다시금 보게 된 기회를 준 것에 매우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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