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가 비판 받고 있다. 특히 소련의 붕괴 이후 유일한 대안이 되어서 ‘역사의 종언’이란 칭송까지 얻었던 그 자본주의가 이제 그 한계를 다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본주의에 대해 꼭 사회주의 이론만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 무조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매도하는 악습이 존재하고 그것을 획책하면서 구멍투성이의 자본주의를 옹호하려는 구습이 존재하는 이 때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책 [오! 당신들의 나라]는 매우 강한 비판을 제시한다.
  신랄한 비판이었다. 그리고 열심히 비판했다.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분석도 좋았고, 책상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항상 현장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비판한 만큼 매우 구체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모든 면에서 공감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의 폐해를 직접 경험하면서 그 과정과 속 내용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단순한 자본주의 불평 블러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분노가 그녀의 글을 이끌었겠지만 그것을 단순한 분풀이로만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미국의 문제점을 강한 어조로 풀어내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가 빚어낸 사회적 위기를 풀어낸 부분들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1장의 ‘불평등의 깊은 골’다. 앞서 이야기된 구도이긴 하지만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면 부자는 자신의 과잉자본을 이용, 빈자들의 부를 더욱 갈취하는 방식을 취하기 마련이다. 이 점이 바로 상대적 빈곤의 최고의 문제점이다. 이런 것을 단순한 감정 정도로만 처리하면서 부자들에 대한 부러운 시기 정도로만 매도한 극우 학자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부분이다. 대자본의 CEO들이 엄청난 돈을 챙기면서도 그 돈이 부당한 현실 앞에 허덕이는 빈자들, 혹은 노동자들로부터 온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많은 학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쌍한 구도는 공교롭게도 이민자들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이 책에서 밝힌 부분은 아니지만 사실 강한 자본가들에겐 감히 대적하지 못하고 불쌍한 이민자들을 타박만 하고 있는 정부와 노동자 자체의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분출되지 못한 분노일 것이다. 이런 제대로 되지 못한 분노로 인해 효과적인 분노는 일어나지 않고 그 결과 이 책에서 담고 있는 4장 ‘지옥 같은 일터’나 5장 ‘암보다 무서운 의료 제도’와 같은 현실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과는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 상황이다.
  저자는 행동을 요구한다. 반항이 아닌 긍정적 저항일 것이다. 과거 클린턴 정부와 부시 정부에서의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해 벌어진 미국의 위기는 사실 그들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자신들의 문제를 해외에서 갖고 온 차관으로 메운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들의 약점을 이런저런 이유로 외부에 떠넘긴 이런 사연으로 인해 현재 미국의 위기는 다른 나라들도 같이 경험하고 있다. 그들만의 문제가 이젠 아닌 것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이 시점에서 이 책이 주장하는 행동은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다. 뭔가를 바꾸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아직도 퇴행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재벌구조의 경제틀을 유지하려고 하는 한국경제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경제는 언제나 계급관계를 규정하며, 화합이냐 갈등이냐를 결정한다. 거의 갈등만을 유발한 것이 자본주의 경제이고 보면 자본주의 역사는 갈등의 역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살기가 그럭저럭하니 그냥 안주한 삶이 지금까지였다면 앞으로 그것이 허락은 되지 않을 듯 하다. 중산층 붕괴에서 거의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붕괴를 피할 도리가 과연 있을까?
  1%, 정말 이젠 듣기 싫은 소리며 표현이다. 이들이 자행한 폭력에 속수무책인 미국은 물론 한국 역시 이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것을 빼앗는다. 애런라이크는 그것을 이야기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다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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