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경찰 - The Bad Lieutenant: Port of Call - New Orlea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확실히 미국 영화는 거의 해피엔딩이다. 이전에는 탕아가 됐다가 다시 돌아오는 가족의 구성원이나 열심히 살다 위기에 빠지는 이들도 구원의 손길을 주는 영화들로 가득차더니 이젠 소위 부정부패로 치달은 경찰까지도 그런 행운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부정부패한 마약중독자 경찰에게도 내린 예외 없는 법칙이다. 한국이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행운아라 할지 아니면 사회가 이젠 그렇게까지 갔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말은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어느 순간 평범한 연기자가 되어 버린 니콜라스 케이지의 회심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배역을 맡았으니 말이다. 통속물이라 할 것들에 출연하다 보니 그가 오스카 상 수상자란 사실은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렇게 되기까지 말 못할 사연도 있을 것이고, 또한 다양한 연기변신을 추구하는 것이 연기자의 사명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겐 매우 안 좋았던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안타까움을 이번에는 조금 날릴 수 있을 것은 같다.  

 

 

  착한 경찰이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악질로 변해간다. 하지만 그 변화는 한 개인의 변질이 아닌 미국 사회 전체의 변화였는지 모른다. 시작은 미국의 사회를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부터 시작된다. 9.11 테러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이 폭풍우 한방으로 미국 사회의 물리적, 그리고 심리적 충격을 말할 수 없이 컸었나 보다. 그 이후부터 착한 경찰 한 명이 우연한 선의의 행동 하나로 인해 변하는 광경을 통해 그 충격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는 그런 엄청난 변화의 과정을 짤막한 시간 경과를 알려줌으로써 생략시킨다. 참 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 감춰진 시간은 매우 의미심장했을 것이다. 전환의 시작부터 이상한 짓을 하는 미국 뉴올리언스 형사 맥도나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런 불편한 변화 결과를 제대로 보여준다.
  착했던 그가 변했다. 뭔지 모르게 쾡한 표정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언제나 구부정한 모습으로 걸어간다. 이미 몸과 마음을 삐뚤어질 때로 삐뚤어져 있었다. 그는 몇 년 사이에 변한 것이다. 그런 몸과 마음을 갖고 있기에 세상을 보는 인식이 그리 건전한 것은 아니리라. 그래서 어느 순간 불법이 삶을 위한 정당한 방법으로 인식됐고 법을 수호하란 경찰이 법을 등에 업고 기막힌 일들을 벌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자주 언론에 언급되는 부정부패 경찰인 것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선 못할 짓이 없었다. 경찰이 된 이유는 그의 마음이나 뇌 어디엔가엔 있었겠지만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이미 마약에 중독이 되어 버린 그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경찰이라면 사회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지만 그럴 생각은 이제 없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사건들은 거의 파국이었고 엉망진창이었고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최악이 되어 간다. 
 

 

  그런데 미국 영화의 자비가 그를 향해 손을 뻗친다. 정말 믿을 수 없는 반전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리고 한국영화라면 결코 기대할 수 없는 멋진 행운들이 거짓말처럼 하루에 다 터진다. 영화는 사실을 빙자한 거짓말이란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한 방들이 연이어 터졌다. 그런데 그런 장면들이 영 가슴을 울리지 않았다. 아마도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이 가슴을 울리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영화는 소위 반어법을 구사한 것이다.
  비록 구원을 받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이미 몸과 마음은 그의 한 번의 기이한 구원으로 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 부분에서 영화의 예사로운 구성이 돋보인다. 물고기도 생각이 있을까 하는 선문답에 대해 미국 뉴올리언스 형사 맥도나는 고민만 하고 있다. 마치 미국인 모두가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투로 말이다. 지금까지의 행운이 영원할 리가 없고, 어쩌면 영화에서 형상화되지 않은 이후의 시간에 맥도나는 비극을 맞을 지 모른다. 그게 옳고 그르든 간에 사실이 될 것이다. 대가는 치르는 법이니까. 언제나 이야기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좋은 쪽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행운은 그냥 한 번의 Lucky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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