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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ㅣ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선 자체의 위기의 대안을 핀란드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핀란드는 간간히 소개되고 있을 뿐, 그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 사회적 관계, 사회적 가치관 등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핀란드에 대한 지식은 사실 한계가 있으며, 종종 한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이상향의 이미지만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억지로 그들의 실체를 알 필요는 없지만 너무 막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할 만큼 한국은 너무 모르는 핀란드에 대한 과도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앞뒤가 바뀐 형국이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예찬이 있었던 어느 시점에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칭찬했고 미국의 미래 교육상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선 그 교육이 한국의 미래를 저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있고, 부모들이 자신들의 2세를 원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망국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내에서의 교육이 비판이 어쩌면 핀란드에서도 있었을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아마도 각자 자체 조직의 비판을 위해 다른 지역의 강점만을 부각시키는 오류를 만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핀란드의 강점을 이야기하기 보단 그들의 솔직한 내면과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볼 수고를 결코 아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이란 하나의 관점으로 보기는 하지만 핀란드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또한 그들은 어떻게 자신들을 가꾸고 있는지를 저자 안애경은 어떤 곳에서 시적으로, 또한 어떤 부분에선 비문학적 글쓰기로 책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통해 보여준다.
핀란드인들이 과연 한국을 잘 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지 우리들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K-POP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고 하니 핀란드인에게도 조금은 알려졌을 것 같다. 다만 한국에선 그들의 음악보다 교육에 더 열정적인 관심을 갖고 있으니 그나마 서로 도움이 됐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 내의 다양한 사회적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핀란드의 사회체계에 관심을 갖고 있단 점이다. 이 책의 관심사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북유럽의 묘한 Fantasy를 자아내는 디자인을 보고 싶어서였다. 또한 개인적인 이상향 지역으로 북유럽을 삼고 있기에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며, 또한 현대의 인간들이 그곳에서 산다.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것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북유럽 중에서도 핀란드는 서울 인구의 반 정도의 인구면서 매우 척박한 지역으로 알고 있다. 그런 곳에서의 삶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작용했다. 이런 호기심을 이 작은 책은 크게 만족시켰다.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그들의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은 핀란드 지역의 얼음과의 묘한 조화를 통해 환상을 자아내고 있다. 다른 문화를 상대했을 때의 문화적 매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선과 투명함, 그리고 단순하지만 원색과의 조응은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민주적 특성으로 인해 보이는 공동체 공유의 문화적 유산은 무척 부럽기만 했다. 저자 안애경의 직업인 디자인 세계를 통해 시적이면서도 즐거운 여행을 맞이한 기분으로 그런 것들을 만끽했다. 특히 모든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Public Art 세계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핀란드 문화는 매우 부럽기만 했다.
교회이면서도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며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암석 교회나 겨울의 얼음 조각 같은 웅대한 핀란디아 홀 등은 매우 인상적이다.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이 공간이야말로 핀란드가 지향하는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상생하는 조화를 추구하는 디자인 역시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관을 상징하고 있다. 이제 인간의 과도한 탐욕으로 인해 자연재해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핀란드의 인식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 여겨진다. 여기에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것을 다시 바꾸는 과정에서 급격한 것보다 완만하면서도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들의 전통은 역시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하면서도 완벽하고 모든 이들의 공감을 이끄는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핀란드 디자인을 이야기하면서 저자 안애경이 중심축으로 삼았던 빛이 느껴진다. 어두울 것만 같은 핀란드에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했으며, 또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빛의 가치를 느낀다고 할까? 공사의 엄격한 구분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는 핀란드인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미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 행간에, 핀란드인의 생활은 개인적이고 고립되며, 독립된 생활을 영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도시적 생활의 일반적 특성이 고독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그런 인상을 갖게 된다 하더라도 핀란드의 생활은 한 번은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자극을 멋지게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