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 Jeon Wooch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과거의 즐거웠던 기억을 지닌 옛날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리는 욕구는 왜 일어날까? 과거의 인기작들의 힘을 빌려 대히트를 하려는 경제적 욕구가 가장 많겠지만 그래도 조금 부족한 지적일 것 같다. 과거와 현재는 어쩌면 비슷하다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때나 이때나 인간이 살았으며 또한 그때의 문제나 이때의 문제나 모든 문제는 인간이 결국 일으키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세상은 불신과 비판, 그리고 사회적 정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전우치란 정의를 수호하는 캐릭터가 있으니 결론이야 정의의 승리겠고, 다양한 액션들이 판을 치면서 영화의 극적 재미를 올릴 것은 분명하다. 이상하게도 거의 모든 영화가 히트를 쳤던 강동원의 대히트 작품이고 보면 이 영화가 상승세인 강동원의 정점에 있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영화에선 우리가 아는 착한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의에 편에 서있는 캐릭터들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 매우 물질적이었고, 각자의 이권 앞에 흔들리고 있었다. 전우치의 애인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는 여자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임수정이 연기했던 서인경이란 캐릭터는 잘난 배우 옆에서 어렵게 살고 있으면서 전형적인 속물일 뿐이다. 우리가 아는 이상적인 여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전우치는 과연 완벽한 정의의 수호신일까? 그냥 적이 있어 싸우는 그런 캐릭터일지 모른다. 그의 성격에 정의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어쩌면 장난기 가득한 청소년처럼 느껴졌다.
  무게감은 도리어 악당으로 나온 김윤석의 화담이었다. 아마도 화담 서경덕 선생을 염두에 둔 캐릭터인 것 같은데 한국 성리학 최고의 거목 중 한 명이 악당으로 둔갑하는 상황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곳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영화는 캐릭터도 그렇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 역시 그렇게 우아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여성에 대해 강요하는 세태는 지금의 시점에서 판단했을 때 결코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전우치라는 이야기의 속성 상 탐관오리에 대한 처벌을 담고 있는 것은 태생의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역시나 탐관오리가 나온다. 사회적 의미를 담으려는 제작자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인지 모르지만 확실히 영화의 악당은 곧 사회의 기득권층이고 화담 역시 그런 부류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화담이 아닌 것이다.
  성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깨끗하게 하자는 철학이다. 그래서 어려운 공부는 물론 인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수양을 중심으로 여긴다. 그 중 화담 서경덕이란 역사상의 위대한 학자는 당시 최고의 기녀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 거인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영화 속 화담은 도리어 욕구를 충족시키려고만 한 악당인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다 그렇고 그렇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모른다. 
 

 

  인간은 결국 다 그렇고 그런 것일까? 영화를 만든 제작자들의 진위가 무엇이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대목이다. 일종의 성인으로 추앙 받는 이를 욕구에 물든 인물로 설정한다는 것은 분명 신선한 시도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담고 있다. 특히 화담이 패하는 부분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도 무너뜨리는 장면이다. 구제되고 용서받는 것이 아닌, 처단이 되는 대상이며, 결국 그런 자들도 인간일 뿐이라는 자성 아니면 비판일 것이다.
  재미있었다. 강동원의 활력이 유감없이 발휘됐고, 또 히트도 쳐서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되도록 이끈 영화가 전우치다. 거기에 전통의 매력을 오늘로 가져온 작품이기도 하다. 다 좋다. 하지만 아쉽다면 인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문제라 어떤 비판을 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조금 희망적인 흐름을 다음 작품에서 가졌으면 한다. 요새 세상은 험악하다 보니 이런 영화가 더욱 공감이 가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좀 더 희망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는 영화가 보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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