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1 -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용연 지음, 김정민 기획, 조정주.김욱 원작 / 페이퍼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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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읽으니 드라마 한 장면 한 장면 생각이 났다. 그러나 드라마를 기억하기 위해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니다. 형상화 수단이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언어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이끄는 힘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캐릭터들의 속살 깊숙이 담겨 있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소설을 통해 맛봤기 때문이다. 과연 소설도 드라마만큼의 힘을 가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소설은 소설이다. 문장 하나에 그 때의 감정은 물론 다양한 모습들이 아련히 떠오르도록 하니 말이다. 아쉽다면 공주의 남자라는 드라마를 너무 열심히 봤기 때문에 세령이란 인물이나 김승유는 물론 모든 인물들의 모습들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극중의 인물들의 모습이 아련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미 상상능력을 상실해 버렸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그래도 소설의 특유한 매력을 찾을 수 있었고 특히 문장의 힘을 느꼈다.
  드라마가 아름다운 화면으로 서정성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소설은 섬세한 글과 매력적인 필치로 그것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드라마에선 느낄 수 없는 캐릭터들의 깊은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치 화면 하나하나에 깊이 있는 설명을 하듯 말이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 소설은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에선 자세히 드러낼 수 없는 상황 설명 역시 자세하게 해줬다. 결국 보기만 했기에 이해할 수 없던 것들 것 소설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배경이나 사실에 대해 번거로운 고민을 할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그래도 좀 아쉽긴 하다. 소설이기에 꿈꿀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각 위주의 삶에 익숙해서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짧으면서도 세련된 문장으로 그런 아쉬움은 덜하게 됐고, 특히 대화와 설명의 묘한 조화를 통해 소설의 재미를 이끄는 작가의 힘은 놀라울 뿐이다. 괜히 긴 묘사로 소설을 장황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단점이 이 책에선 보이지 않고, 그래서 최근의 대세인 간단하면서도 세련된 미학을 언어에서 추구하는 듯 하다.
  공주의 남자라는 드라마는 끝났지만 그 가치는 끝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최근 나오는 역사극들 다음 역사극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여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나올 드라마들은 분명 불행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뛰어난 걸작을 소설로 다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드라마만큼의 가치를 담고 있다. 확실히 언어의 매력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리라. 이 소설,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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