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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자점 코안도르 - Patisserie Coin de ru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 이미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래도 대세는 아닌 영화 같은 모습이었고, 그 흔한 엄청난 광고도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이 영화 포스터를 본 것이 두 달 전쯤으로 기억나는데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다 하더라도 두 달 넘게 하는 영화는 한국영화관에선 흔하지 않다. 거기에 한국에선 그다지 인기가 많지 않은 일본영화다 보니 각종 악재는 다 갖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오래도 한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것 같다.
뭔가 있다. 이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오래 전이었지만 그냥 흔한 영화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안보고 버티다 마침내 우연한 기회를 맞이해서 보게 됐다. 케이크와 관련된 영화이니 케이크 구경하는 기분으로 보려고 했다. 그런데 역시나 오래 하는 영화의 가치는 분명 있는 모양이다. 케이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영화는 특유의 건강함이 있다. 캔디라는 만화를 만든 곳이어서인지 꺾이지 않고 항상 건강한 여자 주인공이 있다. 당연히 그녀가 갖고 있는 세계관으로 모든 것들이 진행된다. 뭔가 사고가 터지고 어설픈 능력의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그 사람은 그 계통의 대가지만 과거의 상처로 인해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영화의 모든 갈등과 고민이 해결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주인공이고, 영화에서처럼 그녀의 확신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상징된다.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도 하지 않겠느냐고 동참하라는 분위기다.
일본영화는 최근의 안 좋은 경제상황에서인지 언제나 교훈적이고 계몽적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런 류에 포함된다. 일본영화 특유의 성격이 되다 보니 영화 보면서 결말을 앞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진행시키는 스토리와 그 과정을 주시한다면 그래도 일본영화의 무시 못할 장점들이 보이다. 무엇보다 일본영화에서의 캐릭터들이 동화 같은 주인공 빼곤 매우 현실적이고 도시적이다.
그들은 외롭다. 주인공 역시 그렇게 외롭다. 그리고 버림 받든 뭐하든 고독에서 시작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치원 때 약속했던 하나마나 한 결혼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고향을 떠났던 남자친구를 찾기 위해 도쿄까지 온 나츠메 (아오이 유우)는 사실 유아기적 사고를 갖고 있는 여자 주인공이다. 요새 결코 있을 수 없는 이런 캐릭터를 중심으로 일본영화 특유의 구성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다르지 않다. 이런 어린이 같은 주인공은 그런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 변화의 대상은 케익의 대가이면서 가족의 불행으로 인해 더 이상 직접 케이크를 만들기를 거부한 토무라 선생(에구치 요스케)이다. 바로 나츠메가 변화시켜야 할 영화 상의 문젯거리며 결국 그녀는 성공한다.
토무라는 어쩌면 도시 속에 살면서 가슴 한편에 아픔을 간직하고 살고 있는 도시인의 전형일 것이다. 무엇보다 방황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이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지만 언제나 그는 만지작거릴 뿐 케이크 만드는데 주저한다. 아니 자신의 과거 속에만 남겼을 뿐, 그는 그냥 케이크와 관련된 일을 할 뿐, 케이크를 만드는 일로부터 조금 떨어져 생활할 뿐이다. 정작 자신이 하고 싶고, 그것을 해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고 만 것이다. 이런 조건은 어쩌면 도시인들에겐 흔한 상황일 것이다. 일에 치여서, 혹은 서툰 관계 형성으로 인해 언제나 자기가 원하지 않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그곳에서 억지로 사는 인간들이 도시에선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가장 즐거운 세상으로 이끈 이는 결국 용기와 정열이 있는 동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다. 어쩌면 이건 슬픈 현실을 고발하는 캐릭터인지 모르겠다. 현실에선 없으니 이렇게라도 만들어서 작은 위안을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츠메 주위엔 언제나 뭔가 문제가 있는 이들로 넘친다. ‘코안도르’란 작은 양과자점에선 결혼과 일 둘 중 일을 선택한 양과자점 주인이 있고, 그곳에서 나츠메를 괴롭히는 또 다른 직원도 있다. 그리고 코안도르에서 언제나 분위기를 잡고 코안도르의 작품들을 즐기며 시식하는 전직 여자 연극배우도 있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세계에서 그다지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의 세계에서만 있을 뿐 밖의 세계와는 업무와 일로 걸칠 뿐이다. 이런 인간들 사이에 나츠메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모두라고 할 수 없지만 그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전보다 조금 더 웃고 인간적인 모습을 갖게 됐다.
그래도 이 영화, 페미니즘이다. 주인공 나츠메는 코안도르의 주인이 이야기했던 일과 사랑에서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갖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일을 선택한다.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이다. 모든 이들을 자신의 인간적 매력으로 모두 이끌면서도 그녀는 독립을 위한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직업과 사랑이 이분법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사랑의 힘을 이끌었던 그녀의 선택이 일이란 것을 보면 독특하단 생각도 든다. 어쩌면 영화는 통속적인 구성으로 극을 이끌면서도 결국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정서적인 것이 아닌 바로 매우 현실적인 직업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말미엔 마치 꿈을 꾸다 막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 문을 나서면 바로 현실이다. 영화는 확실히 Fantasy란 것을 다시금 느끼는 대목이다. 또한 정서의 힘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현실도 만만한 것이 아님을 느끼기에 이 영화의 말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확실히 이 영화 오래 갈만 하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