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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위의 나비 - Rest On Your Should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사랑, 언제나 다루는 소재다. 문학이든 영화든 말이다. 이것만큼 대중적인 것이 과연 또 있을까? 또한 그 사랑을 위해 희생하고 기다리는 내용은 역시나 흔하다. 인류에게 사랑은 가장 비합리적이면서 극단적인 이타주의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설사 세상은 사랑을 실제로는 그렇게 다루지 않다 하더라도 문학과 영화에서 사랑을 위한 희생은 너무 당연하게 다룬다. 그래서 어떤 이는 문학과 영화는 너무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과연 인간들 중에 그럴 수 있을까 하고. 그래서인지 마치 사랑에 대한 실험을 담은 영화도 나오게 됐는지 모른다. 즉 과연 넌 사랑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사랑이 불신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 경제적 동인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그 결과가 계속 높아져가고 있는 이혼율이고 미혼율일 것이다. 같이 있어도 혼자라는 생각이 앞서는 지금의 우리에게 어쩌면 함께 사는 이를 실험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날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없어지더라도 날 계속 생각하고 기다릴 수 있을까? 어쩌면 유치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이런 질문,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나만을 그리워해 줄 수 있는 이와 함께 산다는 것이 우리들의 행복을 만드는 가장 큰 샘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에 나온 배우들은 나에겐 매우 반가운 이들이었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카페 주인을 잘 소화해 냈고, 또한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영화의 주인공, 계륜미가 가장 많은 화면을 차지하게 됐고 ‘쌍식기’에서 매력적인 ‘코코’역을 맡았던 강일연의 모습은 과거와 다른 색다른 매력을 줬다. 하지만 상당 부분 목소리만 출연한 것만 같아 아쉬웠다. 오랜 만에 본 양영기 역시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지만 비중이 좀 작아진 것 같아 아쉽다. 계륜미는 그러나 다른 여자 배우들보다 화면은 많이 차지할 수 있었지만 그 뿐이었고, 주인공으로서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전에 중국 드라마, ‘금분세가’에서 강한 인상을 줬던 남자 주인공 진곤은 너무 반가웠다. 잘 생긴 외모이면서도 이전의 다소 건방져 보였던 그의 모습은 이번에 순수한 청년으로 나타났다. 이제 그도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좋긴 좋았다.
한 남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 영화 내용은 매우 진부하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여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동화같다. 그런데 살짝 독특함이 나타난다. 여자 주인공이 나비로 변해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주변을 맴돈다는 것이다. 봄은 물론이고 겨울까지 말이다. 기발하다고 해야 할지 아이디어의 과부하로 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형상화다. 다소 억지스런 환타지로 간 이 영화는 그러나 인류의 보편적인 고민에 답하기 위한 나름의 선택이었다. 연인으로서의 매력을 서로 확인하기 보단 부재라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결코 서로를 잊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세상을 살면서 느낀다. 그런 뻔한 진리를 이 영화는 매우 과감하게 어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팬의 바람대로 그들은 다시 서로 만나게 된다.
욕망이 무리일 경우, 언제나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경우, 그것을 회피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Cool한 태도다. 억지로라도 대범한 척 해야 그나마 더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Cool한 척이라도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온 캐릭터 중 그 누구도 Cool하지 못했다. 다만 포기할 뿐이다.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포기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기본전제였다. 부재하지만 사랑하기에 다른 이를 사귈 수 없다는 이야기는 분명 환타지지만 그래도 그런 사랑을 깨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배려와 사랑이 깔려 있다.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사랑을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포기 과정에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다 표현했다. 아마도 현실 속의 환타지 중 하나가 이런 솔직함이리라. 그런 솔직함이 비극의 시작을 의미하더라도 그런 솔직함이야말로 모든 것을 만드는 첩경이다. 그런 솔직함이 이 영화의 재미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얻게 되는 자그만 기쁨, 그것 역시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이다. 분명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언젠가 우리 가슴 속에 사라져버린 사랑과 배려의 미학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확인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