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i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택배 직원이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직업의 귀천을 따지기 위해, 혹은 소외된 자들의 울분을 이야기하기 위해 제작된 것은 아니다. 화려한 바이크의 아슬아슬한 묘기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오직 바이크들의 화려한 액션만을 보여주려 했다면 이 영화는 어느 연예 프로의 진기명기 오락프로그램의 하나였을지 모른다. 영화는 영화 속의 바이크 묘기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은 달려야만 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재미있게 꾸민 서사도 담았다.
  솔직히, 영화 내용은 뻔하다. 어쩌면 바이크 액션을 위해 마련된 사건들로 채워진 것들이다. 한 때 대충 살았던 청년이 이런저런 이유로 퀵서비스 직원으로 생계를 꾸리게 된다. 그런데 그의 과거가 문제였다. 원인이야 어떻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이 퀵 서비스 직원은 이후 그것에 대한 보복을 당하게 된다. 복수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오직 내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해야 한다는 주관적 관심이 주가 된다. 어떤 점에선 타당한 측면도 있고, 사회의 질서 역시 한 개인의 보복을 위해 사용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그에 합당한 처벌을 위해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판단을 내리지만 영화 속에서의 보복은 그런 객관적인 인사가 없다. 차라리 보복이 보복을 만드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것을 본다면 주인공은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인물도 아니며, 과거가 멋진 것은 아닌 어쩌면 하류 인생의 인물일 뿐이다. 영화에서 그의 멋진 바이크 실력을 통해 앵글을 들이밀긴 했지만 주인공인 한기수(이민기)는 그리 화려한 캐릭터는 아니다. 영화 내내 그의 캐릭터를 통해 영화가 진행된 것도 별로 없다. 그는 어쩌면 그냥 주인공이라고 정해져서 가장 많이 보게 된 인물이다. 그런 그와 좀 유치하게 관계를 갖고 있는, 그러면서 전도 유망하게 된 아이돌 여성 그룹의 멤버인 아롬(강예원)와의 바이크에서의 기이한 동거는 이 영화의 소소한 재미를 주는 원천이다. 과거 자신이 사랑했지만 자신을 걷어찼다는 트라우마에 걸린 이 전도유망한 아이돌 그룹 여성 멤버가 과연 과거의 남자를 한 번 보고 제대로 복수하고 싶은 이유가 좀 그럴 듯 했으면 했지만 그런 것을 잘 보이지 않았다. 정말 오락 영화답게 같이 위험한 바이크 질주를 위한 여자동료를 구태여 만들어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그들이 처한 위험은 폭탄이다. 신나게 놀다 그만 대형사고를 터뜨리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어느 가장의 분노로 인해 자행된 폭탄테러와 그것을 수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한기수와 아롬은 서로 코믹하게, 그러면서도 절절한 애정관계를 보여준다. 현재의 분위기로 도저히 일어나기 힘든 희생정신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락영화이니까 그런 로맨스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기이한 애정관계가 아니라면 여자배우가 사실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화란 결국 억지로 만든 스토리 속에 배우를 가두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이 영화는 과거, 조연배우로서 만족했던 배우들을 전격 주연으로 기용하면서 거품을 뺀 작품이다. 그래도 영화는 매우 재미있었고,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도음해서인지 주연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그들의 허슬플레이로 영화는 오락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이 영화를 보고 예술성을 논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의 흥행 영화의 색다른 모색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 받을 수 있다. 흥행이 목적이라면 말이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의 잔영이 크게 느껴지는 영화다. 흥행을 추구했단 점에서뿐만 아니라 해운대에서의 조연들이 이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두 영화 사이의 기이한 인연은 아니다. 당시 참가자들이 이 영화 제작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관계는 매우 적나라하다. 그래도 좋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영화를 보고 즐겁다고 그것으로 된 것이다. 앞으로 그들의 미래가 더욱 밝았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