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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 질풍전 극장판 4 : 더 로스트 타워 - Naruto Shippuden the Lost T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상이란 관계망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 치고는 너무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최초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톰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인간공동체에 이방인이라 할 로봇이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벌어질 갈등과 공존, 그리고 그 근본인 차이가 차별이 될 수 있는 위험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방인이 한국이란 공동체 내로 급격히 진입하는 것을 본다면 ‘아톰’의 선견지명이 한층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전통을 갖고 있는 일본 만화영화는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데 ‘나루토’ 역시 이런 범주에 당연히 드는 영화다.
나루토는 일본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시리즈물이다. 자신의 몸 속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괴물 ‘구미’를 담고 있다는 것은 시작부터 태생부터 불편한 운명을 짊어진 그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그런 구미를 지니고 사는 존재인 ‘인주력’이 되면서 겪는 그의 성장 중의 고통은 고아라는 상황과 함께 모든 이들이 멀리 하는 왕따로서의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주인공이었기에 그런 험난한 과정을 이겨낸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세상에 반항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악화된 관계를 좀 더 좋은 관계로 만들기 위한 그의 헌신은 분명 비현실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성장을 통해 그의 주변이 바뀌고 심지어 서로 죽고 죽이면서 얻게 된 증오, 분노로 얼룩진 닌자 세계의 모든 것들이 변한다는 설정은 억지스럽지만 뭔가를 느끼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나루토 영화의 핵심은 성장통이다. 성장통은 청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느끼게 되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고통이다. 나루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한 이 성장통은 자신의 가치가 관계 속에서 평가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일본이 갖고 있는 전통이자 관습이며, 그들이 갖고 있는 시시비비의 근간이기도 하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해 개인주의가 범람하는 이 때, 매우 필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이며, 그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힘들고 귀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피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는 과거에 있었던 공동체적 가치관이자 자유주의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임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타인을 위해 가장 의미 있는 의식이란 점을 생각하면 자유와 책임은 사실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것이며, 이런 점을 나루토는 밝히고 있다.
나루토에게 책임감의 가치와 그를 위한 불의 의지를 전수받는 이는 세상 물정 모르고 살면서 악인에게 조종당하는 공주다. 그 공주가 자신의 나라가 겪는 위험을 목도할 때, 공주에 걸맞은 책임자가 되기 위해선 과거와 다른 용기와 책임을 지는 자세가 요구되며,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대단한 모험과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친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내용은 다소 유치해 보이기는 하지만 뭔가 강한 호소력은 있어 보인다. 오늘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상황도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공주를 어른으로 키워내는 역할은 담당하는 나루토는 어쩌면 자신의 성장통을 통해 얻게 된 세상의 이치를 갖고 있다. 힘들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느낄 때 어른이 되며, 또한 친구와 동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할 책임이라는 것을 주저 없이 이야기한다.

나루토 영화는 오늘의 반성을 담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때, 타인과 공동체의 가치를 망각하며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서로 간섭 안하고 사는 것이 최고의 생활방식으로 정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상황은 일본이나 한국을 막론하고 도시화와 산업화를 이룬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 때, 나루토의 외침은 이상하게 힘이 있다. 자기가 아닌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 부족하면서 생기는 고통은 자못 크다. 혼자 살면서 우린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되며, 과연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이 더 좋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런 점에서 나의 행복은 타인과 공동체에 기댈 수밖에 없으며, 더불어 살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나루토는 그런 고민을 해결하고 다 자란 어른으로서의 인간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나루토라면 세상은 더욱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