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 Taipei Exchang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도시, 참 갑갑하다. 어느 순간 그렇게 느껴졌다. 잠깐이었지만 힘겹게 살면서도 도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감정보다 왠지 모를 답답함과 구속,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 속에 파묻혀서 즐거운 나날들보단 하루 생계에 힘겨워 하거나, 아니면 미래의 번영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노동자로서만 남게 됐다. 그 속에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모험이기조차 하다. 그러나 그런 모험 속에서 인간적 매력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힘든 일을 저기서 또다시 할 뿐, 그 속에선 뭔가 새롭고 활력 있는, 그래서 즐거운 나날을 만들 수 없을 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 그런 갑갑함을 날려 버린다.
  영화, 뻔하다면 뻔하다. 어느 철모르는 자매 둘이 대만의 타이페이에 카페를 연다. 아마도 도심 속의 카페에 대한 이상이 존재했을 것이다. 지금도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커피와 멋진 인테리어를 통해 많은 돈을 축적하려는 사람들은 많다. 이들 역시 비슷한 동기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회사생활에 힘들어한, 어떤 면에선 사회 부적응자들일 수 있을 것이며, 또 다른 면에선 쉽게 뭔가를 해보려는 얄팍한 그 무언가가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시작은 좀 엉망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것에서 색다른 변화로 그들의 카페와 그 분위기, 심지어 손님들의 기대치까지 바뀐다. 나중엔 그 곳의 주인들은 물론, 그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말이다.  

 

 


  이런 영화 속에 매우 영리한 매력이 있다. 중국 특유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오감으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와 커피는 미각은 물론 후각을 자극하며, 영화 속의 감미로운 노래들은 청각에 색다른 매력을 준다. 여기에 여자 주인공들의 멋진 외모는 당연하겠지만 영화 속에서 이야기 하나하나와 관계된 그림들은 마치 어느 전시회의 그림들을 보는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촉각만 예외인 듯 하지만 영화 속의 물물교환 상품들을 만지고 싶은 느낌은 촉각의 유혹을 갖고 있으리라. 이런 것들이 영화 속에 풍부하다. 그리고, 그 속에 듬뿍 담겨 있는 솔직한 인간미들은 은은히 진행되는 영화에 어떤 활력을 제공한다.
  정직하고 솔직했고 객관적이었다. 그래서 공감이 쉽게 이루어진 것 같다. 어렵지 않을 것만 같은 문제에 영화 출연진들과 다른 일반인들의 선택과 그 이유를 들려주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백미다. 소소하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삶에 가장 행복한 것들을 만들어주는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영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한 번은 생각해 봄 직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들려주고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어디에 있고, 그 속에서의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생각하도록 이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힘은 이런 것들보다 주인공들의 의미심장한 연기와 대화, 그리고 그녀들의 이야기다.  

 

 


  공감 가는 현실 속에서도 영화 주인공인 두얼과 그녀의 여동생 창얼에겐 낭만이 존재한다. 가보지 못한 곳들에 대한 동경을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는 꿈 많은 이 두 어른들을 위한 동화들은 현실 속에서 아늑한,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를 애달픈 흔적을 만들어간다. 잠시나마 아늑함을 주지만 이야기는 또 다른 아쉬움을 만들며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동경을 만들어 나간다. 현재의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저 먼 곳에서 있을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평범한 여자 두얼이 색다른 인생을 꿈꾸게 된 것이다. 카페 주인은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의 두얼이 돼가고 있고, 또한 될 그녀는 우리 도시인들이 꿈꾸는 그런 모습의 도시인이다. 낭만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이 감히 현실을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그런 평범한 인간에서 이제 그 색다른 낭만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것, 정말 부러웠다.  

 

 


  이야기는 소통이며,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이루어지는 만남과 친근함, 그리고 그, 혹은 그녀로 향하는 어떤 묘한 이끌림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예상되고, 또한 그러게 되길 바라게 만든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카페를 통해 물물교환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만이 아니라 이야기이며, 관계이며, 그리고 갈구다. 색다른 만남뿐만 아니라 자신과 무엇인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는 그를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행복으로 향하는 가장 가벼우면서도 중요한 첫걸음일 것이다. 비록 낭만이고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그렇게 끝나는 것이 무척 고마웠다.
  물물교환, 경제학원론을 찾아본다면 물건과의 단순 교류라고 표현될 것 같다. 하지만 인간적인 만남 속에서 뭔가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이 굳이 형체를 띨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간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다 좋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통해 뭔가 변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도시 속의 활력을 이끌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타이페이 카페에서 그렇게 물물교환하고 싶다. 그래서 좀 더 바뀐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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