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3 -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미국의 가치관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개인주의가 너무 심하니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그저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구를 지키는 영화라면, 주인공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과감성도 좀 보여주고, 모든 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애인에게 통사정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Old한 것인지, 아니면 동양에서는 그렇지만 서양하곤 질적으로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면 세대차? 아무튼 영화 속에서 본 세계는 정말 이질적이었고, 솔직히 불안하기만 하다.
  영화 속 주인공인 샘 윗위키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철없는 고교생에서 어느 순간 명문대대학에 들어갔고, 나중엔 실업자 신세로 직장을 구하는 소시민이 된다. 그래도 과거의 화려한 명성, 즉 지구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으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그런데 이 친구, 수상하다. 과거의 여자로부터 차이고, 현재의 여자의 구애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심지어 지구가 위기에 처했어도 여자를 위한 마음이 너무 앞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이 여자를 구하러 간다. 그 친구들 역시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 구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 위기 상황에서 자기 여자를 일에 끌어들이는 행위는 아무리 봐도 설득력이 없다. 여자친구에게 과시하려고 하는 것도 같지만 그래도 이건 좀 이상하다. 이 영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렇게 시나리오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학생들 여름방학이란 특수가 아니면 인기 끌기 참 힘들 영화다. 아무래도 사회생활로 세상 이치에 조금씩 접근하는 어른들이 보기엔 정말 동화다. 하지만 동화 속엔 비논리적이지만 사랑을 잘 마무리해주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는 그런 것도 없고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것은 도대체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더욱 강해지고 숫자도 많아진 디셉티콘에 대항하는 존재들은 단순한 무력으로야 단연 오토콘들이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는 정신은 역시 샘 윗위키가 지구를 대표해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친구, 자기 애인에 정신이 팔려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있다. 부모의 조언이란 것도 영 이상하다. 지구가 위기인데 여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은 아무리 좋게 들어도 우선 순위가 문제 있는 조언이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연적이 천하에 둘도 없는 악당이라니 그를 처단해야 할 이유 하나 정도는 지구를 위해서도 그리고 한 여자를 갖고 사랑싸움을 그에게도 다행히 존재한다. 그러나 결국 연적 하나를 제거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냥 억지로 끼워 맞춘 퍼즐일 뿐이다. 어쩌면 자신을 버린 전 애인과 현 애인이 과연 뭐가 다를까 하는 의심이 드는 구석도 매우 많은데, 요새 미국은 그런 불안한 인간관계 속에서도 목숨을 바쳐 사랑하는 애인을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좀 불안하다. 
 

 

 

  영화에서 정말 지구를 지키는 것은 외계인 손님이랄 수 있는 오토콘들이었다. 그들을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그 일을 수행하고 있다. 오토콘의 리더는 언제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고, 또한 제2의 고향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종종 그들은 지구만을 지키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미국을 지키고 있고, 미국만을 지키고 있다. 테러에 대한 핵무기의 위기 등을 잠재우기 위해 이란을 공격하는 장면은 이해하겠다. 하지만 만약 미국이 원유 확보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는 부분이 있다면 오토콘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궁금하다. 과연 미국을 위해 그들을 처단하는데 앞장을 설까? 아니면 부당한 전쟁이라면서 미국에 반격을 가할까? 영화 속에선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 않다. 미국은 언제나 옳은 것으로 치부하니까 말이다. 미국의 편향된 사고방식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장면이다.
  그렇다.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은 미국이다. 미국의 편협 된 사고가 넘쳐 흐르고 그들의 가치관이 또한 가득하다. 그리고 미국의 현재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제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 자체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반박이 되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그래도 사랑을 아름다움으로 포장한 마지막 음악시기인 90년대 음악과는 다르게 솔직을 넘어 무례한 표현으로 가득한 현 아이돌 음악의 본류인 곳이다. 그래서인가? 영화는 세상을 조롱하는 것으로 가득 차다. 그 중심은 바로 20대의 젊은이들이다. 젊은이 태반이 실업인 상황에서 과연 사회는 그런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지를 좀 이상한 방법으로 질문하고 있다. 지구를 위해 열심히 목숨을 바친 명문대 젊은이에게 사회가 해준 것이라곤 수 없는 낙방 속에 마침내 우편배달을 담당하는 직업이었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어쩌면 88만원 세대의 불만이 이 영화에도 가득했다. 사실 오늘의 20대들이 국제적으로 공통적인 고민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래서일까? 주인공 샘 윗위키에겐 사회적 사명감도 없었고, 오늘을 힘들게 사는 한 불쌍한 젊은이다. 지금까지의 스파이더 맨의 파커도 삼촌의 사명감 한 마디에 정의로운 편에 서지만 그의 생활이 좋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파커와 윗위키는 다른 것이 별로 없는 오늘의 20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고, 미국 사회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실체들이다. 즉 왜 젊은이들이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를 되묻고 있는 존재들이다.
  윗위키란 캐릭터는 어쩌면 포스트 모던이즘에서의 전형적이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패기도 없고, 하루하루의 생존에 치이며, 아버지로부터 기껏 공부시켰는데 일자리도 못 얻었다고 핀잔을 듣고 있는 그저 그런 친구다. 요새 이렇게 안 사는 젊은이들이 있을까? 하지만 지구를 지키기 위한 영화라면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으면 한다. 영화도 동화라면 세상의 가치관을 조금이나마 더욱 두드러지게 해야 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것도 Old하고 구태의연한 생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든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 지금의 20대도 미래엔 40대, 50대, 심지어 100대가 될 것이다. 각 세대에 서로 주고 받으며, 또한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서로를 위한 삶이 그래도 낫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 만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게 참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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