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단골가게 - 마치 런던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이혜실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아마도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이겠지만 말이다. 런던을 가는 것은 물론, 다른 여행지를 가는 여행객들의 목적이나 느낌이 모두 다르겠지만 새로운 곳을 만났을 때의 설렘은 만국 공통이라 할 것이다. 그런 설렘은 사실 이 책을 쓴 저자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을 통해 독자 역시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게 여행 수필을 읽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 멋진 디자이너를 꿈꾸며 런던으로 유학을 간 어느 여학생의 즐거운 쇼핑 여행기와 같은 이 여행기는 단순히 쇼핑 구매 장소나 시장을 소개하는 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행간 속에 자리잡고 있는 런던에 대한 느낌과 감정, 그리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만날 때의 설렘이 가득하다.
  넘치는 의욕으로 디자이너로서의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런던으로 간 저자의 마음이 매우 콩닥거렸던 것 같다. 새로운 것들에 감격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빈티지 속에서 신선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런던의 매력은 저자는 물론 독자 역시 묘한 흥분을 일으킨다. 어쩌면 먼 이상향과 같은 영국 런던의 매력은 저자인 그녀가 가서 본 그곳들에 모든 것이 담겨 있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가서 볼 수 있고, 엄격한 계층사회에나 있을 법한 엄격한 참관요건이 필요 없는, 재미로 넘치는 상점들에서 말이다. 또한 이런 곳에서 예술의 매력이 숨쉬고 있을 것이다.
  빈티지, 이 단어가 책 속 어느 곳에서나 나온다. 현대 패션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빈티지는 와인 숙성이란 어휘에서 나왔지만 이제 의류 등의 패션에 흔히 볼 수 있는 어휘다. 자칫 겉보기에 형편없어 보이는 것들만을 의미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이것은 결코 그런 하찮은 것이 아니다. 바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패션일 뿐만 아니라 과거 속에서도 그 진가를 제대로 집어낼 수 있는 패셔니스타들의 능력을 발휘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겉보기에 화려하고 예쁜 것들만을 좇는 것보다 숙성된 것을 통해 겉과 다른 속의 진면목을 찾는 것 역시 패션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빈티지는 과거 속에서의 현대적 매력이며, 혁명적이기도 하다. 저자가 찾아가는 것 속에서 타성에 절어 있던 모습이 새롭게 변모되고 진화되는 모습이 매우 부럽다. 그녀가 보여주는 많은 사진들 속에서 런던의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매력들, 그리고 그녀의 관심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양한 런던의 매력은 무한해 보였다.
  90년대 영국은 British Young Artists 즉 BYAs라는 새로운 예슬가들 덕분에 문화적인 변신을 겪게 된다. 산업의 침체로 인해 그리고 IMF 구제금융으로 인해 한없이 추락한 영국에서 이들은 신선한 감각과 인식으로 영국의 예술을 바꿨다. 그런 변화에 힘입어 폐허가 되다시피 한 공장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모험을 했고, 벽의 낙서 속에서 대단한 미적 감각을 발휘하는 이들 덕분으로 런던은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예술이 변화를 겪게 되기도 했다. 허스트 등의 작가들의 솜씨를 담은 예술작품들이 경매시장에서 엄청난 고가로 팔린 것들은 모험적인 상업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선입견을 깨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변화가 이 소소한 일상을 담은 책에서 자주 등장하고, 또한 이미 BYAs들의 문화적 성과가 이미 런던에서 일상화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니까, 런던으로 가서 그녀가 밟았던 그 길들을 걷고 싶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되네 이게 할 장소들을 들러서, 저자가 느꼈던 그 감정도 느끼고 싶다. 아마도 영화 속의 장면보다 책에서 소개한 그것들을 더 많이 생각할 것 같다. 여행수필의 매력이 이런 것이리라. 언젠가 런던에 가게 되면, 그 때 나름의 추억을 다시 만들고 싶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풍성한 것들을 더욱 많이 만들 것 같다. 런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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