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 금융의 탄생에서 현재의 세계 금융 지형까지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6
이찬근 지음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살아가는데 점점 힘들어지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금융이다. 고령화 사회나 연금의 운영 등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어휘인 금융은 이제 세상살이와 엄청난 관련이 맺고 있지만 금융은 일반인들에겐 어려운 과목이자 숙제다. 그렇다고 어렵다고 포기하기엔 그 과실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경우 현대사회를 살아가기도 힘들다. 어느 순간 현대인들은 금융으로 먹고 사는 존재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찬근 교수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라는 책은 반갑기 그지 없다.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고, 일반인들 입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돈을 풀 수 있는 금융은 이 책을 통해 소개되는 질과 양으로도 굉장히 어렵다는 인상이 들었다. 작가는 일반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래도 쉬운 대상은 아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어려운 방정식을 통해야만 풀어갈 수 있는 세상사가 금융 뒤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또한 반응에 이어지는 반응이 수만 가지로 엮어지면서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과적 관계가 지배하면서도 너무 많은 인과관계가 얽히어서 많아 결코 원인과 결과가 파악되기 힘든 세상, 금융은 바로 그런 곳이며, 그런 것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이 책이 고마운 것은 이제 금융 알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적 훈련을 시킨다는 점이다. 화폐나 자본에 대한 설명과 그것과 관련된 이자와 자본에 대한 설명, 그리고 중앙은행의 기능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신선한 방식으로 설명을 하면서,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제공해준다. 교과서나 원론이라면 언제나 과도한 추상화와 수식화로 인해 그 사회적 가치를 쉽게 얻을 수 없고 또한 실생활과 유리된 채 이해를 강요당하는 느낌마저 드는 상황에서 이 책은 쉬운 방법이 아닌 어려운 수고를 하면서도 독자들이 진정한 금융의 세계가 무엇인지를 친근한 소재를 통해 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마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금융 안내서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저자가 생각하는 생각과 사회적 상식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고,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 그리고 향후 미래에 대한 예측도 담고 있다. 어쩌면 후반부가 가장 중요한 내용들일 것이고, 가장 주목되는 부분들이다. 자본주의와 금융 뒤에 숨겨진 탐욕과 모순, 그리고 갈등들이 무분별하고 음성적, 그리고 불법적으로 운영되면서 어떤 위기가 터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에선 사실 암담함조차 느껴졌다. 금융에서 투기에 대한 해석에서 저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대목은 기본 상식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선물시장이든 헤지펀드든 태생적으로 투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은 신선함을 느껴도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용인해야 하는지 잘 판단이 서지 않는 대목이다. 이익의 사유화, 부담의 사회화는 분명 사회악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현대사회가 안고 살아가야 할 숙명적 위험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한 참고자료를 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성찰을 해야 할 내용들도 담고 있다.
  국가와 제도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사회구성원들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도 있다. 또한 발전에 대한 역할도 이제 요구 받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점차 국제화되면서 금융에 의해 침범 당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에 대한 문제는 이제 가장 중요한 국가와 제도의 임무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시로 경제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금융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정말 어려운 문제다. 그 속엔 인간의 탐욕이 숨쉬고 있고, 그로 인해 부정부패는 물론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떠넘기기 위한 불법도 자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거품이란 것을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필요악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그 운영기제인 금융의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왕국이 무너진 것은 왕의 역할이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그 가치 넘어 비효율성이나 위험성이 더 컸기 때문이며, 다른 통치체제인 민주주의로 넘어갔다. 따라서 자본주의 역시 그 자체의 한계를 넘어설 사회적 타당성을 얻어야 하며, 또한 제도를 통해 제어되어야 하며,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위험성을 제거하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진행된다면 자본주의는 인류에게 계속 무한한 성장과 건강함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금융패권을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부디 이런 노력들이 모든 이들의 행복을 이끄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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