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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 FAST & FURIOUS 5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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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액션 영화의 상징인 빈 디젤의 모습은 확실히 명불허전이다. 다만 과거와의 액션의 차별성은 없었고 성찰이나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이 가족이란 이름 하에 범인을 탈주시키고 모두 브라질로 도망갔다. 그리고 액션 장소는 브라질의 ‘리오 데 자이네로’였다. 그래서 세계 3대 미항인 리우 데 자이네루는 액션의 희생양이 된 듯, 시내 곳곳이 박살이 났다.
이 영화, 솔직히 볼 만한 것들은 억센 남자들의 근육과 액션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 뒤엔 좀 섬뜩한 것들이 있다. 우선 돈이면 뭘 해도 된다는 물질만능주의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 중에 이런 것이 많지만 이젠 경찰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설정을 보면 확실히 신자유주의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의 오빠가 감옥에 들어갔다고 경찰, 그것도 FBI 요원이 나서는 것을 보면서 공과 사의 엄격한 구분도 중요하지 않은 미국의 변화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과연 가족의 가치를 다른 것보다 우선시하고 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문제는 경찰도 어느 순간 강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미 미국의 도덕적 가치가 무너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그냥 스토리 하나 만들려고 이렇게 억지로 경찰을 범법자로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즉, 유능한 범인 하나 만들기 위해 경찰을 갖다 부쳤다고 밖엔 말할 수가 없다. 그래도 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범죄의 현장이 브라질이란 점이다. 사실 이게 좀 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부분이다. 브라질은 요사이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다. 대통령이 얼마 전까지 좌파인 룰라였고 지금도 그 후계자가 같은 당의 좌파인사다. 그리고 우파적인 시각의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미국 주도의 아메리카를 구축하려는 미국에 대항해서 브라질 좌파 중심의 남미가 부상하고 있다. 브라질의 국력이 세계 7위로까지 부상하면서 브라질 중심의 ‘메르코 수르’ 등의 지역공동체가 점차 활성화되고 상임이사국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반미인 브라질의 득세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브라질의 연대가 심화되면서 반미 전선이 구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은 계속 궁지에 몰리고 있으며,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 개편에 대해 브라질 역시 동조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러니 미국이 브라질을 새로운 적수로 볼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고 그래서 미국인들이 보는 브라질은 부정적인 대상이고 그런 은연 중의 마음이 이 영화에서 실현하고 있다.
영화 속의 브라질은 엉망이다. 사실적인 내용이겠지만 브라질이 엉망이니까, 그리고 지역사회를 쥐고 흔드는 것이 브라질의 악당이니 그의 돈을 뺏는 것은 정당하다는 투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악당이긴 하지만 훔친 돈을 왜 자기들 잇속을 위해 사용하는지 그런 것은 드러나지도 않았다. 결국 브라질에 한 방 날리고 싶다는 미국의 속내를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다. 말을 잘 듣지 않은 나라나 사람들에 대해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감정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적이라면 영화를 통해서라도 물어 뜯는 미국의 잘못된 관행이 투영된 듯 하다.
미국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영화 좀 예의 없어 보인다. 이 때문인지 ‘분노의 질주’는 Killing Time으로 보기엔 좀 부담스런 영화다. 유명한 액션배우들이 나오기에 분명 볼거리는 풍성해 보이지만 객관적인 기준 하에 이루어지는 이분법적 사고 없이, 편향된 미국인들의 감정을 고려한, 그래서 감정적인 이분법이 적용된 영화라서 그렇다. 단순히 앙갚음의 영화를 보고 과연 관객이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관점이고 미래다. 이 영화, 그래서 퇴영적인지 모른다. 보고 나니 멋진 액션 속에 좀 허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