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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생각한다
슬픈한국 지음 / 이비락 / 2011년 4월
평점 :
답답하다. 이 책을 쓴 저자가 내내 느꼈을 그 슬픔을, 독자 역시 진하도록 느꼈을 것이다. 현 이명박 정권 하에 벌어지는 일은 기막힐 뿐이고 그 만행 역시 경악할 수준이다. 취임 초부터 밀어붙였던 고환율 정책과 부자 감세, 그리고 고소영이나 강부자 등으로 대표되는 특권층들의 발호, 이런 것들은 결코 있어서도 안 되지만 현실화됐다. 이 책은 그런 것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공감한다. 이런 정권이 탄생된 이유엔 국민들의 잘못된 투표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저자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인상적인 평가를 내렸다. 개인적으로 접근해보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어느 시간이 지난 후에 재평가될 수 있는 부분 역시 많다는 데에 동의한다. 오해인지 아니면 탐욕으로 인해 인식이 흐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타당한 내용들이 있다. 하지만 사실 확인에 앞서 현 이명박 정권과 대비해서 봤을 때 탁월할 수는 있었겠지만 당시에 비판 받았던 내용들이 전혀 타당성이 없었는지는 불확실하다. 한미 FTA는 분명 양날의 칼이었고 수구류는 물론 진보류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할 세력들이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전체 국민들이 한미 FTA를 어떻게 봤는지 한 번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이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이명박 정권의 문제이거나 삼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과연 남한이란 곳에 살고 있는, 투표와 선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막을 수 있나 하는 점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로까지 이어진다. 이 점이 이 책이 갖고 있는 호소력이라 느껴진다.
이 책은 그래도 희망을 걸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문제를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의 대안인물들이 열거되어 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현재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한국이 그나마 갖고 있는 인사들이다. 몇 명 더하자면 최근 부상하고 있는 문재인 전 실장 정도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희망을 기댈 인물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책이 그나마 거는 희망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엔 의구심이 든다. 한국인들이 이명박 정권을 선택한 것은 남을 희생시켜서라도 알량한 이익이나마 더 거두려고 한 이기적 투표행위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도 지역주의를 통해 그것은 실행되고 있다. 얼마 전 이뤄졌던 김해 보궐선거에서 부도덕이 만천하에 공개된 인사가 그래도 경상도 인사라고 당선된 것을 보면 솔직히 한국의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선거는 기댈 수가 없다. 부도덕한 인사라도 다른 곳의 이익을 뺏어서 자기만 잘 살게 해준다면 매우 좋아할 선거권자로 한국은 넘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가 착하고 양심적일 거라서 선거에서 표를 준 것도 아니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잘못된 정보든 뭐든 노무현 정부가 싫어서, 그리고 아파트를 어떻게라도 지탱하길 원해서, 그리고 10년간 뜯겼으니 이번에 다시 복수하자는 경상도 지역주가 활개쳐서 이명박 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인간은, 아니 한국인들은 이렇게 어리석고 파렴치하기조차 하다.
개인적으로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럽 국가들이 선진국에 걸맞은 사회제도를 갖게 된 것은 수백 년 동안 치고 받으면서 얻게 된 공존의 가치를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아니 앞으로 몇 백 년 동안 그런 시기를 거쳐야 할 운명이 있는지 모른다. 그 기간엔 경제위기로 인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서울을 포함한 모든 도시에서 빈부격차에 따른 시내 투석전이나 빈곤의 일상화가 일어나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고통이 있어야 복지의 가치를 알게 되고, 진보의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의 희생으로 얻을 수 없다는 뼈저린 현실을 인식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은 허황됐는지 모른다.
한국엔 이 책에서 이야기한 위기의 원인 이외에도 앞으로 더욱 큰 고통을 야기할 세대간의 충돌이 대기하고 있다. 고려장으로 잠깐 묘사될 수도 있지만 백발의 노인들이 갖고 있는 선거와 투표권은 결국 젊은이들을 더욱 벼랑 끝에 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을 고치는 방법은 역사적으로 드물었고, 언제나 화산처럼 터지고 갈 때까지 가야 최악으로 해결되는 과정이 역사에 일반적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 잘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허황된 꿈일 것만 같아 슬프다. 이 책 저자의 필명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