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퍼센트의 차이 - 인종과 반인종의 교차로에서 제3의 길을 찾는 아주 특별한 DNA 이야기
베르트랑 조르당 지음, 조민영 옮김 / 알마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고 그래서 무능하거나 유능하다는 식의 비이성적인 결론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유전학이다. 문제는 이 유전학 너머엔 불합리한 증오와 경계심, 그리고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존재한다. 사실 유전학이 만든 병폐는 2차 대전에서의 유태인 학살이나 흑인 노예와 같은 사례에 국한되진 않는다. 아시아에선 현재 한중일 간의 민족적 갈등을 구현하는 방식이 유전학에서 이야기되는 방법론과 하등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류가 그렇듯 현인류 역시 이런 점에서 과거와 너무 닮아 있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아시아에서 한중일의 문제가 다민족 공동체로 확장하면서 공동의 유대감을 얻으려는 노력보다 배제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동남아시아 민족에 대한 유전학적 민족론이 드세지고 있다. 계속 유전학이 악용된다.
  ‘0.1%의 차이’의 저자 ‘베르트랑 조르당’의 지적은 그 날카로움에 걸맞게 현시대의 인류에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가치를 갖고 사실을 연구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가치는 분명 결코 저버릴 수 없는 주제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통해 사회과학의 주장들을 입증하는 방법론이 현재 많은 의문점들을 해소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시도의 결과물이다. 통섭이라 불리는 이런 방법론의 가치를 잘 활용한 이 책은 DNA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례들을 통해 현인류의 무지와 위기를 조목조목 짚어 나간다.
  아프리카로부터 온 각지의 인간들은 공동의 조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역적인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분명 다양성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런 환경적 문화적 차이가 유전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또한 여러 차이들을 양산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차이 역시 지역적 환경적 공통점이 크다면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며, 특히 특정한 곳에서 폄하되거나 우월하다고 여기는 것 역시 다른 지역에선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것일 뿐, 폄하될 필요는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상대를 폄하하고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이는 정치적 의도는 언제나 나와 같은 인간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나와 다른 것들을 상대편으로 구분하면서 편향적 속성인 인종이란 단어를 통해 상대를 탄압하는데 여념이 없다. 인간의 DNA에 이런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안타까울 뿐이지만 현실이 이렇다. 최근 인종의 부정적인 요소로 인해 민족이란 단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그렇다고 인종차별이란 부정적인 요소가 민족주의 내에서 사라진 것도 아니다. 우린 아직도 피부색으로 서로를 구분하고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과 공유하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이고 환경적인 요소로 인해 갈라진 사람들의 묶음을 영원한 유전자적 속성으로 구분하려는 인간의 저의는 확실히 먹고 살기 위한 것이리라. 그러나 이런 것은 너무 치졸한 것이고, 결국 사회의 구심력을 깨뜨리고 파괴로만 가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도 이런 충돌은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인종적 환타지를 통해 현실의 갈등을 정당화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문화적 구분점인 민족조차 상상으로 만든 공동체란 인식이 널리 인정되는 이 시점에서 어서 빨리 인종차이를 우월의 구분점으로 인식은 어서 제거되어야 한다. 차라리 즐거운 여행지를 떠나는 기분으로 문화적 차이를 바라봤으면 한다. 그래야 세계적으로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이 때에 좀 더 건설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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