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교사 안광복의 키워드 인문학
안광복 지음 / 한겨레에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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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드는 고민이지만 인문학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교훈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너무 막연하다. 철학이 대표적인 인문학의 한 분야인 것으로 아는데, 철학, 사실 잘 모르겠다. 살아가는 지혜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면 정치, 경제, 경영 등 무수히 많은 학문들이 다루고 있는 분야들이다. 서양철학에서도 철학자가 자연과학자인 경우도 허다했고, 그래서 자연과학이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영역의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인문학이 이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그 때 범주가 너무 넓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철학박사를 경제학박사와 따로 수여하는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자칫 학계와 교육계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보전하기 위한 방편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어쩌면 이것으로 인해 철학과 인문학이 위기에 빠졌는지 모른다. 다른 경계선을 이루는 것들보다 철학에서 모든 학문들이 발현해서인지 일치점은 있어 보이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 지점에서 인문학은 방황한다. 난 누구인가 하는 문제제기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 그렇게 문제되는 것일까? 의학의 육체의 물리적 질환이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인문학은 개인과 사회의 정신적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리라. 심리학에 이런 것이 없진 않겠지만 인문학은 뇌와 심리에 다가서는 것이 아닌 보편적 문화와 인간적인 방법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문학의 개성과 정체성에 조금 다가서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경제학, 정치학, 경영학 등의 사회과학은 물론 물리학이나 화학까지의 자연과학 등 서로 근접할 것 같지 않은 학문들의 모태로써의 인문학은 이런 학문들을 다시 결합시키며, 그것을 통해 인문학의 치료적 성과를 더욱 높이면서 학문이 나아갈 길을 새로 제시할 수 있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즉, 인문학, 죽지 않은 학문이다.
  한국의 교육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인 안광복의 책인 ‘키워드 인문학’은 유연하게 변하고 있는 인문학의 오늘을 보여준다. ‘키워드 인문학’이란 책은 사실 읽기 힘든 구석이 많다. 우선 일관된 주제의식을 찾기 힘들게 구성됐다. 아마도 신문사의 칼럼 위주의 작품들을 한 권으로 엮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칼럼을 쓸 당시에 첨예하게 갈등한 것들을 적시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또한 칼럼의 특성상 지면의 한계로 인해 사회에 문제 제기하는 내용들은 있지만 그것을 치열한 논리나 구성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내놓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철학박사 한 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사회적으로도 문제제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과 해결점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칼럼의 단점이자 강점인 당시 시기에 대한 접근이야말로 시의 적절한 도전이란 생각도 든다. 약점은 또 다른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앞서의 이야기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 모든 학문의 시작으로서의 당연한 권능이겠지만 통합과학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각 칼럼에서 다룬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인용하는 형태를 갖추면서 사회적, 개인적 문제에 대한 통합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심리, 심지어 물리학 등의 저명한 저서들을 동원하면서 각 책의 현명함을 유연하게 동원하면서 저자는 인문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실증한다. 즉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보이는 학문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강점인 것이다. 오늘의 인문학이 가야 할 길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다.
  학문의 목적 중의 하나는 현실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방법이 큰 문제가 없다면 통합하고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길거리에 나아가야 하고, 고차원적인 추상적 언어를 구사해서 많은 이들을 내쫓고 마는 우를 조선시대의 성리학처럼 저질러선 안 된다.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지혜를 공유해야 한다. 갈등의 해법은 공유된 지식과 가치가 많을 때 가능하다면 이 책의 시도는 의미 있는 도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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