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자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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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자격 - 대한민국 사장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경영의 원칙
서광원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사례로 설명한 책들은 많이 봤다. 자랑스런 인간들의 모습이나 성공한 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그런 책들 말이다. 성공신화를 쓴, 우리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길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현실성을 상실한 그저 그런 책으로 변질된 경우가 많으며, 어쩌면 우연과도 같은 신화를 담고 있기에, 그리고 어릴 때 봤던 위인전으로만 느껴지기에 그다지 마음에 깊은 인상을 주기 힘들어졌다. 특히 어른이 된 후엔 그런 이야기들은 우상화와 세련된 포장으로 인해 도리어 감동을 상실하고, 또한 교훈 역시 자주 상쇄되는, 인간미를 상실한 진부한 책으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읽게 된 동화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사장의 기술’이란 이 책, 좀 이상한 책이다. 분명 성공을 위한 처세술인데, 이 책은 그것을 넘는 묘한 기특함이 있는 책이다.
삶의 본질은 인간만이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성공을 위한 방법 역시 인간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도 않다. 인간은 차라리 복사를 하듯, 타인은 물론 주변의 동식물의 장점을 흡수하는 생물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호칭을 스스로 붙이기조차 했다. 과신에 가까운 이 말은 그러나 분명 인간의 방법이 매우 효율적인 것을 증명한다. 그런 인간의 장점을 기반으로 이 책은 인간의 성공만이 아닌 지구의 생물로부터의 현명한 처세술을 담고 있다.
이 책처럼 동식물 같은 생명체를 통해 세상사는 묘책을 이야기한 처세술 책들을 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좀 특이하면서도 뭔지 모를 강력한 주장의 힘을 느낀다. 어쩌면 생존의 문제나 집단의 문제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닌,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보편적인 문제일 것이라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책의 전제 역시 같은 것이리라. 인간만이 지구에서 사는 것이 아니기에, 각 생명체들의 삶의 방법은 독특하리라.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처세술 책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그 속엔 인간은 물론 유기체의 삶의 본질이 숨어 있는 것이다. 생존을 포기할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러기에 오늘날 존재하는 유기체들은 생존이란 경기에서 이긴 승리자들이며, 그것이 진보라는 것이다. 지금의 존재가 바로 강자란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삶의 강자라고 해도 언제나 강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모든 일들이 당연히 성공한 기업으로 알고 있는 듀폰이나, 도요타, 그리고 코닥과 제록스 등의 성공한 기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도 언제나 이 지구 위의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언제나 경험하는 생존의 위험 속에서 살아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행해야 하는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 역시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장면들은 삶의 냉혹함과 함께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잘 알게 만든다.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그런 사례를 든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생명체라면, 그리고 인간이라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망각하지 말란 이야기다. 이런 자세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책의 풍요로움에 깊이 빠질 것이고, 색다른 재미를 느낄 것이며,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하는 삶을 마련해야겠다는 의욕도 살아날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다 그런 것이기에 자신도 해야 한다는 의욕, 그것이 이 책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이 책을 처세술 책으로 볼 수 있지만 좀 더 철학적인 접근도 가능한 책이다. 어려운 철학 책들이 갖고 있는 심오한 추상화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감이 가득한 철학 책으로 본이기에 이해가 더욱 쉽고, 또한 친숙한 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생존은 도처에 존재하며, 그런 것들 것 함께 살기에 지혜로움은 그리 멀지 있지 않음을 또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기를 이 책은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