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 The Figh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누구나 꿈을 꾼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든, 새로운 미래를 꿈꾸든 말이다. 그것이 힘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부적응과 착각을 일으키는 원인일 수도 있다.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파이터’는 이런 두 가지의 꿈이 공존한다.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거리가 된 ‘슈가 레이 레너드’와의 과거 한창때의 승부에서 오늘의 즐거움을 찾고 있는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찬 베일)’는 그렇게 오늘의 불운을 버티고 산다. 이젠 더 이상 가망 없는 권투선수로서의 재기의 꿈을 갖고 있지만 꿈만 갖고 있을 뿐, 그를 위한 노력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순간 은퇴한 게으른 천재가 되고만 그는 역시나 권투선수가 된 동생 ‘미키(마크 월버그)’의 파이트머니로 먹고 산다. 능력의 비해 어이없는 경기로 매번 당하기만 하는 백업 권투선수 미키는 가족의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이다. 엉망으로 구성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동생은 밝은 미래를 희생하면서, 그리고 자신의 젊음을 싸게 팔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영화는 이 두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형편없을 것만 같은 이 두 형제에겐 그래도 강한 유대가 존재한다. 형은 동생을 위해 일을 하며, 또한 동생을 위해 최선은 아니지만 나름 노력하는 편이다. 동생은 자신의 롤 모델을 형에게서 찾고 있으며, 형의 천재성을 인정해주는 몇 안 되는 가족이다. 이 둘은 어느 면에선 역설이면서 희망이다.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서 한 가지의 목표를 위해 뛰는 그런 형제다. 
 

 

  그들이 처한 환경은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하다. 이 둘은 배다른 이복형제였고, 어머니 ‘샬린플레밍(에이미 아담스)중심의 모게사회인 것처럼 어머니의 전남편 자식들과 현남편 자식들이 함께 살고 있는 기묘한 가족이다. 나름의 가족사가 있겠지만 어려운 경제살림으로 인해 함께 살게 된 이런 가족형태가 풍요와 안정을 주기는 힘들다. 동생 미키에겐 삶의 짐이며 질곡이고 방해물일 뿐이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았고, 암담한 미래를 상징할 뿐이다. 체급도 다른 선수와의 경기는 언제나 고역이었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파이트머니는 어머니를 통해 가족의 삶으로 재분배된다. 문제는 이런 생활을 어머니는 계속 유지하길 원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가족 역시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미키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을 계속 일으키는, 성숙하지 못하고, 자립하지 못한 가족과의 삶은 미키의 삶은 물론 마음도 황폐화시키고, 언제나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이탈을 꿈꾸게 만든다.
  영화 ‘파이터’는 이런 류의 가족 스포츠 영화다. 하지만 가족의 아집과 욕심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느 전도유망한 선수 이야기는 슬픈 우화일 뿐이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나야 성공을 할 수 있는 역설적 구성은 확실히 고달픈 우리 모습인지 모른다. 가족에 대한 경제적 책임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힘든 일반적인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키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가족으로부터의 이탈을 시도하며, 그것이 영화의 흐름상 자연스런 것이며, 그의 새로운 인생의 전기가 된다. 하지만 그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형과의 금이 가는 관계를 감내해야만 하는 인간적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선택은 언제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마약을 손대면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 형 디키는 몰락의 전형이 되 버리듯, 스포츠 채널에서 마약으로 망가진 선수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최악을 맞이하고, 그의 현실이 어디에 처해졌는지를 알게 된다. 인생 막장, 그가 경험하고 있는 현주소다. 이런 과정에서 그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권투인생을 보여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게으른 자신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전기를 위해 그 역시 자신의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모습과 의욕을 동생은 과거의 그로만 생각하고 있기에 거부한다. 그 둘은 어느 순간 멀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지탱해주는 마지막 근거를 서로 놓지 못했다. 그것은 서로를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경험이었으며, 현재의 자신을 더욱 멋진 인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더 없는 파트너란 인식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것들의 더욱 깊은 곳엔 가족이란 역설적인 울타리가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마지막의 의지처인 가족이란 근거를 통해 새롭게 서로를 위한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미약하지만 존재했던 것으로 그들은 힘든 과정을 통과하고 우리가 아는 Happy Ending으로 영화 끝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그 둘 모둔 진정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는 나이에.
  엉망인 가족으로서 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책임과 의무, 그리고 의존이란 묘한 관계 속에서 핏줄이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그들이면서, 그리고 가장 가까우면서도 너무나 쉽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도 사실 가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할 것 같지만 연약하기도 하고, 오래 갈 수 없을 것만 같으면서도 질긴 인연으로 묶인 것이 또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기 힘든 것이 또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함께 노력할 때,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이 또한 가족이기도 하다. 쉽게 상처받지만 또한 쉽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고, 더 없는 원군이 되는 것이 가족이기에 가족은 어렵지만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리고 가족이 비록 작고 연약한 끈으로 지탱하지만 언젠가는 크고 강한 끈으로 변할 수도 있기에 가족은 참 좋은 것이다. 그리고 작은 배려로 큰 것을 가질 수 있기에 가족은 참 소중한 것이다. 쉽게 토라지고 상처를 주는 오늘의 인간관계 속에서, 가족은 좀 더 여유롭게 하면 가슴 속에 담긴 크나큰 Trauma를 어렵지 않게 삭제시킬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존재다. 이런 것을 알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이 영화를 통해 불현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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