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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저자의 광오한 자신감이 드러난 문장들을 보면 과학자의 기본적인 자질인 겸손함이 없다는 것에 조금 유쾌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또한 특정 학문(물리학은 사실 모든 과학의 아버지라서 보편적일 수는 있겠지만)에 대한 과신이 마치 종교적인 신앙으로 보일 때도 있다. 어쩌면 과대망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거친 표현들이 있지만, 이 책은 그런 마음가짐을 지녀도 괜찮다는 생각을 들만큼 대단히 인상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고 종합적이면서도 뛰어난 설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현시대의 가치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러운 책이다.
중세든 근대든 인간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사실 시대적 문제를 나았고, 마찰을 빚었으며, 오류를 만들어냈다. 사회과학도 그런 부류다. 과학적 탐구를 위해 인간을 단순화하는 것은 맞지만, 인간을 다른 생명체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보거나 특이한 존재로 보는 착오를 드러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데 그렇다라고 생각하면서 사람에 관한 이론을 만들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오류는 결국 생명력이 짧은 이론이나 사회를 더욱 위태롭게 하는 사회과학이론들을 양산했다. 여기에 정치권력까지 가세한 상황이고 보면 입증은커녕 제대로 되지 못한 어설픈 주관적 주장에 목숨을 거는 위태로움이 양산되고 만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의 강력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특히 사회과학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제학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경제학자들이 가정한 합리적인 이기주의자라는 인간에 대한 정의로 인해 파생된 시장의 법칙들은 그들이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문제점을 양산하고 말았다는 비판은 현재의 위기를 고려할 때, 매우 날카로운 부분이었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업적을 단일한 책 하나에 묶는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물리학을 중심으로 생물학이나 심리학 등에서 얻은 값진 것들을 결합하면서 포괄적이고 세밀한 단순화를 시도한다. 특히 인간의 유별난 특이성을 제대로 삭제하면서 인간의 특성이라는 것도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개체 정도의 특성을 갖고 있음을 보이고,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사회과학의 기본개체인 인간을 ‘사회적 원자’로 지칭하면서 무척 인상적인 개체의 특성을 일반화하고 그 특성을 기반으로 기존의 경제학이 밝히지 못한 약점들을 하나하나 밝힌다.
사회적 원자란 단어는 많은 것을 드러낸다. 인간을 완벽한 합리적 이기주의자라는 전통경제학을 비웃으며, 저자는 물리학에서 연구하는 자연 속에서의 원자(Atom)의 유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의 인간을 제시한다. 즉 인간은 경험을 통해 세상에 적응하고, 주변을 모방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갖는 이기적 이타주의까지 획득하는 존재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다른 집단에 대해서 공격성을 지니는 속성으로 발생하는 민족주의나 대량학살 등의 분석은 인간의 긍정과 부정을 기막히게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생존을 위한 편견에 대한 해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의 원자 중 하나일 뿐이란 사실을 지적한다. 그는 이런 분석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장과 빈부격차의 문제들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하고 소개한다.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위기는 많은 시사점을 읽게 한다. 효율성을 위해 만든 위계질서가 어느 순간 기회주의자들의 무임승차에 의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의 경제력이 발전할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대한 설명은 무척 신선했다. 경제적 부가 정체되어 평형의 상태로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물처럼 과정 상태에 있는 것으로 투자를 통해 운에 의해 투자수익이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증가하며, 그에 따라 빈부의 격차가 심화된다는 내용은 사실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사회과학에서 좌우로 나뉘면서도 아직도 밝히지 못한 가려움을 매우 쉽게 풀어내는 것이며 상당한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건전한 사회를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너무 쉽게 이야기해주는 부분이고 현재 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놓은 맹목적인 자유시장원칙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그 대안을 제시하는 초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회과학의 목표인 문제치유를 통한 건전한 사회건설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열쇠인 것이다.
저자의 자신감처럼 이 책은 매우 신선하면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관점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부상되는 행동경제학처럼 새로운 인식이 특히 경제학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권력자들 옆에서 함부로 진단하고 예단하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무한한 불만이 저자에게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건 저자만의 의견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병폐가 지금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사회과학자들의 옹졸함이 그 원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회과학을 배운 많은 학자들도 변해야 한다. 사회과학자들이 어쩌면 생존을 위한 편견을 위해 아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변해야 할 때 변한다면, 좀 더 건실한 사회과학이론이 나올 것이며, 인식의 전환을 통해 더욱 큰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전환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큰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