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 Glo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시작을 어느 중학교 투수의 실패로부터 했던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어려움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캔디형 영화임을 쉽게 알려준다. 그리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뻔한 스토리를 벗어나지 않고 열심히 살자라는 교훈을 가르쳐주듯 진행됐다. 이런 영화의 흥행코드는 기존의 것을 답습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며, 또한 과거의 어느 영화와 너무 흡사해서 참신한 것이 없다고 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즉 뻔한 설정이다.
  그저 그런 감동적인 영화, 아마 이 영하에 매겨질 촌평이 이럴 것만 같다. 하긴 이 영화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독립영화가 아닌 관객 천만을 목적으로 한 상업영화다. 감독 역시 은근히 그런 의도를 비췄고, 사실 제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흥행이 중요한 것이지 역사적으로 남을 위대하지만 저주받은 관객동원을 한 영화는 다른 제작사가 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관객 역시 그냥 그런 영화지만 Killing time 용 영화가 좋지, 복잡하고 어려운 성찰의 영화는 현실 생활도 복잡하고 어려운 판에 괜한 고생만 주는 영화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글러브란 영화는 제작사와 관객 모두에게 환영 받음직한 영화다. 제작사야 돈 벌어서 좋고, 관객이야 현실의 각박함을 잊고 너도 열심히 살면 뭐가 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세상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 최소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픈 관객이라면 손에 핏줄이 터져도 열심히 던져서 뭔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성심학교 투수가 자신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주인공인 청주 성심 학교 학생들 역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할 수 있어 좋다. 관계자들 모두가 좋은게 좋은 영화, 곧 글러브다.   

 

 

  하지만 뻔한 구성에 뻔한 감동,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다. 그렇다고 어떤 창조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충 보면 다음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있는 영화다. 심형래 감독 작품처럼 말이다. 이렇게 평한다면 좋은 영화는 못 된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다음 이야기가 대충 그려지는 영화는 그런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창조적이지도 못한 영화라는 평가. 그러나 이 영화는 확실히 좋은 영화이고 볼 만한 것들로 채워진 대중적인 영화다. 특히 힘들어서 죽을까 하는 자살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게 된 지금 말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더욱 좋은 특성을 갖고 제작됐기에 더욱 그렇다.
  힘들다. 그래서 다 그만 두려고만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살하는 사람들과 관련된 뉴스가 최소한 한 편씩은 방송되고, 그 사연 역시 기구하다. 고독사, 아마도 올해 가장 유행될 이 어휘는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니, 88만원 세대니 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들의 삶이 힘들고 어렵고 외롭고, 그래서 지금은 살만한 세상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특히 이런 불행한 공동체 일원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는 위험 사회이고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우린 그런 시공간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가 보듬어주지 못해서 언젠가는 불편한 진실의 주인공이 되고 말 사람들을 표현하는 이런 말들 속엔 기가 막힌 세상을 살고 있는 이들의 아픔이 전해져 온다. 즉 지금은 힘든 세상이다.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결코 살아가기엔 힘든 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자들이 나온다. 프로야구에서 엉망으로 산 어느 퇴물 투수가 어쩌면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의 학교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학생들의 코치가 되기 위해 온다. 야구 배트를 함부로 휘둘러 상해를 입힌 그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건성으로라도 자원봉사 비슷하게 하기 위해 그가 온 것뿐이다. 언젠가 떠날 것이고, 대충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나쁜 선수다. 그의 학생이 될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은 어쩌면 의욕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청각장애인들이다. 불쌍하게 봐주거나, 아니면 무시당하는 두 가지 밖엔 안 봐주는 그런 학생들은 노력을 해도 이미 가련하게 보여주는 그 순간, 이미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하는 의지는 무너진다. 이미 무너진 몸에 무너져버리고 마는 정신력, 그들이 처한 위기의 실체다.
  망가진다는 것은 육체적으로 무너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인간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다. 고독사의 본질은 일한 육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버려져서 더 이상 기사회생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그런 자들로 대변되는 인간들의 모임과 그들의 재생, 그리고 그들의 모험을 이야기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뻔한 용기란 비판에서 벗어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가슴으로 다가선다.  
 

 

 

  영화는 보는 관객들 중 상당수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일 것이다. 마음 편히 볼 수도 있겠지만 어디선가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직장이나 학교에서 좌절을 맛 봤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자신들보다 더욱 힘든 육체적 어려움을 견디면서 전국대회 1승이라도 한 번 거두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육체적으로 건강하지만 정신적으로 불구가 된 자들이 사실 이 사회에 많기 때문이며, 고독사도 그런 유형 중 하나일 것이다.
  용기,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요원한 세상 속에서 우린 산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상대의 용기까지 빼앗아야 마음이 편한 세상, 그래서 잔인하게만 변하는 인성이 가득한 세상. 그런 곳에서 삶의 방향은커녕 지금의 안락도 결코 안락으로 느낄 수 업는, 불안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용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용기가 없으니 희망이 설 자리도 없어져간다. 그리고 방황하는 정신 속에서 그냥 하루하루를 사는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이 되고 마는 오늘의 한국사회의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글러브는 정신적 혼란을 치료하는 좋은 약인 셈이다. Glove 속에 담긴 Love는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Love를 통해 힘을 얻고 또한 미래의 자양분인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영화다. 좀 뻔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꼭 1승을 얻길 빈다. 그 승리는 그들만의 승리가 아닌, 사회의 소외된 자들의 승리가 될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심 야구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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